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 규모를 두고 여야 간 샅바싸움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경제 하방 위험을 줄이기 위해 20조원 넘는 대규모 추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와 정부는 다음 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우원식 국회의장,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이 참여하는 4자 국정협의회를 열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는 반도체특별법 등 경제 법안과 추경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상반기 신속 집행을 강조한 정부는 최근까지 추경을 포함한 추가 경기 보강 방안을 '1분기 중' 재점검하겠다고 밝혀왔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여파로 초유의 감액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연초 추경 논의가 불가피했지만 예산 조기 집행만 강조한 것이다. 여기에 여야 간 갈등도 심화되면서 추경 논의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또 상반기 예산을 조기에 집행해도 재정지출이 줄어드는 하반기에 성장을 끌어내리는 요인이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회 예산정책처도 "최근 재정 집행 실적과 올해 하반기 재정 운용 여건을 고려하면 예산 조기 집행 규모와 속도, 경기 부양 효과의 실효성을 모두 담보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후 지난달 31일 최상목 권한대행이 "정치권 등에서 제기하고 있는 추가 재정 투입에 대해서도 국정협의회에서 함께 머리를 맞대고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며 추경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 이에 화답한 야당도 민생지원금을 추경 논의에서 제외할 수 있다며 한 발 물러섰다.
대내외 악재에 추경 논의 시사···"성장률 0.2%p 올리기 위해 추경 20조 필요"
정부가 입장을 선회한 것은 내수 침체가 길어지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따른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위기감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수출은 지난달 전년 대비 10.3% 감소하면서 13개월 만에 역성장했다. 소매판매는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줄며 감소 폭도 커졌다. 지난해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0%에 그친 가운데 올해 성장률이 1% 초중반대로 추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6~1.7%로 낮춰 잡았다.
성장률 추가 하락 위험을 막기 위해 대규모 추경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올해 한국 성장률이 1.5%에 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20조원 규모 추경을 편성해 집행하면 경제성장률을 0.2%포인트 높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20조원 넘는 추경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21년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편성한 2020년 1~4차 추경과 2021년 1차 추경에 대해 효과를 분석한 결과 2020년에는 0.5%포인트, 2021년에는 0.3%포인트 성장률 제고 효과를 나타냈다.
당시 정부는 다섯 차례에 걸쳐 총 81조7000억원에 달하는 추경에 나서 세출 69조5000억원을 확대했다. 추가재정지출 1원당 GDP가 0.2~0.3원 늘어났다는 것이 KDI 측 판단이다. 국내 GDP가 2023년 기준 2243조원 규모인 만큼 0.2%포인트 상승 견인을 위해 15조~22조원 규모 추경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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