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츠가 선진국처럼 성장하기 위해서는 규제 완화가 가장 중요하다. 국제 표준에 맞는 추가적인 세제 혜택과 금융 지원, 토지 이용 규제 완화 등을 통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정병윤 한국리츠협회장은 앞으로 국내 리츠(REITs·부동산 투자회사) 시장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리츠는 2001년 국내에 처음 도입돼 부동산 투자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2011년 69개 리츠·8200억원에 불과했던 시장 규모는 지난해 395개 리츠에 자산 규모 100조원을 넘어섰다.
국내 리츠 시장은 미국·일본 등 선진국과 비교하면 걸음마 수준이다. 정부가 리츠산업을 규제 중심으로 관리하고 있어서다. 다만 최근 '리츠 활성화' 방안이 잇따라 발표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투자자 확대에 힘입어 앞으로 성장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정 회장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시기에 리츠 제도를 도입했으나 훨씬 앞서 가고 있는 일본과 싱가포르 수준으로 경쟁력을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정 회장과 일문일답한 내용.
-다른 재테크 수단과 비교했을 때 리츠만의 장점은.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는 일반 주식 대비 높은 배당 수익률(2023년 기준 7.2%)을 분기 또는 반기별로 지급받을 수 있다. 개인형 퇴직연금(IRP)이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통해 절세도 가능하며, 소액으로도 우량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기업은 리츠 자산에 임차인으로 들어가면 배당금을 받을 수 있다. 또 부동산 보유로 발생하는 세금이나 부동산 관리·운영 비용 등 지출이 나가지 않아 여유 자금이 생긴다.
정부는 국가 재정이나 특혜 논란 없이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임대주택 공급을 예로 들면 먼저 정부가 사업성이 낮은 공급지를 규제 완화를 통해 사업성을 확보한다. 이를 기반으로 리츠가 임대주택을 개발해 운영 수익과 추후 매각 차익을 일반 투자자에게 배당금 형태로 분배하는 것이다. 일반 투자자 소득은 늘어나고 주택 공급량은 탄력적으로 조절해 사회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국내 리츠가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는 데 필요한 정책은.
"결국 규제 완화다. 미국은 리츠가 편입할 수 있는 부동산이 매우 다양하며 리츠 관련 규제 자체가 거의 없다. 90% 이상 배당 등 기본 요건만 갖추면 법인세 혜택을 받도록 규정한다.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시장의 다양한 시도를 제한하는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특히 유상증자 절차 단축과 제도 개선이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유상증자 1차 발행가액은 5% 할인 발행을 해야 한다. 또 3단계 발행가액 산정 과정을 거치면서 유증까지 오래 걸린다. 그러면서 두 차례 산정한 발행가액 중 낮은 가격을 기준으로 신주가액이 결정돼 단계마다 주가를 의도적으로 낮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은 유상증자 때 발행가액을 산정한 뒤 바로 상장을 진행한다. 국내 리츠 역시 유상증자 발행가액을 초기에 확정 지어 단기간에 완료할 수 있어야 한다.
리츠 사업성 제고를 위한 세제 개편도 필요하다. 이미 일본은 취득세를 감면하고, 싱가포르는 배당소득 비과세를 시행 중이다. 우리나라도 취득세와 종부세 등을 감면하고 용적률 등 토지 이용 규제를 과감히 완화하는 등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가계부채 완화 방법으로 리츠를 활용해 주택을 사는 '한국형 뉴리츠'를 제안했다.
"제안은 혁신적이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한국형 뉴리츠는 임차인이 리츠에 투자해서 배당금으로 임대료를 줄이고 추후 주택 가격 상승에 따른 시세 차익으로 자산 형성을 한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개인의 보증금에는 대출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 가계부채 완화라는 본래 취지와 상충할 수 있다.
따라서 개인이 아닌 은행 등 대출기관 중심인 투자 모델을 제안하고 싶다. 개인이 보증금을 목적으로 대출하는 금액을 은행이 임대인에게 보증금으로 입금한다. 그 대신 은행은 소유권과 처분권 등 권리 없이 배당을 우선적으로 받는 우선주 출자 방식으로 리츠 주식을 보유하는 것이다. 은행의 리츠 주식 구입에 따른 위험과 관련해 정부가 별도로 기금을 조성하거나 보증을 통해 위험을 낮추는 정책을 만들면 대출도 줄이고 리츠도 발전할 수 있다."
-미분양 문제 해소에 기업구조조정(CR)리츠 제도 도입했으나 실효성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2009년 도입할 때보다 혜택이 적고 부동산 경기 회복에 대한 전망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실효성 제고를 위한 추가 지원책이 필요하다.
올해 CR리츠 지원 혜택 중 하나인 취득세 중과 배제를 넘어 완전 면제로 전환하고, 양도소득세 관련 추가 혜택을 도입해야 한다. 또 업계에서 간절히 원하는 LH의 매입 확약 제도를 재도입하고, 매입 확약자에게 추가 세제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
-부동산 시장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리츠 시장 성장을 위해 준비 중인 사업은.
"그동안 제도 개선을 위해 목소리를 내왔고 여러 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는 상태다. 현물출자 과세 이연, 재간접리츠의 상장지수펀드(ETF) 투자 허용 등 발표된 정책이 먼저 조속히 시행돼야 한다. 계류 중인 법안 가운데 프로젝트 리츠도 있다. 하루빨리 해당 제도가 도입돼 리츠산업 활성화에 이바지할 수 있기를 바란다.
앞서 말한 세제 개편·유상증자 제도 개선과 함께 외국인 투자자 유치를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그러려면 리츠 간 합병을 허용하고 투자 확대를 위한 월배당 도입이 필요하다. 일정 요건을 갖춘 외국인 투자자에 대해서는 1인 주식지분 한도제한도 완화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재 국내 리츠 시장은 본격적으로 성장 중이다. 최근 큰 폭의 주가 변동성 이슈들은 성장 과정에서 생기는 성장통이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성장통을 바탕으로 장기적으로는 더 큰 시장으로 성장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
-회장 취임 4년 차를 맞았다. 취임 이후 가장 기억에 남는 성과를 꼽으면.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6월에 발표한 '리츠 활성화 방안'이다. 부동산 개발사업에 투자하는 프로젝트 리츠 도입과 함께 리츠 투자 대상·합병 가능 범위가 확대되는 것이 정책의 핵심 내용이다.
기획재정부에서 지난해 발표한 세법개정안에 따라 올해부터는 리츠 투자자에게 더 많은 배당을 주는 이른바 배당확대법도 시행된다. 지난해 11월엔 금융위원회에서 자본시장법 시행령 입법예고를 발표하며 ETF를 상장재간접리츠와 리츠ETF에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 정책들이 리츠 시장 성장을 촉진하는 중요한 발판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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