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5일 EU(유럽연합) 공동연구센터가 지난해 12월에 발표한 ‘R&D 투자 스코어보드’의 지난 10년간 R&D 투자 상위 2000대 기업을 국가별로 보면, 중국이 압도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부터 10년간 2000대 기업에 포함된 중국기업 수는 405개 늘었고, 투자액은 11.5배 증가했다. 이는 부동의 1위인 미국 다음으로 가장 많은 기업 수와 투자액이다.
상위 10개국 중 10년간 기업수와 투자액이 계속 증가한 국가는 중국이 유일했다. 우리나라는 기업 수는 14개 감소했지만 순위는 8위를 유지하며 나름 선방한 모양새다.
지난 10년간 R&D투자 상위 2000대 기업을 분석한 결과, 미국은 기업 수와 투자액에서 1위를 계속 유지했다. 중국은 2013년에는 기업 수 119개로 4위, 투자액 188억 유로로 8위였으나, 2023년에는 기업 수 524개, 투자액 2158억 유로로 2위까지 올라섰다. 특히 투자액은 10년간 약 11.5배 증가하며 압도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중국의 등재기업 수가 늘어나면서, 일본, 독일, 영국 등 주요국의 기업 수는 감소했다. 국내 기업 수도 2013년 54개에서 2023년 40개로 줄었지만, 순위는 10년 연속 8위를 유지했다. 투자액 기준으로는 2013년 193억 유로로 7위였으나, 2023년에는 425억 달러로 5위로 순위가 상승했다.
매출액 대비 R&D 투자액을 나타내는 R&D 집중도도 미국과 중국의 증가세가 컸다. 미국은 2013년 5.1%에서 2023년 8.5%로 3.4% 늘었으며, 중국도 1.4%에서 3.9%로 2.5%가 늘어난 것으로 나왔다. 한국 R&D 집중도는 2.4%에서 4.0%로 1.6% 늘었으며, 2000대 기업 전체로 보면 3.3%에서 5.1%로 1.8%p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첨단산업 분야별로 R&D투자를 분석한 결과 반도체 산업에서는 엔비디아가 2013년 9.6억 유로에서 2023년 79억 유로로 8.2배 늘어 가장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한국 SK하이닉스가 6.7배, 미국 AMD가 6.1배, 대만 미디어텍이 5.1배 늘어나며 뒤를 이었다.
삼성전자 R&D 투자액은 199억 유로로 반도체 기업 중 1위였으며, R&D 투자액은 10년간 약 2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IT 소프트웨어 및 플랫폼 산업에서는 미국의 메타(페이스북)가 10년 전 대비 32.4배 증가한 332억 유로로 증가율이 가장 높았으며, 중국 1위 인터넷 기업인 텐센트가 15배, 이어 미국의 세일즈포스가 10.1배 증가해 뒤를 이었다.
자동차 산업에서는 전기차 선두주자인 미국 테슬라 R&D투자가 10년전에 비해 21.5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세계 전기차 점유율 1위인 중국의 BYD가 15.8배 증가했고, 인도의 타타 자동차가 2.9배 늘어났다. 투자액 기준으로는 폭스바겐, 벤츠, GM 등 기존 완성차 업체들이 상위권을 차지했으며, 현대차는 10년간 R&D 투자가 2.7배 늘어났다.
제약 산업에서는 미국의 길리어드 사이언스(3.4배), 애브비(3.1배), 브리스톨 마이어스(3.1배), 아스트라제네카(3배)의 투자액 증가속도가 높았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한미약품 R&D 투자액이 가장 컸으며 10년간 2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산업별 선도기술을 둘러싼 기업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이라며 “한국도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R&D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가 제도적인 환경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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