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를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에 넘겨진 지 4년 5개월 만이다. 업계에선 2016년 국정농단 사태 때부터 10년을 이어온 '사법리스크'가 일단락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서울고법 형사13부(백강진·김선희·이인수 부장판사)는 3일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 실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등 나머지 피고인 13명에게도 원심과 같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제출한 주요 증거에 대해 증거능력도 인정하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검찰이 삼성바이오 서버 등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전자정보를 적절한 선별 절차 없이 확보했다며 위법수집증거로 판단했다. 이에 검찰은 2심에서 증거 2300여 건을 추가로 제출했지만 2심 재판부 역시 새로 제출한 증거들에 대해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적법성과 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며 "압수수색이 적법한지에 대해 검찰 측 증명이 원심과 같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1심 선고 이후 회계부정 혐의와 관련해 '회사 측의 재무제표 처리가 재량을 벗어난 것으로 단정할 수 없고 외부에서 오인케 하거나 지배력이 변경되지 않는 것처럼 가장했다'며 예비적 공소사실을 추가했지만 재판부는 이 내용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에서 가장 큰 쟁점이었던 로직스의 허위공시·부정회계 의혹에 대해서는 "(바이오젠의) 콜옵션이 행사되면 로직스가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잃는다는 사실이 주요 위험이라고 공시했어야 된다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은폐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줄곧 재판에서 "합병이 두 회사 의견을 배제한 채 미전실이 일방적으로 결정했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합병을 검토하는 시간이 짧았다고 해서 (합병이) 부실하다는 증표는 아니다"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미전실 간 조율·협력에 의해 합병이 결정됐고 두 회사 의사와 관련 없이 합병이 결정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선고 직후 이 회장 측 변호인단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이제는 피고인들이 본연의 업무에 전념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11월 열린 항소심 재판 최후진술에서 "삼성 미래에 대한 우려가 매우 크다는 걸 잘 알고 있다"며 "어려운 상황을 반드시 극복하고 앞으로 한 발 더 나아가겠다. 국민에게 사랑을 받는 삼성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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