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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근의 아주경제적 시선] MAGA vs '중국몽' … 미·중 격돌 속 한국의 진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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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근 자유시장연구원장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
입력 2025-02-11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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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근 자유시장연구원장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
[오정근 자유시장연구원장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

드디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슬로건 하에 전후 최고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내세우는 막강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했다. 미국은 이미 명실상부한 세계 1위 경제대국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10월 경제전망에서 2025년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30조 달러에 이르러 전 세계 GDP의 26.4%를 차지하는 세계 1위로 전망하고 있다. 2위는 19조 달러로 17.0%를 차지한 중국, 3위는 5조 달러로 4.3%를 차지한 독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은 1.9조 달러로 12위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 바로 위 2조 달러 초반대가 이탈리아 캐나다 브라질 러시아로 한국이 조금만 분발하면 G7에 오를 수도 있겠지만 한국은 지금 안타깝게도 정국이 불안해 주춤하고 있다.

1인당 GDP 기준으로 보면 미국은 2025년 8만9678 달러가 되어 세계 7위권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1~6위까지가 10만 달러 이상의 룩셈부르크 스위스 아일랜드 그리고 9만 달러대의 싱가포르 노르웨이 아이슬랜드로 이들은 모두 소국이어서 사실상 1인당 GDP 기준으로도 미국이 세계 1위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은 금년에 1인당 GDP가 3만7675달러가 되어 세계 32위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38위의 일본, 39위의 대만에 비해서는 앞서는 수준이지만 최근의 정체가 안타까운 실정이다.

이러한 미국이 더욱 강한 미국을 추구하는 미국 우선주의를 강력하게 추진할 전망이어서 전 세계는 긴장하고 있다. 동맹은 물론 전 세계 국가들이 새로 출범하는 트럼프에 줄을 대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1월 17일 시작된 취임식 행사에는 100만 달러(약 14억5500만원)를 기부한 사람들이 줄을 잇는 등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최대 2억5000만 달러(약 3636억원)의 기부금이 모인 것으로 추정했다. 현대차 애플 구글 MS 보잉 등도 100만 달러 기부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기부자들이 너무 많아 거액 기부자 중 일부는 이벤트 대기자 명단에 올랐거나 VIP 티켓을 전혀 받지 못했다는 보도도 나왔을 정도다. 기부 창구를 조기에 폐쇄해 기부 희망자들이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다. 세계 정상들과 고위관리들이 운집하는 가운데 한국에서 간 일부 정치인들은 아예 참여도 못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말 대단한 트럼프다운 세기적인 취임식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의 중요한 대외정책이 고율의 관세를 앞세운 보호무역정책과 미국을 뒤쫓고 있는 중국 때리기다. 미국의 무역적자는 1970년대 들어 적자로 전환된 후 해마다 증가해 마침내 2021년 이후 내리 3년간 매년 1조 달러가 넘는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국별로 보면 2023년의 경우 중국 2787억 달러, 멕시코 1614억 달러, 베트남 1046억 달러, 독일 832억 달러, 캐나다 723억 달러, 일본 719억 달러, 아일랜드 655억 달러, 한국 510억 달러, 대만 473억 달러 순이다. 트럼프는 이러한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미국 근로자들, 특히 백인 저숙련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앗아가고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MAGA)’ 하기 위해서는 우선 이러한 무역수지 적자를 해소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무역수지 적자 해소를 위해 △다자간무역협정(WTO 등) 탈퇴 △ 거래상대국 간 무역수지 균형 수준을 유지하는 공정무역 중시 △보편관세 부과 (10~20%) △대 중국 (최대 무역수지 적자국) 60% 관세 부과 △대 캐나다 멕시코 25% 관세 부과 △관세를 징수할 대외수입청(External Revenue Service) 신설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관세부과 대상에는 맹방도 예외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도 500억 달러 정도의 흑자를 내어 8번째로 많은 대미 흑자국이므로 관세부과가 예상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아예 미국으로 달려가고 있다. CJ그룹은 트럼프가 당선된 지 일주일여 만인 지난해 11월 13일 ‘공화당 텃밭’으로 통하는 미국 중서부 사우스다코타주에서 7000억원을 투자, 북미 최대 아시안푸드 공장을 짓는 착공식을 가졌다. 현대제철의 미국 첫 제철소, SPC의 미국 첫 제빵 공장, LS전선의 미국 최대 규모 해저케이블 공장 등 한국 기업들은 가전부터 자동차, 배터리, 제철, 식품에 이르기까지 미국에 첫 생산 거점을 짓거나, 기존 공장의 생산 품목·물량을 확대하는 등 투자 계획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캐나다 멕시코의 한국 공장들도 상당수 미국으로 이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트럼프 2기의 정책 변화에 대응하고 새 행정부와 돈독한 관계를 맺겠다는 것 역시 핵심적인 이유다.

세계 정상들이 트럼프에게 줄을 대려고 노력하고 있는 가운데서 트럼프 당선자가 먼저 윤 대통령에게 전화를 해서 미국 해군 함대의 유지보수(MRO)를 한국이 맡아 주었으면 좋겠다는 말까지 한 터에 국내 정쟁으로 인해 윤 대통령 출국금지 등 고위 인사들의 대미 활동이 봉쇄되어 안타까운 실정이 아닐 수 없다. 세계 조선시장 점유율은 중국에 이어 2위지만 기술력이 1위인 한국이 맹방으로서 미국과 최고의 파트너로서 미국 해군의 유지보수와 신규건조를 맡을 최적의 국가이다. 이 경우 350조 블루오션이 열릴 것으로 업계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어마어마한 시장을 확보해 한국 경제가 다시 도약하는 계기가 되기 위해서는 한미동맹이 든든해져야 하고 신뢰가 강화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이런 면에서도 국내 정쟁은 조속히 안정되는 것이 정말로 긴요하다.

미국의 부상에 대항하는 한 축이 중국이다. 중국은 중화인민공화국 창건 100주년이 되는 2049년까지 미국을 능가하는 세계 최강국가가 되겠다는 ‘중국몽’을 꿈꾸고 있다. 중국은 이와 함께 ‘인류운명공동체’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 중국 중심으로 단결해 미국의 패권주의에 대항하자는 개념이다. 중국이 그동안 끈질기게 추진해 온 ‘일대일로’ 브릭스 등의 정책을 보완하려는 개념으로 보인다. ‘인류운명공동체’는 시진핑 주석이 제시한 개념으로 중국은 2017년 제19차 전국대표대회를 전후로 ‘인류운명공동체’를 ‘신형국제관계’와 함께 핵심 외교담론으로 제기하고 있다. 중국의 인류운명공동체는 미국과의 세계 패권경쟁 과정에서 주변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중국의 우군을 확보하고 나아가 전 지구적 네트워크를 구축해 대미 우위를 추구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7년 12월 14일 중국을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과 인민대회당에서 회담을 가졌는 바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일대일로’ 공동 건설에도 적극 협력하고, 중국 및 기타 국가와 더불어 인류운명공동체를 세워 나가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2019년 12월 한·중·일 정상회담 자리에서도 모두발언에서 '운명공동체'를 언급했다. 2017년 12월 세계정당대회 참석차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12월 3일 기조연설에서 정당 간 연대와 협력을 통해 인류운명공동체의 미래와 행복을 만들어가자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의 종북친중 중심의 정책에서 벗어나 한미일 가치동맹을 강화하되 중국도 배타적으로 멀리하지는 않은 외교정책을 추진해 왔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해 6월 28일에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평화공존 5원칙 제시 70주년 기념대회'에서 다시 한번 "각국과 함께 인류운명공동체 구축을 추진하자고 밝히고 중국의 힘이 커질수록 세계 평화에 다가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시 주석은 "평화와 안보 분야에서 중국은 전 세계에서 기록이 가장 좋은 대국"이라며 우크라이나와 팔레스타인, 한반도 문제 등과 관련해 중국이 건설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언급한 뒤 "중국의 힘이 늘수록 세계 평화의 희망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런 한편 부상하던 중국도 경제구조가 경직되고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면서 성장이 정체되는 ’피크차이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도 등장하고 있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1월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를 노골적인 경제민족주의라고 비판하고, 시진핑 주석의 ‘인류운명공동체’론을 집중 조명했다. 환추스바오(環球時報)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6일(현지시간) 스위스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연차총회에서 말한 ‘미국 우선주의’는 노골적인 경제민족주의일 뿐이며 이를 세계화로 치장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는 ‘미국 고립주의(America alone)가 아니라며 미국 경제 성장이 촉진되면 전 세계에 도움이 되고, 미국 우선주의는 세계화와 동일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기존의 패권을 유지 강화하려는 미국과 새롭게 부상하는 중국의 격돌이 ’투키디데스 함정‘(Thucydides’ Trap)에 빠지게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분석들도 등장하고 있다.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들의 패권전쟁을 분석한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집필했던 투키디데스가 제시한 개념으로 당시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로 성장하고 있던 아테네와 당시 패권을 장악하고 있던 다른 도시국가인 스파르타 간의 대립 구도를 분석한 개념이다. 이처럼 투키디데스 함정은 고대 그리스 역사학자 투키디데스가 제시한 개념으로, 기존 강대국과 떠오르는 강대국 간의 갈등을 설명하는 개념으로 국제 관계에서 중요한 교훈을 주고 있다.

다만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미·중 양국으로 인해 제3차 세계대전이 임박했다는 식의 공포를 조장하며 ‘함정’에 빠지기 보다는, 합리적이라고 내린 판단도 여전히 불완전함을 깨닫고 주변국들과 좀더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자 하는 태도와 지혜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여기서 핵심적인 주제가 고래싸움 가운데 있는 한국이다. 미국이 미군함대의 유지보수 및 신규건설 기지를 한국으로 정할 경우 한국에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은 당연하지만 이는 당연히 미국의 대중국 전략의 일환일 것이고 중국 입장에서도 지난번 사드 파동 때 보아온 것처럼 그냥 있지는 않을 수도 있다. 이 가운데 한국은 어떻게 대처해야 안정되고 번영된 대한민국을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을 것인가.

미래를 모두 예단할 수는 없지만 과거에서 배우고 현재를 냉철하게 분석하면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전쟁 없는 지난 70년간 대한민국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했고 그 바탕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였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다. 청일전쟁 러일전쟁이 연이어 발생했던 구한말 후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던 역사를 반복해서는 안될 것이다. 고래싸움에 등 터지는 한국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국내에만 매몰돼 권력투쟁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급변하고 있는 국제지정학적인 정세 변화를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미래를 위해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경제학과 ▷맨체스터대 경제학 박사 ▷한국은행 통화연구실장 ▷금융경제연구원 부원장 ▷한국국제금융학회장 ▷고려대 경제학과·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 ▷자유시장연구원장 ▷서울지방시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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