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2025년 1월 23일과 24일 양일간 전국 18세 이상 1031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가상번호) 면접 조사 방식으로 진행,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최대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나타난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 41%, 민주당 40%였고, 윤 대통령 탄핵 찬성 비율은 60% 반대는 35%였다. MBC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2025년 1월 27일과 28일 양일간 전국 18세 이상 1004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는, 민주당 지지율이 44% 국민의힘 지지율은 41%였고,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과 어떤 관계를 설정해야 할지 묻는 문항에서는, '지금보다 더 대통령을 지지해야 한다'라고 응답한 이들이 29%, '현재 수준 유지해야 한다‘가 12%였고, 그리고 '결별해야 한다'라고 응답한 비율이 56%였다. 또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당위성을 묻는 문항에서는 '탄핵을 인용해 파면해야 한다'가 58%, '탄핵을 기각해 직무에 복귀시켜야 한다'가 39%였다. 시기적으로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탄핵 찬성 비율이나 정당 지지율 측면에서 보면, 두 여론조사 결과는 대동소이하다. 다른 여론조사 결과도 매우 유사한 패턴을 보이고 있는데, 그럼에도 국민의힘 친윤 의원들은 ‘여론’과는 동떨어진 행동을 보이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정당, 특히 정치인들은 여론에 민감해야 한다. 정치란 국민을 ‘계몽’하는 것이 아니라, 여론을 좇아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자면, 여론조사들의 결과와 사뭇 다른 행동을 보이는 친윤 의원들의 움직임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친윤 의원들은 윤 대통령에게 보내는 새해 편지에서 “비록 지금 홀로 독방에서 쓸쓸하게 새해 첫날을 맞이하고 계시지만 당협위원장들을 포함, 대통령님을 지지하는 많은 시민이 구치소 앞에서 하루 한시도 빠짐없이 응원하고 있으니 외롭다고 생각하지 말고 힘내라”면서 “대한민국의 역사와 밝은 미래를 위해 대통령님과 한마음으로 언제나 끝까지 함께하겠다”라고 적었다고 한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찬성 여론이 이 정도로 높고,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과 결별해야 한다는 여론 역시 매우 높은 상황임에도, 친윤 의원들은 이렇듯 윤 대통령과의 ‘질긴 인연’을 끊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혹자는, 이런 모습을 ‘의리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요사이는 조폭들도 의리보다는 이익을 챙긴다는데, 정치의 근본적 속성을 생각하면, 이런 행동은 ‘무모한 행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여기서 말하는 정치의 속성이란, 여론에 대한 반응성을 높여 권력을 잡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의리 때문에 여론을 외면한다면, 이는 ‘자폭 행위’일 수밖에 없다. 만일 자신들이 보여주는 대통령에 대한 ‘의리’가 여론의 호응을 유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것도 큰 착각이다. 이런 착각은 정치를 계몽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사고의 결과물일 수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이런 사고를 가지고 정치를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친윤 중에는 선거를 많이 치러본 이들이 다수 있다는 점에서 생각하면, 이들이 이런 착각을 가졌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의 행동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이유를 찾아야 하는데, 그중 하나는, 현재의 국민의힘 높은 지지율이 자신들의 행동 덕분이라고 생각할 가능성이다.
국민의힘의 현재 지지율은 확실히 ‘놀라운’ 수준이라고 할 만하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인 2017년 1월 셋째 주 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37%,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지지율은 12%였다(한국갤럽). 과거와 지금이 이렇게 다른 이유는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2017년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지금과 같이 ‘오버’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즉, 한덕수 총리 겸 권한 대행의 내란 동조 혐의가 확실하지 않음에도, 이를 이유로 탄핵하는 것이나, 거부권을 행사했다고 ‘권한 대행의 권한 대행’에 대한 탄핵을 언급하는 것과 같은 ‘오버’를 당시 민주당은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민주당은 국민적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들은 세력 균형이 절실하다고 생각할 수 있고, 그래서 국민의힘에게 힘을 실어주려 할 수 있다. 둘째, 공정과 상식을 모토로 집권한 윤 대통령이 지난 2년 반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공정과 상식보다는 자신의 부인을 감싸는 데 전력을 다하는 것뿐이었는데, 그런 윤 대통령이 국민들 시야에서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에 대한 ‘공정’과 ‘상식’ 문제가 젊은이들과 상당수 중도적 유권자들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상당수 유권자들은 이재명 대표와 이재명의 민주당에 호의적인 시선을 보낼 수가 없는 것이다. 이런 이유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국민의힘의 지지율을 상승시켰다고 볼 수 있는데, 이런 상황을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해 친윤 의원들이 ‘자신들의 행동’ 덕분에 지지율이 오른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심각한 착각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이런 상황들을 종합해 생각한다면, 현재 친윤들의 행동을 이성적으로 이해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여기서 분명한 것은, 민주당은 실용주의를 내세우며 중도층 공략에 나서는데, 친윤들은 이런 행태를 보이고 있으니, 국민의힘이 중도층을 공략하기란 상당히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만일 국민의힘 내부에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고가 남아 있다면, 친윤 의원들이 계속 윤 대통령을 감싸고 도는 것을 용납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지금은 강성 지지층의 눈치를 보며 이런 식으로 행동하지만, 조속한 시일 내에 행동의 방향성을 틀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타이밍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국민의힘이 바라볼 곳은, 강성 지지층의 생각이 아니라 합리적 보수와 중도층이 이끄는 여론이다. 국민의힘이 언제 합리적 선택을 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합리적 선택을 한다고 하더라도 타이밍을 놓치면 별 의미가 없어질 수 있다. 지금도 선택을 위한 빠른 시간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필자 주요 이력
▷프라이부르크대학교 정치학 박사 ▷한국국제정치학회 부회장 ▷전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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