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내 보조배터리, 휴대 확인 안되면 금지?"...커지는 항공사 규정 강화 목소리

김해공항 에어부산 항공기 화재 현장 [사진=연합뉴스]

지난 28일 김해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 사고를 계기로 항공사별 기내에 반입되는 보조배터리 기준에 관심이 쏠린다. 아직 화재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기내 뒤편 수하물 선반에서 타는 소리가 났고, 조금 뒤 연기가 났다"는 승객들의 증언으로 미뤄 볼 때 보조배터리가 원인이 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항공사들은 보조 배터리는 기내 휴대가 원칙이라고 권고하고 있지만 이를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기내 보조배터리 반입 기준 강화는 물론 아예 반입 자체를 금지해야 한다는 과격한 주장도 나온다. 
 
31일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국제항공운송협회(ITA) 규정과 국내 항공 위험물 운송기준에 따르면 리튬배터리는 위험물로 분류돼 위탁수하물은 물론 기내 휴대도 기본적으로 금지된다.
 
특히 ICAO는 리튬 배터리를 견고한 외부 포장으로 포장하거나 장비에 담아야 한다(They must be packed in a strong outer packaging or be contained in equipment)고 규정하고 있다. 충격이나 과열, 내부 단락이 발생하면 화재나 폭발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다만 탑승객이 사용할 목적에 한해 소량 운송이 허용된다. 보조배터리의 경우 용량이 100와트시(Wh) 이하면 5개까지 별 제한 없이 기내반입이 가능하다. 100Wh 초과∼160Wh 이하일 경우에는 사전에 항공사 승인을 받으면 2개까지 반입할 수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규정에서도 전력량 160와트시(Wh) 이하의 보조배터리는 기내에 휴대해 탑승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실제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등 대부분의 항공사들은 160Wh 이하의 보조배터리만 반입을 허용하고 있다.
 
그럼 160Wh의 배터리 용량은 어느 정도일까. Wh는 1시간 동안 사용되는 전력(W)의 양을 뜻한다. 10W의 전력을 소비하는 전구를 1시간 사용하는 전구는 10Wh라는 의미다. 일반적인 휴대용 보조배터리에는 뒷면에 mAh 단위로 용량이 표기되어 있다. 보통의 보조배터리는 3.7V 리튬 폴리머 배터리를 사용한다. 1만mAh 배터리라면 여기에 3.7을 곱해준 다음 1000으로 나눈 37Wh의 용량이 된다. 우리가 자주 쓰는 2만(mAh) 용량의 스마트폰 보조배터리는 75Wh 정도고, 3만mAh부터 100Wh를 넘긴다. 아주 큰 산업용 컴퓨터가 아닌 이상 대부분의 전자기기는 기내 반입이 허용된다는 의미다.
 
국내 규정에서도 리튬 배터리는 소량에 한해서만 수하물로 반입할 수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의 '항공보안365'는 전자기기용 여분의 충전식 리튬이온배터리를 '기타 위험성 물품 및 물질'로 규정하고 항공위험물로 분류했다. 항공위험물은 '항공안전법'에 따라 폭발성, 독성, 부식성, 인화성 가스 혹은 증기를 방출할 가능성이 있어 사람이나 항공기에 해를 입힐 수 있는 물질 또는 물품을 의미한다.
 
다만 소량에 한해 여행객이 휴대 또는 부치는 짐(위탁수하물)으로 운반할 수 있게 예외 조항을 뒀다. 예컨대 리튬 배터리를 장착한 카메라·휴대전화·노트북 등 전자장비는 리튬 메탈 배터리의 리튬 함량이 2g 이하이거나 리튬 이온 배터리가 100Wh 이하인 경우 기내에 휴대하거나 위탁 수하물로 부칠 수 있다.
 
항공업계에서는 보조배터리는 승객이 반드시 소지해야 한다고 고지하고 있지만 이번 사태처럼 사고가 발생할 수 있어 보다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항공사들은 공항 체크인 카운터에서 수하물을 부치기 전에 보조배터리, 전자담배, 라이터 등 수하물 운송이 불가능한 품목을 안내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셀프 체크인도 늘어나는 추세고, 승객이 보조배터리 등을 소지하고 있는지 직접 확인하기에도 어려운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항공사 관계자도 "모든 승객들의 가방검사를 하지 않는 이상 휴대 여부 확인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했다. 

실제 이번 설 연휴에 해외 여행을 다녀온 40대 A씨는 "보조배터리는 늘 가방 안에 넣어 선반에 보관해왔다"면서 "반드시 손으로 휴대해야 하는지 알지 못했고, 비행기에서도 관련 안내를 딱히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30대 직장인 B씨는 "이륙 후 상공에서 화재가 발생했으면 또 한번의 대형 참사가 발생했을 뻔했다"면서 "지금까지 '휴대' 조건으로 허용했는데 휴대가 안된다면 '반입 금지'가 맞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때문에 안전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탑승객 스스로 주의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항공 사고는 한 번 발생하면 대형 인명피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만약 여러 개의 보조배터리를 소지해야 한다면 용량을 분산해서 휴대하고, 저가 제품 대신 항공기 반입 인증 마크가 있는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저가의 비인증 제품은 과충전, 과방전, 과열 등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보조배터리를 보호하고 단락을 방지하기 위해 전용 케이스나 보호 파우치를 사용하는 것도 위험 예방에 도움이 된다.
 
한편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소속 사고조사단은 지난 30일 2회에 걸친 사전회의 및 사전 현장점검을 통해 화재 감식에 대한 사항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사고조사단 측 관계자는 "기체, 화물칸 등에 대한 점검 후 화물칸과 화재에 대한 연관성 등을 조사한 후 특이사항이 없을 경우에는 위탁수하물을 승객에게 반환하기 위한 조치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