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곧바로 대응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오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비공식 정상회의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불공정하고 독단적으로 (관세 부과) 대상이 될 경우에 EU는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미국과 강력하고 건설적인 대화를 할 준비가 돼 있지만 대미 관계의 잠재적 도전 과제가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준비가 돼 있다"며 "관세는 불필요한 경제적 혼란과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고 지적했다.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친구 간에도 문제나 견해차가 있을 수 있으며 대화로 해결을 모색해야 한다"면서도 "우리 스스로의 가치와 원칙을 방어해야 하며 이익에 대해 타협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유럽의 각국 정상들도 목소리를 높였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만약 우리가 무역 측면에서 공격당한다면, 유럽은 진정한 강대국으로서 스스로 일어서 대응해야 한다"며 "코로나19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이 유럽에 경종을 울린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인해 EU는 더 단합하게 됐다"고 말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EU는 강력하며 스스로의 이익을 추구할 역량을 갖추고 있다"면서 "이것이 미국에 전달해야 하는 우리의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미국과 EU 간 관세 분쟁이 현실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우선은 협상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EU 상반기 순회의장국)는 "완전히 불필요하고 바보 같은 관세전쟁을 피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페테리 오르포 핀란드 총리도 "나는 (무역)전쟁이 아닌 협상을 시작하고 싶다"고 동조의 뜻을 밝혔다.
이날 열린 정상회의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편입 의사를 밝힌 덴마크령 그린란드 현안과 유럽 방위를 강화하기 위한 방법도 논의됐다.
코스타 상임의장은 "EU는 주권과 영토 보전이라는 유엔 헌장을 지지하며 이는 전 세계 공통된 원칙"이라며 "덴마크 영토적 완전성을 보존하는 것은 모든 회원국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EU 당국자는 "27개국이 덴마크에 대한 전적인 지지와 연대를 표명했으며, 관련된 국제법 원칙을 상기했다"고 전했다.
그린란드와 관련해 EU 27개국이 조율된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덴마크와 그린란드의 거부 의사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 편입 의사를 철회하지 않자 EU 차원의 공통된 메시지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유럽 방위 강화와 관련해서는 모든 회원국이 방위비 증액과 유럽 방위산업 육성이 필요하다는 점엔 이견이 없었지만, 자금조달 방법론을 두고는 이견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 EU 정상회의에는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도 참석해 눈길을 모았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이후 영국 총리가 EU 정상회의에 처음으로 참석한 것이다. 스타머 총리는 '브리턴'(영국의 EU 재가입)과 관련해 "논의의 여지가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영국과 EU는 무역 및 안보 측면에서 더 좋고 긴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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