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딥시크가 '저비용·고성능' 인공지능(AI) 개발에 성공하며 미국 증시에 이어 국내 증시에까지 여파를 미쳤다. 전문가들은 일시적 투자심리 악화가 불가피하다면서도 AI 인프라 관련주는 오히려 수혜가 확대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2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의 엔비디아 보관금액은 지난달 29일 기준 111억9313만 달러(약 16조2927억원)로 지난달 21일 대비 10.52% 감소했다. 불과 약 7거래일 만에 2조원이 증발했다.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의 추론 모델 '딥시크-R1'이 미국 기술주 버블의 근거로 작용하며 엔비디아의 고평가 논란이 다시 불거졌기 때문이다. AI 칩 대장주인 엔비디아 주가는 주말 직후 첫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하루에만 16.97% 폭락했다. 최근 5거래일간 하락률은 15.33%다. 브로드컴, AMD 등 AI 밸류체인 주가도 동반 하락했다.
하지만 국내 증시에서도 미국 기술주와 연관된 전력, 원자력 등 AI 관련 인프라, 엔비디아 밸류체인들의 약세를 피하지는 못했다.
SK하이닉스는 설 명절이 끝난 지난달 31일 개장 직후 장중 12% 가까이 하락했고 결국 9.28% 내리며 거래를 마쳤다.
그동안 AI 데이터센터 확대에 따른 수혜 기대감에 주가가 올랐던 HD현대일렉트릭과 LS일렉트릭도 전장보다 각각 7.87%, 5.33% 떨어졌다. 전력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효율이 높아 AI 전력원으로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원전 업종 역시 하락을 면치 못했다.
국내 투자자들은 급락한 기술주들을 대거 사들이고 있다. 지난달 21일부터 30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미국 주식은 엔비디아다. 이 기간 2억8741만 달러(약 4180억원) 규모를 순매수했다. 엔디비아 주가를 2배로 추종하는 '그라나이트셰어즈 2X 롱 엔비디아 데일리' 상장지수펀드(ETF)를 2억340만 달러(약 2964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국내 시장에서도 개인투자자는 31일 하루에만 SK하이닉스 3986억원, HD현대일렉트릭 1109억원, 두산에너빌리티 516억원, LS일렉트릭 192억원 규모를 사들였다.
시장 전문가들은 딥시크 등장이 AI산업 전반적으로 호재라고 평가하면서 고성능 AI 반도체기업과 전력인프라, 원자력 기업을 두고 엇갈린 견해를 내놓고 있다.
송명섭 iM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의 고성장은 끊임없이 신규 고성능 GPU를 출시하고 이를 AI 개발업체들이 경쟁적으로 구매해왔기 때문"이라며 "저성능 GPU로 구현된 딥시크의 성공이 향후 초고가 AI GPU보다는 효율성과 비용을 감안해 구매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에 좋지 않은 환경이지만 기업들의 AI 수요가 결국 확대된다면 미국은 중국과 격차를 벌리기 위해 데이터센터 확충 지원은 강화할 것"이라며 "딥시크 충격에 급락한 전력인프라 관련주는 비중 확대 기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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