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가 각 언론사의 기자실 자리를 연례적으로 순환시키겠다며 미국 주요 매체 4곳에 기자실 퇴거를 통보했다.
1일(현지시간) 미국 NBC방송에 따르면 조너선 얼리엇 미 국방부 대변인은 전날 국방부 기자단에 보낸 메모를 통해 “국방부의 제한된 기자실 공간에서 일하는 특권과 저널리즘적 가치를 누리지 못한 매체에 이 공간에 접근할 권한을 확대할 것"이라며 연례 언론사 순환 프로그램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뉴욕타임스(NYT)와 NBC방송, 공영 라디오 NPR,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등 언론사 4곳은 오는 14일까지 기자실에서 자리를 비워야 한다. 이들 자리에는 타블로이드지 뉴욕포스트, 케이블채널 원아메리카 뉴스 네트워크, 인터넷 매체 브레이트바트와 허핑턴포스트에 돌아갈 예정이다.
앞서 지난 28일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이 첫 백악관 기자 브리핑에서 "브리핑룸에 '새로운 미디어'가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가 시행하는 미디어에 대한 주요 변화의 일환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에 비판적인 매체들을 몰아내기 위한 수순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뉴욕포스트, 원아메리카 뉴스 네트워크, 브레이트바트는 보수적 성향을 띤 언론사로 친(親)트럼프 성향의 매체로 평가받고 있다. 허핑턴포스트는 진보적 성향을 띠고 있지만 국방부 출입 기자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NBC방송은 "이번 조치로 국가 공익을 위한 취재와 보도에 상당한 장애가 발생하지만, NBC는 항상 그랬듯 동일한 진정성과 철저함으로 보도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수십 년 동안 긴급 뉴스를 진행할 수 있는 '부스'를 운영한 만큼 NBC 뉴스가 이를 정리한 이후에도 국방부 기자실에서 방송할 수 있는 기술적 역량을 갖추게 될지는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NPR도 성명을 통해 "50개 주 전역의 지역 공공 미디어 방송국 네트워크를 찾는 미국인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NPR의 공익 사명을 방해하지만 열정과 성실함을 가지고 계속 보도할 것"이라며 국방부의 결정에 유감을 표했다.
마이크 발사모 미국 언론단체인 전미언론클럽(NPC) 회장은 "미 정부의 운영에 대한 언론인의 보도 능력을 제한하는 모든 조치는 투명성과 언론의 자유를 소중히 여기는 모든 사람에게 경종을 울린다"며 "국방부의 결정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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