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부당 합병과 회계 부정 관련 의혹을 벗음에 따라 재계에선 그의 삼성전자 등기이사 복귀와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부활 등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계열사 준법경영을 관리·감독하는 독립기구인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이찬희 위원장을 필두로 많은 삼성 관계자가 삼성전자 위기 극복과 미래 성장을 위해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와 그룹 컨트롤타워를 재건을 촉구하는 상황이다.
3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2019년 10월 사내이사에서 퇴임한 후 미등기 임원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2022년 10월 삼성전자 회장에 임명됐지만 그룹 의사 결정을 하는 이사회에는 속해 있지 않은 상황이다. 삼성, SK, 현대차, LG 등 4대 그룹 총수 가운데 미등기 임원은 이 회장이 유일하다.
이에 회사 안팎에선 책임경영을 위해 이 회장이 등기이사로 복귀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일례로 이찬희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연간 보고서 발간사를 통해 "삼성전자가 대내외 위기를 극복하고 외형적인 일등을 넘어 존경받는 일류 기업이 되려면 △최고경영자의 등기임원 복귀 등 책임경영 실천을 위한 혁신적인 지배구조 개선 △경영 판단의 선택과 집중을 위한 컨트롤타워 재건 △조직 내 원활한 소통에 방해가 되는 장막 제거 등이 있어야 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삼성전자와 무관한 외부 전문가조차 2017년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고 2019년 이 회장이 등기이사에서 물러나면서 경영진의 신속한 의사 결정과 대규모 인수합병 추진이 어려워진 것이 삼성전자 위기의 근본 원인이라고 진단한 것이다. 이 위원장은 "삼성전자가 이제 준법 경영과 거버넌스 측면에서 안정된 모습을 보이는 만큼 과거에서 벗어나 주주·투자자와 이해관계자들에게 경영 성과를 보여줄 필요성이 있다"며 이재용 회장에 대해 등기이사 복귀를 촉구한 이유를 설명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도 "삼성전자가 대내외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이 회장이 무죄 선고를 받은 만큼 등기이사로 신속하게 복귀하는 게 옳다고 본다"며 "리더가 있어야 삼성전자가 강력한 동력을 얻어서 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이르면 올해 3월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에 이 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안건이 올라갈 것으로 예측된다. 전문가들도 이 회장이 2016년 10월 갤럭시노트7 발화 사고로 대내외 품질 논란이 불거지자 임시주총으로 등기이사를 맡으며 책임경영을 보여준 것처럼 HBM(고대역폭메모리)·파운드리(위탁생산) 부진 등 위기 속에서 등기이사로 복귀해 위기를 직접 극복하는 게 대량의 자사주 매입에 버금가는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장이 등기이사로 복귀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오너와 대표의 의사 결정을 보좌하는 싱크탱크로서 삼성그룹의 미래 방향성을 설정하던 미래전략실 부활에도 한층 힘이 실리게 됐다. 삼성전자는 대내외 위기 극복을 위해 지난해 12월 삼성글로벌리서치 내에 경영진단실을 신설하고 최윤호 전 삼성SDI 대표에게 경영진단실장을 맡겼다. 과거 미래전략실 경영진단팀이 수행했던 기능을 대신 수행하는 조직이다.
하지만 그룹 내 핵심 인재들이 모여 경영진의 의사 결정을 돕는 통합 참모 조직이었던 미래전략실과 비교하면 위기 극복을 위한 조직으로서 힘에 부친다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이 위원장은 "삼성전자가 조그마한 회사도 아니고 경영 효율성을 따져야 하는데 과거 청문회 자리에서 약속한 것(미래전략실 해체)에 더는 얽매일 필요성은 없다고 본다"며 "세상 변화에 맞춰 법률과 판례도 변한다"고 삼성그룹 컨트롤타워 부활 당위성을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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