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中·加 ·멕시코에 관세 부과"…글로벌 관세전쟁 본격화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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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동현 기자
입력 2025-02-01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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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개국, 보복성 맞불 관세 시사…"즉각 강력 대응할 것"

  • 석유·반도체 등 품목별 관세 예고…EU·한국 타격 예상

2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행정명령에 서명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EPA연합뉴스
지난 1월 2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행정명령에 서명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월 1일(현지시간)부터 중국·캐나다·멕시코에 대한 '관세 부과' 조치를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상대국들은 즉각 반발하며 맞대응을 예고했다. 미국 신(新)행정부가 출범하자마자 '트럼프발(發) 글로벌 관세전쟁'이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열하루 만인 31일(현지시간) 이 같은 조치를 발표했다. 이는 집권 1기 때 중국과의 관세 전쟁을 취임 1년이 훌쩍 지나 시작한 것에 비해 매우 빠른 속도다. 대선공약 실현을 내세워 미국우선주의를 관철하기 위한 행동에 나선 것이다.

더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연합(EU)에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관세를 통한 통상분쟁이 사실상 전 세계로 확산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캐나다 등이 오늘 밤 내일 관세 부과를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지금은 없다"고 답했다.

'관세 부과 예고가 협상용 수단이 아니냐'는 후속 질문에도 "아니다. 그렇지 않다. 그것은 순전히 경제적인 것"이라며 3개국과의 무역 적자를 거론했다. 이른바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과 불법 이주민의 미국 유입 문제 등도 함께 언급하며 관세 부과 방침을 재차 강조했다.

이에 상대국들은 보복관세 부과 등 맞대응을 예고했다.

멕시코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정부는 일찌감치 "맞고만 있지 않겠다"며 맞불 관세를 예고했고, 캐나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도 "즉각적이고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현재는 북미 대륙에서 무역 마찰이 발생하는 상황이지만, 조만간 EU와도 확전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EU에 대한 관세 부과 가능성에 대해 구체적 시점은 언급하지 않았으나 "틀림없이"라고 답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사회에 반도체, 석유, 철강, 의약품 등에도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것을 예고했다. 관세 중심의 통상 및 대외정책 운용 기조를 재확인한 것이다. 반도체·철강·알루미늄·의약품은 수개월 내, 석유·가스는 2월 18일께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고 구체적 시점까지 언급했다.

실제 미국이 경쟁국은 물론 동맹국에까지 무차별적으로 관세를 부과하고 품목별 관세까지 시행한다면, 자유무역 기조가 확대돼온 국제 무역 질서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한국도 미국의 관세 부과 대상에서 예외가 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한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일본과 함께 미국의 대표적 동맹국이지만, 최근 역대 최대 규모의 대미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게다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안보 무임승차국'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 대상으로 직접 언급한 반도체는 한국의 대미 주력 수출 품목이다.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관세 부과 관련 행정명령에 2월 1일 서명할 예정이다.

앞서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낮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2월 1일부터 멕시코와 캐나다에 25% 관세, 중국에 10% 관세 부과를 시작할 것임을 확인한다"고 밝혔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따르면 2022년 수입 기준으로는 중국이 5363억 달러(전체의 14.6%)를 차지해 1위를 기록했다. 이어 멕시코(4548억 달러), 캐나다(4366억 달러) 등의 순이다.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 대한 전면적 관세가 현실화하면 2023년 기준으로 관세 부과 대상은 1조3000억 달러(약 1894조원) 이상이 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미국과 무역협정(USMCA)을 맺고 있으며 상당수의 제품에 관세가 부과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캐나다와 멕시코의 경우 사실상 산업적으로 미국에 통합돼 있다는 게 미국 언론의 평가다.

이는 캐나다와 멕시코뿐만 아니라 미국 기업도 관세 부과에 따른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미국 경제연구소인 하이프리퀀시이코노믹스 창립자인 칼 와인버그는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25% 관세 부과 시 미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6%, 2분기는 추가로 0.1%의 타격을 받을 것으로 추산했다.

이런 이유로 자동차 및 에너지 관련 미국 업체들은 관세 부과에 반대하는 입장을 사전에 전달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미국 내에서는 캐나다 등에 대한 관세 부과로 인플레이션이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 관세가 시행되면 식료품부터 자동차, 휘발유에 이르기까지 모든 물건 가격이 오르면서 중산층이 살기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우리는 동맹국을 공격하기보다는 중국과 같은 경쟁자에 대해 강하게 압박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다만 2월 1일부터 캐나다, 멕시코, 중국 등에 대한 관세 부과가 시행되더라도 얼마나 지속될지는 현재로서는 단정할 수 없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일정 정도 목표를 이뤘다고 판단할 경우 조기에 이를 종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최근 콜롬비아 사례를 보면 관세 부과 일정을 막판에 변경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6일 불법 이민자의 본국 송환에 대한 비(非)협조를 이유로 콜롬비아에 고율 관세를 즉각 부과했다가 9시간여 만에 보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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