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 대통령' 대한체육회장에 당선된 유승민(43)이 '강력'한 개혁 스매싱 의지를 다졌다.
지난달 1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진행된 제42대 체육회장 선거. 유승민 후보는 이기흥 체육회장의 3연임 예상을 보란듯이 뒤집고, 참여 선거인단 1209명 중 417명의 선택을 받으며 체육회장에 당선됐다. 이 회장과는 단 38표차.
누구도 체육회장에 유승민이 당선되리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후보들이 단일화에 실패하면 3연임에 도전하는 이기흥을 막기 어렵다는 예측이 많았다.
체육계의 현실을 직시한 유승민 당선자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체육계는 수많은 현안을 떠안고 있다. 체육인들과 손잡고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지난달 22일 서울 종로구 아주경제 본사를 찾은 유 당선자의 눈은 충혈돼 있었다. 그는 "당선 직후 쇄도하는 인터뷰로 쉴 틈이 없다"면서도 "올바른 행정을 펼쳐 행복·감동·환희를 안기겠다"고 약속했다.
- 이번 선거 숨 가쁘게 달려왔다. 이제는 숨을 돌릴 만 한지?
"더욱 숨 가쁘게 지내고 있다. 일정이 많다. 선거 끝나자마자 지금까지 한 시간도 쉴 수 없었다. 많은 체육인으로부터 격려 전화를 받았다. 그들과 다양한 방법으로 소통하고 있다. "
-선거 전후, 체험하는 회장과 모든 종목을 아는 회장을 강조했다. 선거인단에게 세배도 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는지.
"캠프에서 브레인 스토밍했다. 다른 후보들도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시도하지 않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다가 '세배와 체험을 해보면 어떨까?' 하고 제안하게 됐다. 짧은 선거 기간에 촬영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웠다. 시간이 나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무조건 촬영했다. 오전 2~3시에 촬영한 적도 있었다. 결국 다 해냈다. 이러한 노력이 잘 전달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캠프에서는 그렇게 분석하고 있다."
- 선거 기간 중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콘텐츠를 만드는 과정에서 계속 반복해야 했다. 이번 선거에서 부여받은 기호는 3번이었다. 3번을 표현하기 위해 세 손가락을 폈다. 이걸 1000번 이상 하니까 나중에 손가락이 구부러지지 않았다. 나중에 영상을 확인해 보니 표정도 변해 있더라. 처음에는 신선했다가 6~7시간 지나니까 몰려오는 피로가 얼굴에 드러났다. 그럼에도 티 안 나게 웃으면서 많이 했다."
- 캠프에서 가장 든든하게 후원해 준 사람은 누구인지? 체육회에서 함께할 계획이 있는지?
"고마운 분들이 너무 많다. 본인 일처럼 도와줬다. 엘리트 선수 출신 선배들과 친구들이 많았다. 아직 취임 전이라 구상할 수는 없지만, 일을 잘하고 열정이 있다면 체육계 발전을 위해 함께 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
- 최근 고 조양호 회장 묘소에 참배했다. 당시 무슨 생각을 했는지?
"고인과는 2008 베이징 올림픽부터 인연을 맺었다. 당시 탁구협회는 내홍을 겪고 있었다. 고인께서 탁구협회장을 흔쾌히 맡아 은퇴까지 아낌없이 지원해 주셨다. 미국 유학을 제안하시면서 견문을 넓혀야 한다고 했고, 해외 대회에서는 문화 등을 체험할 수 있게 지원하는 등 (제게) 관심과 애정을 드러내주신 분이다. 지금까지 탁구협회를 운영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기도 하다. 가장 먼저 인사 드리고 싶었다. 취임 이후에는 많은 일을 해야 해서 인준 전에 뵙는 게 예의라고 생각했다."
"최근 인구 감소로 운동하는 아이들이 적어졌다. 현재 운동하는 선수들은 2세가 많다. 굉장히 한정적이다. 날이 갈수록 각종 규제 탓에 학교 운동부가 상당히 힘든 상황이다. 헌신하는 지도자들의 처우 역시 열악하다. 이러한 부분이 개선되지 않으면 한국 체육은 어둡다. 스포츠를 학교 내에서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는 체육회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교육부, 교육청 유관 기관의 협조가 있어야 가능한 부분이다. 학교 체육이 살아야 국가 브랜드를 높일 수 있다. 위기의식을 느껴야 하는 부분이다."
- 서울과 전북이 2036 올림픽 유치 후보를 두고 경쟁하고 있다. 공동 유치 이야기도 나오는데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 현재는 평가 중이다. 평가단에서 공정한 평가를 할 것이라 본다. 공동 개최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지향하는 부분이다. 여러 시설을 활용할 수 있어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유치 후보가 된 도시의 의중이 중요한 만큼, 평가 이후 이야기를 나눠봐야 하는 부분이다."
- 이제 화두는 하나 된 체육이다. 통합을 위해서 어떤 위치에 임할 건지?
"항상 낮은 위치를 고수했다. 이사장, 회장 등 직함이 따라다녔지만, 직함이 주는 위치가 아니라 사람 유승민, 체육인 유승민이 걸어온 과정을 봤을 때 항상 도전자 입장이었다. 이런 자세로 소통하다 보면 통합 포용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좀 더 노력해야 한다."
- 문체부, 체육회 노조, 국대지도자협에서 환영하고 있다. 기대가 크면 부담이 된다.
"압박과 부담은 항상 함께했다. 승부를 겨뤘던 사람이다. 스포츠를 했던 사람이기 때문에 부담감과 압박감을 이겨낼 줄 알아야 한다고 믿는다. 무거운 책임감과 부담감은 나를 끌어 올려주는 동기를 부여한다. 잘 이겨낼 자신 있다. 물론,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체육인들이 힘을 모아줘야 한다."
- 첫 번째 체육 개혁의 스매싱은 무엇이 될지?
"내부부터 정리를 해야 한다. 체육회 직원들과 구성원들의 자존감이 떨어져 있다. 강도 높은 조사로 피로가 쌓인 상황이다. 능동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위해 고민 중이다. 부조리한 부분은 강도 높은 개혁을, 지켜야 할 것은 계승해서 발전할 계획이다."
- 향후 계획은?
"다양한 분야와 소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진정성이 통한다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본다. 체육 하면 희망, 설렘, 행복, 감동, 환희 등 다양한 단어로 표현된다. 다시 한번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올바른 행정을 하겠다."
※이 인터뷰 영상은 AJUTV NEWS 유튜브 채널에서 시청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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