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유화학이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70% 이상 감소했음에도 합성고무 부문의 호조에 힘입어 흑자를 유지하며 경쟁사보다 나은 실적을 기록했다.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전반적으로 부진한 가운데, 금호석유화학은 고부가가치 제품을 앞세워 실적을 방어했다는 평가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금호석유화학의 지난해 연간 매출은 7조1550억원, 영업이익은 272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3.2%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4% 감소했다. 4분기 매출은 1조8071억원, 영업이익은 1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71.5% 감소했다. 다만 LG화학 석유화학 부문의 적자 전환, 롯데케미칼의 실적 부진과 비교하면 경쟁사 대비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호석유화학이 흑자를 유지할 수 있었던 주요 요인은 합성고무 판매 증가다. 북미와 유럽에서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판매가 확대되면서 18인치 이상의 대형 타이어 수요가 늘었고, 이에 따라 타이어 소재로 쓰이는 스티렌부타디엔고무(SBR) 소비도 증가했다.
전기차의 타이어 교체 주기가 짧은 점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전기차는 배터리 무게와 높은 토크로 인해 내연기관차보다 타이어 마모 속도가 빨라 교체 수요가 꾸준히 발생한다.
의료용 장갑 등에 사용되는 고부가가치 고무 제품인 NB라텍스의 가격 경쟁력도 강화되고 있다. NB라텍스는 니트릴 장갑의 핵심 원료로, 금호석유화학의 합성고무 매출 중 40% 이상이 말레이시아·태국·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에서 발생한다. 특히 미국이 중국산 장갑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동남아 생산업체들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약 50% 수준인 중국산 장갑 관세가 2026년 100%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동남아 업체들의 북미 시장 점유율이 확대되면서 금호석유화학의 NB라텍스 수출도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이 NCC(납사 분해 설비)를 기반으로 수익성을 확보해 온 반면, 금호석유화학은 NCC를 보유하지 않아 중국발 공급 과잉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았다는 점도 실적 방어에 도움이 됐다.
올해도 합성고무 시장은 강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미래에셋증권 등에 따르면 금호석유화학의 1분기 영업이익은 700억 원을 넘어 전년 대비 2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체제인 천연고무의 생산량이 동남아시아 기후 변화와 유럽의 친환경 규제 강화 등으로 감소하면서 가격이 상승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합성고무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중국 내수 BD, 천연고무·합성고무 가격 강세 및 역내 정기보수로 시장 가격 상승이 지속될 전망"이라며 "원재료 가격 상승에 따른 판매 가격 정책 조정과 제품 판매 확대를 통해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