[윤주혜의 C] "가진거라곤 열정과 스토리텔링 능력…AI 만나 빛 발할 기회 얻어"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윤주혜 기자
입력 2025-02-03 00: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대한민국 AI 국제영화제 대상 '마테오 AI 스튜디오'

  • 16분짜리 AI 영화 '마테오' 비용은 제작툴 구독료가 전부

  • '일관성 유지'가 최우선 과제…프롬프트 번역기 사용도 한계

  • 다음 목표는 장편 판타지 사극 애니메이션으로 픽사에 도전도

  • 기술·자본보다 스토리텔링 중요 신인들 참신한 영화 대거 나올 것

캡션 수정 부탁드립니다 마테오스튜디오 AI 영화 감독 인터뷰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마테오AI스튜디오는 최근 서울 종로구 아주경제 본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AI를 사용한다면, 누구든 기술이나 자본이 없이도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마테오AI스튜디오는 지난해 10월 열린 '제1회 대한민국 AI국제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았다. 왼쪽부터 문신우 감독, 정주원 감독, 양익준 감독.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국내 최초 인공지능(AI) 국제 영화제 ‘제1회 대한민국 AI 국제 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마테오 AI 스튜디오’(마테오팀)는 감독 3명이다. 이들은 AI와는 거리가 멀었다. 양익준 감독은 영화 현장 촬영팀 조수, 문신우 감독은 웹소설 회사 직원, 정주원 감독은 아동 콘텐츠 기획자 겸 작가 지망생이었다.
 
최근 아주경제 본사에서 만난 마테오팀은 AI로 고개를 돌린 데는 답답함이 자리했다고 입을 모았다. 스토리텔링을 위한 창의성은 샘솟는데, 이를 영상으로 풀기 위한 제작비가 여의치 않았다는 것이다.

다행히 마테오팀은 '빛을 발할 기회'를 얻었다. '내 작품을 향한 열망'과 '스토리 텔링 능력'에 AI가 더해지면서, 대상을 거머쥘 수 있었다. 16분짜리 영화 ‘마테오’를 만든 데 쓴 비용은 AI 영상 제작툴 구독료 400만원이 전부였다.
 
양익준 감독은 AI가 없었다면 ‘마테오’ 제작에 막대한 돈을 쏟아부어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영화는 멕시코를 배경으로 한다. “일단 멕시코에 가야죠. 스태프 항공료는 물론이고, 공장도 불태우는 등 최소 억 단위가 들었을걸요."
“나만의 이야기 세상에 보여줄 것”
마테오 영상 갈무리 사진유튜브
AI 영화 '마테오' 영상 갈무리 [사진=유튜브]

마테오팀은 “내 이야기를 세상에 보여주겠다”는 포부 하나로 AI 영화에 뛰어들었다. 이들은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과 MBC씨앤아이의 ‘AI.XR 콘텐츠 활용 멀티플랫폼 드라마 기획 개발 랩’에서 만나, 팀을 꾸렸다.
 
양 감독은 “제작비가 적게 드는 시나리오를 써야 하니 답답함이 컸다”며 “AI를 통해서 누구든 기술이나 자본이 없이도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데 매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쇼트폼 제작에 관심이 있던 문신우 감독은 양 감독의 AI 영화 ‘목격자(Witness)’를 보고 “AI 100%로 뭔가를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목격자’는 ‘제1회 경상북도 국제 AI 메타버스 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는 등 주목을 받았다.

마테오팀은 100% AI 영화라고 해서 작품이 '뚝딱'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마테오'를 만들기 위해 한달여간 하루 15시간씩 작업했다. 제작 밑단부터 완성 단계까지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데가 없다.
 
캡션 수정 부탁드립니다 마테오스튜디오 AI 영화 감독 인터뷰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정주원 감독은 서울 종로구 아주경제 본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AI 영화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보는 눈'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정주원 감독은 “AI가 (상영 시간) 16분에 적합한 이야기를 뽑아내질 못했다. 시나리오를 AI에만 의존할 수 없었다”며 “셋이 모여서 이야기 구조를 짜고, 대사를 쓰면서 대본을 완성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각 장면이 연결성을 갖추도록 구도, 앵글, 분위기 등을 연출했다. 영화를 전공한 양 감독과 문 감독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했다”며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고 덧붙였다. 

또한 셋이 장면을 각각 만든 후 가장 탁월한 것을 골랐다. ‘보는 눈’이 중요한 이유다. 정 감독은 “시나리오에 기반해 콘티를 짠 후, 이를 릴(Reel) 영상으로 만들었다”며 “전체 흐름을 맞춘 후 ‘오늘은 주인공이 걸어가는 모습을 만들자’란 식으로 각자 계정을 통해 나름대로 프롬프트를 써서 영상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영상 중 가장 적합한 것을 골라 영화를 완성했다.
 
정부가 AI 개발에 막대한 지원을 쏟아붓는 나라들을 향한 부러움도 나타냈다. 한국산 AI 툴이 나온다면, 영상 제작이 한층 수월해질 것이란 기대다. 정 감독은 “영어를 잘하는 문 감독이 프롬프트를 작성하면 영상이 잘 나오더라”며 “번역기를 쓸 수 있지만, 생각만큼 영상이 안 나올 때 문 감독이 주는 단어를 쓰면 성공할 때가 있다”고 했다. 이어 “미국이나 중국은 나라에서 데이터센터 등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다"며 "네이티브로서 쓸 수 있는 점이 부럽다. 확실히 (영상) 결과물이 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캡션 수정 부탁드립니다 마테오스튜디오 AI 영화 감독 인터뷰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문신우 감독은 서울 종로구 아주경제 본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AI 덕분에 신진 작가들이 빛을 발할 기회가 온 것 같다”고 밝혔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문 감독은 미국 런웨이와 중국 클링, 미니맥스 등을 거론하며 “미니맥스는 한국어를 지원해, 한국어로도 영상이 잘 나온다. 조만간 한국어 지원이 다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마테오팀은 AI 장편영화를 준비 중으로, 판타지 사극 등을 고려 중이다. 정 감독은 “현재까지 나온 콘텐츠 대다수는 외국을 배경으로 한다. 데이터가 많아서 일관성 유지가 잘되기 때문”이라며 “동양인 얼굴, 동양의 궁궐은 이상하게 만들어지곤 한다. 중국이나 일본 혼종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관건은 스토리텔링”
캡션 수정 부탁드립니다 마테오스튜디오 AI 영화 감독 인터뷰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양익준 감독은 "AI 도입으로 기술과 자본보다는 스토리텔링 능력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AI를 통해 신인들도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양 감독은 “기존에는 신인들이 영화나 드라마를 제작하기 어려웠다”며 “AI 도입으로 기술과 자본보다는 스토리텔링 능력이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AI는 앞으로 창작 과정에서 자연스레 사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참신한 영화들이 대거 나올 것이란 시각도 있다. 문 감독은 “영화 제작에는 상당한 돈이 들기 때문에 투자를 받으려면 리메이크 등 안정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이야기가 제한적”이라며 “AI 덕분에 신진 작가들이 빛을 발할 기회가 왔다”고 예상했다. 정 감독 또한 “향후 AI는 당연하게 사용될 것”이라며 “콘텐츠 자체로 승부를 보는 환경이 될 것이다”라고 했다.
 
SF 장르가 활성화할 가능성도 크다. AI를 이용하면 기존에 구현하기 어려웠던 장면들을 손쉽게 만들 수 있다. 양 감독은 “기존에는 제한된 장소와 인물로 복잡한 스토리를 만드는 게 경제적이고 효율적이었다”며 “AI 콘텐츠는 반대다. 장소와 인물이 많을수록 AI 제작에 적합하다”고 분석했다. 정 감독도 “AI를 쓰면, 우주나 심해 등 영화 아바타 속 상상의 장면들을 바로 구현할 수 있다”며 “현재로서는 이러한 장르가 AI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일관성" 
캡션 수정 부탁드립니다 마테오스튜디오 AI 영화 감독 인터뷰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마테오스튜디오 AI 영화 감독 인터뷰[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AI 영화가 넘어야 할 산은 일관성 유지다. 현재 기술로는 등장인물 두 명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구현하기가 쉽지 않다.

양 감독은 “일관성 유지는 AI 콘텐츠 제작의 한계”라며 “영화는 연속성이 중요한 만큼, 이를 극복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AI 콘텐츠는 자리 잡기 힘들 것”이라고 봤다. 
 
정 감독은 “특히 생성형 AI는 늘 같은 이야기를 넣어도 항상 다른 결과물을 낸다"며 "의도대로 콘텐츠를 만드는 게 굉장히 어렵다”고 전했다.

올해부터 세계 곳곳에서 AI 영화를 만드는 이들이 대거 등장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현재는 AI 도입 초기인 만큼, 이 분야의 거장으로 꼽을 만한 인물이 없다. 정 감독은 “AI 영화는 전 세계에 선보일 수 있는 플랫폼도 없다”며 “알려지지 않은 방구석 아티스트들이 어딘가에 있을 것”이라고 했다.

마테오팀은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픽사와 지브리에 도전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이들은 먼저 "해보라"고 조언했다.

양 감독은 말했다. “누구나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됐어요. 뜨거운 승부를 겨룰 수 있는 거죠. AI가 인류를 지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콘텐츠를 만드는 이들에겐 그보다 '뜨거운 승부'가 중요해요." 
 
마테오 영상 갈무리 사진유튜브
AI 영화 '마테오' 영상 갈무리 [사진=유튜브]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