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인건비 등 건설원가 상승으로 서울 아파트 분양가와 매매가격이 치솟고 있는 가운데 정부 정책대출에 기대야 하는 실수요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입주 물량 부족 등으로 갈수록 내 집 마련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청년, 신혼부부 등 정책대출 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입지의 분양가와 집값 상승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책대출이 필요한 서민·중산층의 내 집 마련 기회는 줄어들고 '로또 청약'만 키운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토부는 이르면 이달 중 청년주택드림대출을 선보일 예정이다.
해당 대출은 지난해 2월 출시한 ‘청년주택드림청약통장’과 연계되는 상품으로, 이 청약통장을 통해 청약에 당첨된 20~39세 무주택자는 청년주택드림대출을 이용할 수 있다. 통장에 1년 이상 가입하고 1000만원 이상 납입조건도 충족해야 한다. 최저 연 2.2%대 금리로 아파트 분양가의 80%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만기는 최대 40년이다. 이달 통장이 출시된 지 1년이 돼 대출 대상자가 나온다.
다만 지난해 출시된 신생아특례대출처럼 청년주택드림대출 역시 분양가 6억원, 전용 85㎡ 이하 주택으로 조건이 한정돼 정책 실효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분양가 인상이 가팔라지면서 대출 대상 주택을 구하기조차 어렵다는 지적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조사 결과 지난해 서울 민간아파트의 3.3㎡(1평)당 평균 분양가(공급면적 기준)는 4408만9000원으로 전년(3500만8000원) 대비 25.9% 상승했다. 분양가와 상승률 모두 HUG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5년 이래 최고치다. 최근 서울 외곽지역인 서울 노원구에 공급된 '서울원 아이파크'의 경우 가장 작은 면적인 59㎡의 분양가가 9억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3월부터 현재까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게시된 입주자모집공고를 확인한 결과, 서울 29개 단지 중 4곳만이 분양가 6억원 이하 아파트가 포함됐는데 모두 10평대에 그쳤다. 10평대 아파트에 청약하거나 경기·인천 등 서울 밖으로 나가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문제는 정책대출을 이용하지 않으면 이자 부담이 더욱 커져 수요자들의 부담이 가중된다는 점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신용점수 901~950점대의 만기 10년 이상 분할상환 주택담보대출 이자율은 5대 시중은행(KB국민·NH농협·신한·우리·하나은행) 평균 연 4.38%에 달한다.
전셋값도 가파르게 올라 정책대출로는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다.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는 6억3267만원으로 집계됐다. 아파트·연립주택·단독주택을 포함한 서울 주택 평균 전세가도 4억8777만원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분양가가 지속적으로 높아질 경우 저출생 대응, 내 집 마련 지원이라는 정책대출의 취지가 반감될 수 있다며 꾸준한 주택공급과 대출 규제 완화 등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현재 분양가 오름세를 고려할 때 사실상 서울 내 진입은 요원한 상황"이라며 "정책대출의 취지를 위해서라도 도심 내 주택공급을 확대하고, 대출의 대상 범위를 넓혀 서민들의 내 집 마련 부담을 줄여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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