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힘들어도 병원에 가지 못하거나 주변에 말을 꺼내기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장재열(작가&월간 마음건강 편집장)은 '누구나 고민을 말할 수 있는 세상'을 목표로 10년간 상담의 문턱을 낮추는 공익 활동을 해왔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장재열 작가와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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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열 작가 [사진= 장재열 작가]
‘좀 놀아본 언니들’ 대표에 이어 <월간 마음건강>의 대표가 됐다. 새로운 회사를 만드는 과정에서 어떤 고민들이 있었나
- 2013년에 NGO인 청춘상담소 좀 놀아본 언니들을 만들 때, 제가 느낀 문제의식은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병원이나 상담을 가지 못한다’는 거였다. 한국 사회에서 정신질환은 숨겨야 하는 것이거나 수치스러움을 느끼는 ‘부끄러운 것’이었다. 당시 우울증, 공황장애 당사자였던 저 역시도 그랬고 그래서 ‘누구나 고민을 말할 수 있는 세상’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10년간 상담의 문턱을 낮추는 공익 활동을 전개해 왔다. 그리고 10년이 흘러 보니, 우리 사회는 예전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정신적 문제를 말하고, 또 전문가를 찾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지요. 하지만 ‘예방’에 있어서는 여전히 불모지라는 것을 느꼈다.
몸의 건강을 지키는 행위는 일상에 녹아 있는데, 왜 마음의 건강을 지키는 행위는 그렇지 못할까? 신체 건강은 아플 때 병원을 가는 치료의 영역도 있지만, 건강한 사람이 계속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필라테스, 헬스 등의 운동을 하거나 영양학적으로 건강한 음식을 챙겨 먹는 등 예방 영역도 있다. 건강관리가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마음은 어떤가. 한국 사회는 ‘마음이 지쳤을 때까지는 아무런 손을 못 쓰다가, 완전히 병들고 나서야 도움을 받을 곳이 있는’ 상태라고 느꼈다.
‘좀 놀아본 언니들’은 어떤 곳이었나
- 비영리단체로서 10년간 4만4000여 명의 청년들을 대상으로 무료 상담을 제공해 왔다. ‘우리 사회에서 청년의 고민을 가장 많이 들은 NGO’라고 불리기도 한다. 저를 포함한 10여 명의 활동가들이 각자 본업을 가진 채로, 퇴근 후 또는 주말을 이용해서 대가 없이 타인의 고민을 들어주는 일을 해 왔다. 상담사 선생님이나, 정신과 의사 선생님 등 ‘선생님’이 아니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언니 오빠 같은 느낌으로 편하게 고민을 들어주고, 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는 정신건강 전문가를 만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도록 연결하는 ‘게이트웨이’의 역할을 해 왔다. 또한 매년 연구보고서를 발행해, 우리나라 2030 청년들의 마음 건강 실태를 연구자료로 제공하기도 했다.
<월간 마음건강>은 어떤 잡지인가
- 월간 마음 건강 매거진은 국내 최초의 '마음 건강 라이프스타일 매거진'이다. 마음이 아프고 나서 어떻게 치료할지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아프지 않은 보통의 우리가 '건강한 마음을 오래 유지할 수 있도록'하는 것에 그 목적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월간 마음 건강 편집부는 상담가 겸 작가로 대중에게 친숙한 저를 포함해서 웹툰 작가, 공간 기획자, 편집 MD, 브랜드 매니저 등 다양한 분야의 에디터들로 구성되어 있다. 정신질환의 치료가 목적이 아니라, 일상 속의 마음 돌봄이 목적이라면 심리학과 정신의학 지식만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물론 그 정보들도 필요하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줄 공간, 제품, 도서, 음악, 반려 동식물 등 다양한 매개체를 발견하고 소개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그래서 월간 마음 건강 편집부는 마음 건강 전문가는 물론 브랜드 전문가, 공간 전문가 등 다양한 시선이 공존하고, 이러한 ‘종합 마음 건강 돌봄 정보’를 큐레이션 하는 것이 목적이다.
<월간 마음건강> 편집장으로서 미디어가 마음건강에 어떤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나
- 지금까지 미디어는 마음 건강에 대해 양날의 검으로 작용해 왔다. 특히나 뉴미디어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최상의 것’들이 마치 흔한 것처럼 착각하게 했다. 상위 1%의 예쁨을 가진 사람을 보며 나와 비교하고, 근육질의 몸 좋은 사람은 너무 많은 것만 같고, 죄다 에르메스와 샤넬을 구입하고, 또 하루를 48시간처럼 ‘갓생’ 살고 나 빼고는 모두가 잘 사는 것 같은 불안감 속에 동기부여, 자기 계발 열풍이 사람들을 번아웃으로 이끌고 가는 데에 일조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미디어를 통해 정신의학 전문의, 심리학 전문가 등이 대두되면서 긍정적 작용도 물론 있었지만, 문제는 ‘구독자 수가 권위’가 되는 착시현상을 일으켰다는 거다. 구독자 수가 100만인 정신과 의사? 제일 유명한 사람이겠구나. 제일 유명한 토크쇼에 나온 심리학자? 제일 잘하겠구나. 착각하게 되면서 모두가 그리로 몰리게 되는 거다. 하지만 얼마 전 있었던 ‘부천 정신과 환자 사망사건’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방송에 많이 나오고 유명한 사람이 꼭 뛰어난 의사는 아닐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미디어를 통해 수 없이 쏟아지는 정보 중 ‘건강 한 정보’를 골라내서 추천할 수 있는 매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매거진을 만들게 된 거다.
마음건강이 안 좋은 이유를 뭐라고 생각하나
- 마음건강이 안 좋다. 라는 문장은 너무 범위가 큰 것 같다. 10여 년 전에는 ‘공황장애’가 정말 많았다. 정신과 진료실에서도, 상담실에서도요. 하지만 지금은 번아웃이 정말 많이 늘었다. 이렇게 ‘마음건강이 안 좋다’라는 말 속에도 특히 어디가 어떻게 안 좋냐 하는 구체적인 모습은 계속 변화한다. 지금 현재는 번아웃 범람의 시대라고 본다. 세계보건기구에서도 2019년에 이 부분을 언급하며 중요하게 다루었다. 제가 상반기에 출간했던 번아웃에 대한 연구 서적인 ‘마이크로 리추얼’이 제 예상을 뛰어넘어 베스트셀러가 됨은 물론 전 세계로 번역, 수출되는 모습을 보면서 번아웃이 한국 사회만의 문제는 아님을 피부로 느꼈다. 점점 더 나눌 수 있는 자원은 적어지는데, 그것을 개인의 탓으로 돌리며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 분위기가 사람을 더욱 지쳐가게 만든다. 자기 계발과 경제서가 도서 순위 1위를 놓치지 않는 지난 10년 간의 사회 분위기와 맞닿아 있다.
우울을 해소하는 장재열 편집장만의 방식이 있나
- 저는 다양한 방법으로 마음건강을 돌본다. 우울할 때는 춤을 추고, 번아웃이 왔을 때는 감정 일기를 통해서 자기의 마음을 좀 더 직관적으로 들여다본다, 화가 났을 때는 지우개 테라피라는 글쓰기 기법을 통해 감정을 토해낸다. 바디스캔이라는 호흡법과 싱잉볼을 이용해서 무기력할 때는 스스로를 회복하기도 한다. 이렇게 다양한 방법을 알고 있으면, 마치 카드 게임을 할 때 내 손에 쥔 패가 많아지듯이 내 상황을 돌보기 유리해진다. 단 두세 장의 카드를 쥐고 게임을 하는 것보다는 10장의 카드를 쥐고 게임을 하는 것이 더 많은 상황에 대처할 수 있듯이, 선택지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정보’를 많이 접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장재열 편집장에게 행복의 기준이 궁금하다
- 저는 행복이란 무탈한 날들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마다 행복의 기준이나 스타일은 모두 다를 테지만, 저는 부정적 감정이나 상황들이 적을 때, 그냥 ‘아 고요하구나’라고 느껴지는 평범한 날들이 쭉 이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30대에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또 주목받는 NGO단체의 대표로서 많은 성취를 하고 미디어와 정치, 언론, 문화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적도 있지만 늘 행복하다는 느낌은 아니었다. 자랑스럽다, 신기하다 이런 생각은 들었지만 ‘행복’이라는 느낌은 아니었다. 그런 과정들을 통해 저는 성취지향적인 사람이 아니라 안정과 평온을 지향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결국 ‘나’를 알고 ‘나’에게 맞는 삶의 방식을 찾아가는 게 중요한 것 같다.
2013년의 장재열과 같은 시기를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
- 당시 저는 우울증, 공황장애, 번아웃 증후군을 앓고 있었는데 ‘부끄러워 하지 마세요, 그리고 숨기지 마세요’라고 말하고 싶다. 도움을 구하는 일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우리가 팔이 부러지거나 맹장염에 걸릴 때 수치스러워하지 않듯, 마음의 병도 ‘질환’이고요. 질환이 오는 것은 인간 모두에게 피할 수 없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니까 말이다.
당시 무엇이 장재열 편집장을 힘들게 했나
- 저는 역시 번아웃 증후군이었지요. 어릴 때 집이 가난하다는 이유로 왕따와 학교폭력을 11년 정도 당했기에, ‘화려해보이는 삶’으로 도망가고 싶었다. 가해자들보다 성공하고 싶었다. 그래서 알바를 3개씩 해가며, 제가 벌어서 삼수를 해가며 서울대 미대에 입학했다. 대학 입학과 동시에 ‘2년 늦은 것을 만회하려고’ 40개가 넘는 스펙을 갖추어 삼성의 패션 관련 계열사에 가장 우수한 성적으로 입사를 했다. 나를 혹사시키면서 살아오는 게 너무 당연시 되었던 것 같다. 뒤처지지 않으려고, 경쟁에서 이기려고. 하지만 그 오랜 자기 혹사가 번아웃 증후군을 불러왔고 당시에는 번아웃 증후군에 대한 전문적인 연구가 많지 않던 시기라 치료를 놓치고 제 스스로도 부끄러워서 숨기면서 끝내 정신질환까지 얻게 된 거다.
삶의 우선순위가 궁금하다. 그리고 이유는 뭔가
- 평온함, 가족, 사랑, 친구, 돈, 명예 순인거 같다. 물론 돈이라는 가치는 중요하다. 하지만 저와 같이 미디어에 오래 등장했던 소위 인플루언서, 셀러브리티 분들에 비해서 저는 아주 적게 버는 편이다. 더 많이 벌려고 무언가를 벌리거나 하기 보다는 그 시간을 가족들과 보내거나 친구들을 만나곤 한다. 돈보다는 시간이 훨씬 더 한정된 자원이라는 걸 느꼈다. 특히 40대에 접어들고 친구나 지인들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는 것을 점점 보게 되면서 돈보다는 시간을 아껴쓰고, 내가 원하는 순간을 더 많이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가족이나 반려견과 함께 아주 평범한 하루를 보내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
어떻게 하면 스스로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돌볼 수 있을까
- ‘소거법’이 중요한 것 같아요. 내가 어떨 때 불편한지, 어떤 삶이 나를 괴롭게 했는지 잊지 않는 거다. 저의 경우는 2015년에 유튜버 1세대로 데뷔해 많은 사랑을 받은 경험이 있는데 구독자 분들과의 소통은 즐거웠지만, 팔로워수가 늘수록 ‘교주’처럼 따르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저 역시 아직 성장 중이고 공부중인 한 사람일 뿐인데 구독자 수가 많으니 저 사람 말이 맞겠지 라는 믿음이 커져가면서 사람들이 제 상담 영상을 보고 시키는 그대로 하기 시작했다. 그걸 보고 ‘야, 이거 돈되겠다’라고 생각하는 유튜버들도 있다. 그런 분들이 지금 작은 교주처럼 70만 구독자, 100만 구독자를 거느리며 살고 있다. 가짜 부자 사칭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유튜버도 그런 사람 중 하나다. 하지만 저는 공익활동가로서 이건 사람들이 진짜 건강해지는 길이 아니다 라고 생각해 그만두었다. 이렇게 ‘내가 불편함을 느끼는 지점’을 민감하게 느끼고, 남들이 다 가는 보장된 길이라도 무지성으로 따라가지 않는게 중요한게 아닌가 싶다.
일을 통해 발견한 ‘좀 놀아본 언니들‘ 대표로서 장재열, <월간 마음건강> 편집장으로서 장재열, 사람으로서 장재열은 어떤 사람인가
- 저는 돈 버는 머리가 좀 없는 사람. 항상 ’이게 사회에 필요한가‘를 생각한다. 그래서 제가 사실 활동 경력도 길고, 인지도도 적지 않은 편이니 새로운 브랜드를 만든다고 했을 때 투자자 분들께서 많이들 와 주셨다. 그런데 다 하나같이 ’돈 되는 걸 하셔야죠 잡지는 돈 안돼요‘라고 하셨다. 하지만 저는 이게 사회에 필요하니까 하고 싶어요 라고 말했다. 저는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럴 거다. 그리고 무엇을 하든 10년을 하는 사람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앞으로 월간 마음건강도 10년은 해나가야겠다고 믿고 있다.
장재열 편집장의 꿈은 뭔가
- 월간 마음건강이 지금은 웹 매거진이지만 종이잡지가 되어 전국의 도서관. 대학, 사회복지시설의 정기간행물실에 비치되길 꿈꾼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월간 디자인, 월간 낚시를 읽듯이 스스럼 없이 마음건강 잡지를 읽는 세상. 그걸 읽고 있다고 사람들이 ’저 사람 정신적으로 문제 있나봐‘라고 생각하지 않는, 마음을 돌보는 게 너무 평범한 일상의 행위가 되는 세상을 꿈꾸게 된다.
‘리커넥트 - 누구나 한번은 혼자가 된다‘는 어떤 책인가
-’리커넥트 – 누구나 한번은 혼자가 된다‘는 공익재단인 청년재단과 가수 지드래곤이 설립한 저스피스 재단, 그리고 저 장재열 작가가 함께 준비한 책이다. 아주 쉽게 말해서 ’고립‘, 그 중에서도 사회적 고립(social isolation)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책이다. 정부 추산으로 성인의 30%가 생에서 한번 이상 고립을 겪는다고 말하는데, 이 사실을 들으면 ’엥? 그렇게나 많다고?‘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우리는 고립을 ’은둔‘이랑 혼동하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고립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방 안에 있는 은둔(히키코모리)의 이미지를 떠올리다보니 나와는 상관 없는 일, 이라고 생각하고 스쳐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실제로는 집 밖에 나가서 일도 하고, 알바도 하고, 학교도 다니는데 연락할 사람이 한명도 없는 상태 또는 몸이 아플 때 도와달라고 말할 사람이 한명도 없는 상태 등 ’사회적 연결이 0명‘인 상태를 말한다. 요즘 말로 “관계를 다 끊고 잠수타버린” 상태, 또는 자기가 원치 않았지만 다 끊어진 상태라고도 할 수 있다. 현대사회에서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데, 자기 자신조차도 자기가 고립인지 모른 채 동굴 속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그래서 두 재단과 함께 고립을 경험했다가 빠져나온 100명의 실제 사례자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속에서 ’고립에서 벗어나게 해준 공통된 전환점‘을 발견해서 책으로 담게 됐.
삶의 전환점이 됐던 순간이 궁금하다
-이 책의 부제는 누구나 한번은 혼자가 된다 이지만, 슬로건은 생의 전환점을 만드는 연결의 힘 이라고 지었다. 사실 누구나 한번은 혼자가 되지만, 그 혼자의 상태에서 모두가 스스로 걸어나올 수 있는 건 아니다. 모두에게 각자의 전환점이 필요한데 저의 경우는 보이지 않는 많은 사람들과의 연결이었다. 연결이라는게 꼭 정말 사람들과 신체적으로 물리적으로 만나고 연결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저는 번아웃과 우울증, 공황장애로 2013년에 직장을 퇴사하고 글쓰기 치료를 받던 때, 그때 연결을 느꼈다. 종이 노트가 아닌 인터넷 블로그에 제 마음을 적고, 글쓰기 치료를 해나간 게 신의 한수였다. 수많은 저와 비슷한 사람들이 제 글을 접하게 됐고 제게 용기와 응원을 보내주기도 하고, 또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있다며 메일로 자기 사연을 보내주기도 하면서 ’아 나만 이런 것이 아니구나‘라는 발견이 있었고,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돕고싶다는 마음이 저를 상담가 겸 작가의 길로 이끌었다.
장재열 편집장이 생각하는 고립의 정의는 뭔가
- 일단 은둔과 착각하면 안되는 것. 별개의 것. 이라는게 가장 중요하다. 이 책을 쓰기 위해 100명을 인터뷰 하면서 알게된 건데, 두 개는 전혀 다른 것이라는 거다. 고립은 ’타인과의 정신적 연결이 다 끊어진 상태‘인거다. 그래서 훨씬 범위가 넓다. 예를 들어 은둔하는 사람 대부분은 미취업상태다. 방에서 안나오니까. 그래서 대부분 소득이 없거나 적다. 그런데 고립의 경우는 사례자 중 초대형 로펌 변호사도 있었다, 대기업 인도 주재원의 배우자이자 본인 역시 전직 대기업 과장급인 주부도 있었다. 경력단절여성도 있었고, 83세 할아버지도 있었다. 소득수준도, 학력수준도, 직업 유무도 아주 다양하다는 거다.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인생에서 가장 어두운 시기. 그래서 아무에게도 날 보이고 싶지 않고, 보여지지 않길 바래서 숨다 보니 나갈 방법을 잊어버리는 거. 그게 고립이 아닐까 한다.
고립의 시기를 의미있게 만드는 법이 궁금하다
- 고립의 시기는 내가 나를 회복하려는 필사적인 보호본능이 극대화된 시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책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인생에서 너무 큰 파도가 몰아쳐서 바닥에 납작 엎드린 시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건 자기를 보호하려는 마음에서다. 나만 왜 이럴까 나는 왜 이럴까라고 비난하지 않는 마음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럼 비난 대신 그 시간에 무엇을해야하는가? 나는 나에게 어떤 시간을 만들어줘야하는가?를 책에 담고자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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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열 편집장이 전하는 메시지 [사진= 김호이 기자]
왜 이렇게 고립 청년들이 많은걸까
- 책에서도 중요하게 다루는 지점인데 ’환경‘이 점차 생존에 불리해질수록 고립을 택하는 사람도 많아지게 된다. 상당수의 청년들이 고립된 자신의 ’성격‘을 문제라고 생각하고 자기탓을 하는 것을 참 많이 봐 왔다. 하지만 제가 상담가로 살면 살수록 ’어? 이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시스템이 점점 더 낙오자를 많이 만드는 형태로 나아가기 때문인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낙오자는 예전보다 더 많아지는데, 낙오를 한번 하면 그 갭을 메우기는 더 어려워지니, 실패가 아예 두려워서 시작조차 하지 않고 숨거나, 실패를 한번 겪고 재기를 하지 못한 채로 숨거나, 아니면 성공을 하다가도 한끗 삐끗하면 재기하기 힘들어지니 숨거나. 결국은 사회안전망이 줄어들수록 점점 더 많아질 수밖에 없을 거다.
장재열 편집장은 건강한 삶을 뭐라고 생각하나
- 건강한 삶은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삶‘이라고 생각한다. 한번도 안 아픈 삶 말고, 아프더라도, 다치더라도 다시 정상궤도로 돌아올 수 있는 삶. 그래서 리커넥트를 집필하게 됐다. 사실 두 재단에서 책 집필을 함께하자고 제안하셨을 때 부담이 됐다. 전작인 마이크로 리추얼을 출간한지 1년이 채 안되었고, 그 책이 지금 베스트셀러로 세계 곳곳에 번역출간 되어서 많은 분들게 사랑받고 있는 시기에 너무 빨리 차기작을 집필하기는 부담스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수락했던 것은 책의 부제처럼 누구나 한번은 혼자가 될 정도로 ’우리는 너무 흔하게 고립을 겪고 있는데, 막상 자기 일인지도 몰라서 방치하고 더 병든다’라는 문제의식이 공감되었기 때문이고, 고립에 대한 담론이 우리 사회에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개인의 삶이든 감정이든, 경제력이든 한번 무너졌을 때 재기하기 어렵다고 믿는, 그래서 너무 불안하고 두려움의 강도가 큰 사회다. 그렇지 않다는 희망의 증거들을 100분의 사례를 추려서 책으로 전하고 싶었다.
요즘 시대에 가장 필요한 건 뭐라고 생각하나
- 연결이다. 연결과 연대의 힘. 지금 이 시기에도 많은 시민들이 사람들의 연결과 연대로 세상이 조금씩 바뀌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지 않나. 세상 뿐 아니라 한 사람의 마음과 인생에도 많은 이들과의 연결과 연대를 통해 얼마든지 바뀔 수 있음을 꼭 말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마음이 건강한 세상을 꿈꾸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말씀 해달라
- 지금 이 순간, 오늘의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오늘 먹고 싶은 것, 오늘 하고 싶은 말. 한국 사회는 남에게 친절하고 나 자신에게 가장 가혹한 문화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나 자신에게 친절해지면 모두가 건강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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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열 편집장과 [사진= 김호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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