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1기 당시 발발했던 미·중 간 무역전쟁이 재점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강행한 대(對)중국 10% 추가 관세가 유예 없이 4일(현지시간) 자정을 기점으로 발효됐고, 중국은 즉시 보복관세 등 맞대응 조치를 내놨다. 다만 중국이 이번에 내놓은 조치들은 양국에 당장 직접적인 피해가 없는 ‘상징적’ 조치로 협상 여지를 남겨뒀다는 분석이다.
4일 중국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는 오는 10일부터 미국산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에 15%, 원유·농기계·대형 자동차·픽업트럭에 10% 관세를 각각 부과한다고 밝혔다. 이어 상무부와 해관총서는 텅스텐·텔루륨·비스무트·몰리브덴·인듐 등 5개 광물 관련 품목에 대해 이날부터 수출 통제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중국은 전 세계 텅스텐 생산량 중 약 80%를 차지하고 있다. 이 5개 광물은 반도체·방위 산업의 핵심 원료로 꼽힌다.
이와 함께 중국은 미국 개별 기업들도 겨냥했다. 중국 시장감독총국은 구글에 대해 반독점 조사를 시작한다고 발표했으며 중국 상무부는 미국 패션기업 PVH그룹과 바이오기업 일루미나를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목록에 포함한다고 밝혔다. PVH 그룹은 캘빈클라인·타미힐피거의 모기업으로 위구르족 강제노동 의혹을 이유로 신장위구르자치구산 면화 사용을 거부하면서 중국 정부와 갈등을 빚어왔다. 세계 1위 유전체 분석업체인 일루미나는 중국 BGI 지노믹스의 경쟁자로 통한다.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명단에 포함되면 중국 관련 수입·수출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금지된다. 아울러 중국 상무부는 앞서 예고한 대로 미국의 대중국 관세 부과 조치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다고 밝혔다.
‘보복관세’ 품목만 봐도 양국 산업에 큰 영향은 없을 전망이다. 블룸버그통신이 인용한 선박 추적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LNG 수입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6%에 불과했으며 미국은 중국에 석탄을 거의 수출하지 않는다. 또한 반독점 대상이 된 구글 역시 중국에서 광고 사업을 영위하고 있긴 하나 이미 2010년부터 중국 시장에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이번에 제재 대상에 포함된 기업들의 향후 활동에 큰 제약이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에 따라 아직 협상의 여지가 충분히 남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린 송 홍콩 ING은행 중화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상당히 조용한 보복이다. 중국의 대미 수입에서 에너지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낮다”면서 “대면 회담 후 관세가 빠르게 중단되거나 지연될 수 있다는 희망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짚었다.
한편 전날 주유엔 중국대사는 양국 외교 수장 간 회동을 제안하기도 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푸총 주유엔 중국대사는 3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중국 외교 사령탑인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이 오는 18일 열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고위급 회의를 주재할 것이라며, 이는 왕 주임과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만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중국은 이번 달 유엔 안보리 순회 의장국으로 한 달간 안보리 활동을 이끌어갈 예정이다. 다만 미 국무부는 아직 루비오 장관의 안보리 참석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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