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 상승세가 한풀 꺾였지만 트럼프발 관세 전쟁 우려에 원·달러 환율이 재반등하면서 기름값 하락을 제약하고 있다. 소비 침체와 경기 위축도 심각한 상황이라 이달 말 종료되는 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 여부와 정치권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논의에 관심이 쏠린다.
3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ℓ당 1733.33원으로 전일 대비 0.28원 올랐다. 국내 휘발유 가격은 지난해 10월 셋째 주 이후 16주 연속 오름세다. 고환율 기조에 국제 유가까지 오르면서 지난달 중순 1700원 선을 돌파했다.
국제 유가는 지난주부터 하락 반전했지만 환율이 문제다.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는 1월 다섯째 주 배럴당 81.4달러를 기록하며 직전 주보다 1.1달러 내렸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 조치로 글로벌 무역 전쟁 우려가 커진 탓에 이날 환율 주간거래 종가는 1467.2원으로 전날보다 14.5원 급등했다.
고환율이 기름값 하락세를 제한하면서 이달 말 종료되는 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2022년 7월부터 휘발유와 경유 등 유류세 인하 폭을 37%까지 확대한 이후 지난해부터 휘발유는 25%로 축소한 뒤 일몰 기한을 연장해 왔다.
가장 최근 연장을 결정했던 지난해 11월 말 휘발유 가격이 1640원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추가 연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심각한 소비 위축도 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연간 및 12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여파로 소매판액지수가 전월 대비 0.6% 줄면서 한 달 만에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같은 날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내놓은 '2025년 1월 소상공인시장 경기동향조사'에서도 설 명절 연휴가 낀 지난달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체감경기지수가 각각 6.1포인트, 0.4포인트 하락하는 등 경기 냉각기가 길어지고 있다.
경기 침체 경고음이 커지면서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추경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추경 최대 걸림돌로 꼽히던 '전 국민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에 대해 양보 의사를 밝힌 데 이어 정부·여당도 태도를 전향적으로 선회하는 분위기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여·야·정 국정협의체에서 추경의 세부 사업 등을 구체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반도체특별법 등 민생·경제법안들에 대한 논의가 함께 이뤄져야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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