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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취지 퇴색된 유통법 개정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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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백 부장
입력 2025-02-05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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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백 산업2부장
서영백 산업2부장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가 도입된 지 올해로 14년째를 맞았다.

2012년 대형마트와 골목상권, 전통시장의 상생을 도모하기 위해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에 따라 대형마트는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할 수 없으며 월 2회 의무휴업을 실시해왔다.

의무휴업은 공휴일 휴무가 원칙이며, 이해당사자와 합의가 있을 때만 평일로 전환할 수 있다. 영업이 금지된 시간대와 의무휴업일에는 온라인 배송도 할 수 없다.

최근 10년 새 유통시장의 흐름이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의 경쟁구도에서 온라인-오프라인으로 급변하면서 대형마트 의무휴업은 업계의 해묵은 논쟁거리로 전락한 지 오래다.

신세계와 롯데,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를 운영하는 대기업들은 유통산업의 주도권이 온라인으로 넘어간 상황에서 실효성이 크지 않다며 규제 방식의 변화를 요구해왔다. 하지만 거대 야당의 정치지형이 이어지면서 법 개정은 여전히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의 실효성 논란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대형 점포가 쉬는 날 전통시장으로 가는 소비자가 소수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조사 결과나 수치가 뒷받침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 대형마트보다 온라인에서 장을 보는 사람이 늘고, 의무 휴업일에 전통시장 매출이 오히려 동반 감소하는 상황도 있다.

바뀐 시대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법은 여러 폐해를 낳기 마련이다. 21대에 이어 22대 국회가 열리자마자 여당은 물론 야당에서도 개정안 발의가 잇따르는 것은 그 때문이다.

정부와 여당은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그 배경에는 앞서 언급한 달라진 유통시장이 자리하고 있다. 온라인 시장이 급성장한 현실에서 오프라인 유통업체에 대한 규제만 고집하기 힘든 상황이다.

필요한 물품을 인터넷 장보기로 얼마든지 적기에 구입할 수 있는 데다 알리, 테무 등 e커머스가 급부상한 지금 법 개정을 통해 국내 업체가 공정한 위치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법 개정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저성장 터널은 길어지는데 민간 소비 증가율은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당장 내수를 진작시킬 현실적 방안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성장률 둔화와 물가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재정과 통화정책 양면에서 한계에 봉착한 정부로서는 규제개혁만이 성장잠재력을 키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다.

문제는 경제 살리기 입법권을 쥔 국회다. 정부는 의무휴업 공휴일 지정 원칙을 삭제하고 대형마트의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법을 바꾸겠다고 했지만 국회에서 다수를 점하고 있는 야당과의 협조가 원활하지 않은 상태다.

더불어민주당은 대기업에 대한 강압적인 규제만이 능사라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 대기업들이 소상공인과의 상생, 혁신에 앞장서도록 유도하는 것이 위기 극복에 도움이 될 것이다.

기존 유통법이 모순투성이라는 사실은 정치권을 비롯해 모두 알고 있다. 유통법의 취지였던 전통시장·골목상권 보호는 이미 퇴색됐고, 오히려 대형마트의 발목을 잡는 쪽으로 변질됐다.

법 시행 10년이 넘은 지금 법과 제도가 취지를 벗어났다면 변화된 상황이 반영되도록 손보는 게 마땅하다. 국회는 대형마트와 골목상권, 전통시장, 소비자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유통법 개정 논의에 서둘러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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