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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상의 팩트체크] 한글박물관 유물, 중앙박물관으로…수장고가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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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혜 기자
입력 2025-02-04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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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유산 피해 0' 방화벽, 항온항습 유지 등 24시간 가동

  • '보물창고'…"미술관 근간"

  • "작품 상태=가치, 개인 컬렉터 수요 증가"…일부선 지역 주민 반발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한글박물관에서 불이 나자 소방관들이 건물 옥상에서 화재 진압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한글박물관에서 불이 나자 소방관들이 건물 옥상에서 화재 진압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화유산 피해 ‘0’. 거대한 화마에도 용산 국립한글박물관이 문화유산 피해를 피한 배경에는 ‘수장고’(收藏庫)가 자리한다. 수장고란 ‘귀중한 것을 고이 간직하는 창고 또는 저장소’란 뜻으로, 박물관과 미술관이 소장품들을 보존·유지·관리하기 위해 만든 시설이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번 한글박물관 사고를 통해 ‘수장고’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됐다. 
 
방화벽, 항온항습 유지 등 24시간 가동
국립한글박물관이 대형 화재에도 불구하고 유물 피해가 전무한 것은 증축 공사로 인해 모든 유물이 1층 수장고로 옮겨 보관되고 있었던 덕분이다. 주요 박물관들은 자연재해, 화재 등 피해 발생 시 소장품을 안전하게 보존하도록 설계된 수장고를 갖추고 있다. 한글박물관 수장고 역시 방화벽, 항온·항습 유지 등 24시간 공조시스템이 가동됐고, 유물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었다.
 
국립한글박물관은 현재 수장고에 보관·관리 중인 8만여 점의 소장 자료를 1개월 이내에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로 이전 완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소장품 이전과 관련해 수장고 포화문제를 지적했다.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가 이미 가득 찼기 때문에 유물 이전에 난항을 겪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와 관련해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수장고 수용률은 현재 89.2%”라며 “한글박물관 소장품은 지류 중심이기 때문에 포화율은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실무적 협의 단계로, 한글박물관에 최대한 협조할 계획”이라며 “지류이기 때문에 공간을 크게 차지하지는 않을 것 같지만, 한글박물관 측이 어떻게 패킹하는지에 따라 다를 것”이라고 부연했다.
 
앞서 국립중앙박물관은 수장고 과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2019년, 2020년에 중층화 사업을 통해 2017년 기준 102.5%에 달하던 수용률을 2020년 기준 87.8%까지로 낮춘 바 있다.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한글박물관에서 불이 나 관계자들이 수장고에서 꺼낸 문화재를 이송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한글박물관에서 불이 나 관계자들이 수장고에서 꺼낸 문화재를 이송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보물창고'…"미술관의 근간"
수장고는 보물창고로 통한다. 가장 탁월한 수장고를 갖춘 사립 미술관으로 알려진 리움미술관이 위치 등 수장고 세부 현황을 보안상 이유로 비공개로 유지하는 이유다. 
 
국립현대미술관은 과천관, 서울관, 청주관 세 곳에 수장고가 있다. 그러나 90%에 달하는 수장고 포화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한국조폐공사와 협력해 공실인 한국조폐공사 화폐본부 지하동을 신규 수장공간으로 활용하는 안을 추진 중이다.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는 “미술관의 주요 3대 기능이 전시, 수장, 교육이다”라며 “수장시설은 국가자산을 관리하는 아주 중요한 시설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립현대미술관은 1만2000점이 넘는 국가자산을 관리하고 있다. (수장고는) 미술관의 근간이다”라며 “현대미술이 다변화 및 다양화되고 있는 만큼, 미술관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신규 수장고를 구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수장고를 관리하는 전문 인력들도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에는 학예연구실 산하에 소장품을 전담하는 소장품자료과가 있다. 여기에는 학예연구관, 학예연구사 외에도 반입과 반출만 담당하는 직원도 따로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는 “지문인식 등을 설치해, 아무나 출입하지 못하게 한다”며 “수장고 내 작품을 반출해 전시하는 경우 혹은 외부로 대여하는 경우에는 출입대장을 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작품 상태=가치, 개인 컬렉터 수요 증가"…일부선 지역 주민 반발
서울옥션 수장고 사진서울옥션
서울옥션 수장고 [사진=서울옥션]

관람객이 수장고에 진열된 작품을 볼 수 있는 '개방형 수장고'는 최근 트렌드다. '보이는 수장고'로 건립된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은 공간의 80% 이상이 수장고 기능을 하고 있다. 국립민속박물관 파주관도 본관 수장고의 과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방형 수장고로 2021년 개관했다.
 
민간에서도 수장고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서울옥션의 미술품 수장고는 현재 경기도 장흥, 서울 평창동, 인사동 등 총 세 곳에 있다. 미술시장의 성장과 함께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가는 수장고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지난해 하반기에는 장흥에 1000평 이상 규모의 새 수장고를 마련했다.
 
김경순 서울옥션 대외협력팀 팀장은 "주요 고객의 경우 과거 미술관, 갤러리 등 미술품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주체가 주로 이용했으나 최근에는 일반 개인 컬렉터들의 수요도 많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미술품이 투자 대상으로서의 성격이 강화되면서, 작품의 상태가 해당 미술품의 가치와 직결된다"며 "전문 수장고는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며 미술품의 물리적, 예술적, 경제적 가치를 모두 보존하고 증대시키는 핵심 기반 시설이라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옥션은 항온항습기 가동을 통해 캔버스의 경우 온도는 18~22도, 습도는 45~55%로 유지하고 있다. 또한 미술품 오픈을 꺼리는 소장자들을 위해서 직원 등 제3자가 이용자들의 미술품을 볼 수 없는 방식도 운영한다.
 
다만, 수장고 건립을 둘러싼 지역 주민 반발은 넘어야 할 산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수장고는 공간만 차지할 뿐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안 된다는 이유로 ‘수장고 말고 공공기관이 들어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단적인 사례로 국립고궁박물관은 경기 덕양구 삼송동에 신규 수장고 건설을 추진 중이나,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지난해 열린 설명회가 파행을 맞았다. 국립고궁박물관은 지난해 수장고를 언론에 공개하고, “포화율이 160%”라며 신규 수장고의 필요성을 알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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