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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A Biz] "댄스, 악기 연주, 마라톤까지..." 中 휴머노이드 로봇 '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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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배인선 특파원
입력 2025-02-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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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군무' 선보인 로봇…춘제 공연 하이라이트

  • 연 50%씩 성장 전망…미중 차세대 기술 격전지

  • 올해 세계 첫 로봇 마라톤, 로봇 운동회도

  • 자동차 공장은 휴머노이드 로봇 시험장

중국 춘제 연휴 기간 베이징의 한 대형 쇼핑몰에서 열린 행사에서 로봇들이 음악에 맞춰 악기를 연주하고 있다 사진CCTV
중국 춘제 연휴 기간 베이징의 한 대형 쇼핑몰에서 열린 행사에서 로봇들이 음악에 맞춰 악기를 연주하고 있다. [사진=CCTV]

의자에 앉아 손으로 스틱을 가볍게 두드리며 드럼을 치는 로봇, 어깨끈을 멘 채 베이스기타를 연주하는 로봇, 건반을 두드리는 로봇. 웅장한 '금사광무(金蛇狂舞)' 음악 리듬에 맞춰 고개를 끄덕이며 장단을 맞추는 이들은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밴드다. 연휴 기간인 지난달 30일 중국 베이징 하이뎬구에 있는 우커쑹 완다 백화점에서 열린 인공지능(AI)를 테마로 한 '먀오후이(庙会·명절이나 특별한 날에 절 안이나 부근에서 열던 시장) 모습이다.


이날 먀오후이를 찾은 관광객들은 로봇밴드 연주를 들으며 로봇 바텐더가 30초 만에 만든 칵테일 주스를 마시고, 로봇 메이크업 아티스트에게 메이크업도 받았다. 심지어 로봇이 직접 연기하는 변검, 경극 공연도 관람했다. 이날 축제에는 로봇에라(중국명 싱둥지위안·星動紀元)의 XBot-L과 스타1, 하이로봇(중커후이링·中科慧灵)의 링바오 카스봇01 등 베이징 소재 봇기업에서 만든 휴머노이드 로봇이 총출동해 손님들을 환영했다.

오늘날 중국인 실생활에 스며든 휴머노이드 로봇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올해 중국 춘제(설) 연휴의 한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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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춘제 연휴 기간 베이징의 한 대형 쇼핑몰에서 열린 행사에서 로봇들이 변검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CCTV]
 
‘칼 군무’ 선보인 로봇···춘제 공연 하이라이트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전망 그래픽아주경제DB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전망 [그래픽=아주경제DB]

중국 최고 시청률을 자랑하는 국영 중앙(CC)TV 설 특집 공연인 춘완(春晩)의 하이라이트도 로봇 ‘칼 군무’였다.

붉은 꽃무늬 털조끼를 입은 휴머노이드 로봇 16대가 인간 무용수들과 함께 중국 민속 무용 양거(秧歌)를 추었다. 경쾌한 리듬에 맞춰 좌우 앞뒤로 발맞춰 움직이며 대열을 바꾸는가 하면 붉은 손수건을 흔들고, 돌리고, 심지어 위로 던지고 받는 모습은 마치 아이돌 그룹 '칼 군무'를 보는 듯하다. 무대를 기획한 중국 유명 감독 장이머우는 “전 세계 사상 최초로 100% AI로 가동된 대규모 휴머노이드 로봇 군무로, 과학기술과 전통문화의 아름다운 만남을 보여줬다”고 평했다.

춤추는 로봇을 만든 업체는 중국 대표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인 유니트리로보틱스(위수커지·宇樹科技)다. 유니트리는 이번 무대를 위해 AI 강화학습을 적용해 로봇이 음악을 이해해서 인간처럼 무용 동작을 취하도록 훈련시켰다. 또 중국 빅테크 알리바바 그룹의 클라우드 컴퓨팅과 인공지능(AI)의 기술 인프라를 기반으로 로봇이 고주파 대역에서 실시간으로 좌표 데이터를 처리해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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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CCTV 설 특집 공연인 '춘완'에서 유니트리 H1 로봇들이 인간 무용수와 함께 춤을 추고 있다. [사진=CCTV]
 
연 50%씩 성장···미·중 차세대 기술 격전지

이는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산업 발전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다. 최근 미국과 중국 간 AI 경쟁이 가열되는 가운데 AI와 로봇을 결합한 휴머노이드 로봇은 미·중 양국의 차세대 격전지로 꼽히고 있다. 게다가 심각한 인구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감소를 대체할 해법 차원에서도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은 빠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 가오궁로봇산업연구소(GGII)에 따르면 2024년 1월부터 10월까지 전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산업에서 발생한 펀딩(자금조달) 건수는 총 69건, 규모는 총 100억 위안(약 2조원) 수준에 달했다. 이 중 56건, 규모로는 약 50억 위안을 중국에서 조달했다.

지난해 중국에서 열린 제1회 중국 휴머노이드 산업대회에서 발표된 '휴머노이드 로봇산업 연구보고서'는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규모가 지난해 27억6000만 위안(약 559억원)에 달했으며, 2029년까지 750억 위안으로 확대돼 전 세계 시장점유율 32.7%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보고서는 2025~2035년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이 연평균 50% 이상 성장해 2035년에는 중국 시장 규모가 3000억 위안으로 팽창할 것으로 내다봤다.
 
자동차 공장이 휴머노이드 로봇 시험장으로

중국 정부도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2023년 말 공업정보화부가 발표한 ‘휴머노이드 로봇 혁신발전에 대한 지도의견’에서는 “인공지능, 첨단제조업, 신소재 등 선진기술을 결합된 휴머노이드 로봇은 컴퓨터, 스마트폰, 신에너지차 뒤를 이을 파괴적인 제품”이라며 “이는 인류 생산 생활방식을 송두리째 바꾸고 글로벌 산업 발전 구도를 재편할 것”이라고 적극적인 지원을 시사했다.

지방정부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베이징시가 대표적으로, ‘베이징 로봇 산업 혁신 및 발전 행동 계획(2023~2025)’을 발표해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을 지원하고 있다. 2023년 11월 베이징 이좡에는 중국 최초의 성(省)급 휴머노이드 로봇 혁신 센터도 설립했다. 또한 올해 베이징 시정부 업무보고에는 4월 세계 최초로 인간과 휴머노이드가 함께 달리는 마라톤 대회를 열고, 8월에는 로봇들이 육상·축구 등을 비롯한 각종 스포츠 경기를 펼치는 전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운동회를 개최한다는 계획이 담겼다.  

상하이시도 지난달 21일 세계 최초 휴머노이드 로봇 훈련장인 '상하이 휴머노이드 로봇 혁신센터'를 오픈했다. 10개 이상 전형적인 응용 시나리오를 통해 100대 이상 휴머노이드 로봇을 수용해 동시에 훈련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를 통해 상하이는 글로벌 영향력을 가진 로봇 산업 혁신 기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중국 정부의 지원을 업고 빠르게 발전 중인 휴머노이드 로봇은 최근 산업 생산 현장에도 투입되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을 통해 기업은 생산성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며 안전하고 일관된 작업 환경을 조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동차 산업이 대표적 시험장이 됐다. 샤오미·샤오펑·광저우자동차·비야디 등 중국 자동차 업체들은 앞다퉈 휴머노이드 로봇을 자체적으로 개발해 공장 생산라인에 투입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자동차 산업의 혁신을 이끌 핵심 동력이 됐다"고 평가했다.

중국 국태군안증권은 보고서에서 “중국은 이미 전 세계를 선도하는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체인 인프라를 갖춘 만큼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 발전이 가져올 산업적 혜택을 온전히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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