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골드버그 전 주한 미국대사는 한국의 비상계엄에 대해 '엄청난 실수'라고 평가하며 당시 이러한 입장을 한국에 분명히 밝혔다고 말했다.
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골드버그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화상 인터뷰에서 "분명히 '비민주적인 행동'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한 당시 한국 측에 자신의 입장을 분명하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골드버그 전 대사는 2022년 7월 주한 대사로 부임 후 지난달 7일 이임한 가운데 한국의 비상계엄과 이후 탄핵 국면을 현장에서 지켜본 인물이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선포 당일인 지난해 12월 3일을 떠올리며 "대부분의 사람처럼 민주주의가 잘 확립된 나라에서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첫 반응은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계엄 선포 직후 한국 당국자들과의 소통과 관련해 "전혀 만족스럽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통령실 관계자와 연락이 닿았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그는 내가 가진 수준의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며 "그날 밤은 혼란스러웠고, 각료와 다른 정부 관계자 중 많은 사람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몰랐기 때문에 지나치게 비판적으로 말하지 않겠다"고 했다.
계엄령 선포 이후 한국의 후속 절차와 법원의 행보에 대해서는 "한국인들, 특히 한국 정치권이 국회와 법원을 통해 헌법 절차를 따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한반도 비핵화는 美의 오랜 정책…한미 간 소통 이상적이지 않지만 충분
골드버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칭한 것과 관련해 "한반도 비핵화, 특히 북한 비핵화를 추구하는 것이 미국의 오랜 정책"이라며 "비핵화 정책은 중요하며 한미동맹을 유지하고, 세계 다른 나라들을 규합하는 데 도움이 된 정책이라고 생각하며, 거의 만장일치의 견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비핵화가 최선의 길이라고 믿는다면 북한을 '핵 국가'(nuclear state·공인 핵보유국)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얼마 전 한국 전(前) 외교부 장관의 글을 읽었는데, 거기서도 비핵화를 위한 어떤 조치를 취하든 모든 것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과정'이 될 것이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정치적 혼란 속에서 현재 한미 간 소통과 관련해선 "이상적이지는 않지만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트럼프 정부에서 있을 북·미 간 대화에 관해선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 대해 말한 것이 있지만 현재로서는 '발언'이지 '정책'이 아니다"라며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의 새로운 관계를 고려할 때, 그 모든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과의 외교, 우리의 군사 및 안보, 경제 관계 등에 있어 모든 돌발 상황과 시나리오에 대비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2기 행정부서의 한미 관계 "매우 넓고 깊어"
골드버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한미 관계에 대해선 "한미 관계는 매우 넓고 깊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트럼프) 행정부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중 일부 요소는 예측할 수 없으며 정확히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 바이든 행정부는 인센티브를 통해 투자를 장려하고,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를 쓰려고 하는 등 접근 방식에 차이가 있다"며 "우리(한미)는 인공지능(AI)과 양자물리학, 기후 등 과학과 기술 분야에서 협력하기 위한 모든 종류의 양자 및 3자(한·미·일) 간 노력을 구축했다. 많은 일들이 진행 중인데 양국 모두에 이익이 되는 것들이 가장 부각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끝으로 "한국 정부가 경제 측면뿐 아니라 군사 및 안보 측면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으며, 그러한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그것이 여러분들(한국)이 할 수 있는 전부일 것이다. 아직 (트럼프의 기조를) 예측할 수 있고, 아무것도 정립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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