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인공지능(AI) 인재 부족 요인에 대해 업계와 학계에서는 해외로 향하는 인재를 한국에 정착시킬 유인이 마땅히 없는 것을 문제로 지적한다. 여기에 인재 육성을 위한 정부 예산이 여전히 한정돼 있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으로 지적된다.
4일 IT(정보통신) 업계에 따르면 주요국과 비교해 한국의 첨단산업 인재양성 예산은 최대 20배 이상 차이 나는 것으로 전해진다.
당장 미국·중국·영국 등 AI 선진국과 비교하면 핵심 연구개발(R&D) 인재 육성을 위한 예산이 크게 적다. 한국 정부는 올해 핵심 과학기술 인재양성에 예산 1조원을 배정했다. 이는 2024년 8000억원 대비 20% 늘어난 액수다. AI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역시 신규로 이공계 연구생활장려금 600억원을 편성하고, 과학기술 혁신인재 양성 예산을 전년 대비 15% 증액했다. 정부도 인재 양성의 중요성은 인식하고 있으나 미국과 중국 등 AI 선도국가와 비교하면 여전히 부족한 형편이다.
미국의 2025년 연방 연구개발 자금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올해 국립과학재단(NSF)의 R&D 관련 예산에만 총 81억 달러(약 12조원)를 배정했다. 이 중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교육 프로그램에 13억 달러(약 1조9000억원)를 투입하며 인재 육성을 위한 기반 조성에 힘을 쏟았다. 이 밖에도 △반도체지원법(칩스법)에 따른 R&D 및 인재양성 지원예산 △국방부의 AI, 사이버보안, 로봇, 양자기술 등 인재양성 프로그램 △에너지부(DOE)의 에너지혁신 및 AI기술 연구 인재양성 지원 등을 통해 연간 최대 140억 달러(약 20조4000억원)가 인재양성에 투입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은 2020년 10월 ‘14차 5개년 계획’을 발표하고 첨단산업 육성에 1조 위안(약 200조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최대 20%의 예산이 AI, 반도체 등 인재양성에 할당됐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연간으로 약 7조4000억원이 예상된다. 일본 역시 2021년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새로운 자본주의’ 계획을 발표하면서 3년간 4000억엔(약 3조7615원)을 인재양성에 투입하기로 했다. 지난해까지 연간 약 1조2000억원이 투입된 셈이다.
빅테크 기업들과 국내 기업 간 연봉 차이가 크다는 점은 국내 AI 인재의 해외 유출을 더욱 부추긴다. 오픈AI나 앤스로픽, 아마존,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의 박사급 AI 연구원 연봉 평균은 우리 돈으로 10억원을 넘어간다. 반면 한국 대기업도 박사급 인재에 대한 초봉으로 1억~2억원 선을 지급하는 데 그쳐 해외 기업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이공계 대학생 확보도 문제다. 정부가 2010년부터 국제 올림피아드 수상 경력이 대학 입시에 반영되지 못하도록 막으면서 고등교육 과정에서 과학 분야 성과에 집중하는 학생이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더해 정부의 '의대 2000명 증원'으로 인해 고등학교에서 두각을 나타낸 학생들이 의대로 더욱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전반적인 산·학·관 연계가 부족하다는 점도 국내 AI 인재 부족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최근 일부 대학에서 AI 전문 대학원이나 협동과정을 개설하는 등 AI에 특화된 교육 트랙이 점차 많아지고 있고, 산학협력도 점차 활발해지고 있지만 여전히 기업 실무에서 요구하는 최신 AI 기술 등과는 연계가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윤철 서울대 특임교수(전 국무조정실장)는 "산·학·관이 머리를 맞대고 총체적으로 인재 양성 방안을 논의하고, 유망 인재에 대해서는 파격적인 대우를 해야 한다"며 "국내 AI 인재가 부족하다면 해외 AI 인재나 한국 출신 글로벌 전문가 등을 거액을 투자해서라도 단기간으로나마 초청해 이들과 함께 AI 연구·교육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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