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만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참여를 요청함에 따라 삼성전자의 속내가 한층 복잡해질 전망이다. 스타게이트가 침체기에 빠진 삼성전자 DS(반도체)사업부의 반전을 끌어낼 대규모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 사업인 것은 사실이지만, 투자 대비 실익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5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과 손 회장, 올트먼 CEO는 전날 오후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만나 2시간 가량 회담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손 회장과 올트먼 CEO는 이 회장을 포함한 삼성전자 주요 경영진에게 스타게이트 참여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회장은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스타게이트 참여를 주제로 좋은 논의를 했고 앞으로도 (삼성전자와) 논의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스타게이트는 소프트뱅크와 오픈AI, 오라클, MGX(아랍에미리트 국부펀드) 등이 2029년까지 최대 5000억 달러(약 724조원)를 투자해 미국 전역에 생성 AI 산업 발전과 AGI(범용인공지능)의 마중물이 될 하이퍼스케일(초거대) 데이터센터를 짓는 AI 인프라 공동 구축 사업이다. 자회사 Arm이 AI 산업에서 입지를 키우길 원하는 소프트뱅크와 마이크로소프트 인프라 종속에서 벗어나길 원하는 오픈AI의 뜻이 통해 시작됐고, 여기에 마이크로소프트·구글·메타 등 다른 미국 빅테크보다 AI 산업 입지가 떨어지는 오라클과 AI 산업 투자를 원하는 중동의 국부펀드가 합류하면서 성사됐다.
하지만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소프트뱅크·오픈AI가 관련 자금을 실제로 조달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크다. AI 인프라는 직접적인 매출원이 아니라 매출을 내기 위한 자본 지출(Capex)의 성격이 크기 때문에 단기 차익을 요구하는 재무적 투자자(FI) 유치는 어렵다. 소프트뱅크가 오픈AI에 최대 250억 달러(약 36조원)를 투자하고 스타게이트에도 150억 달러(21조원)를 추가 투자할 계획이지만, 최대 5000억 달러라는 계획안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란 수치다.
이에 손 회장과 올트먼이 트럼프 정부의 제재를 받지 않는 한국·일본·인도 정부와 기업 핵심 관계자를 직접 만나며 대미 투자 유치에 나섰다는 게 전문가들 시각이다.
이 점에서 약 234조원 규모의 임의적립금을 보유한 삼성전자는 소프트뱅크와 오픈AI 입장에서 놓칠 수 없는 대어다. 손 회장은 지난 2022년 10월에도 방한해 이 회장에게 비전펀드와 Arm 투자를 요청한 바 있다.
문제는 현재 AI 산업에서 삼성전자의 애매한 위치다. 스타게이트가 현실화하면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도 막대한 낙수효과를 누릴 전망이다. 엔비디아 GPU(그래픽처리장치)에 탑재하는 HBM(고대역폭 메모리)을 필두로 서버용 D램 등의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 엔비디아 GPU용 HBM은 대부분 SK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이 공급하고 있다. 서버용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입지는 탄탄하지만, HBM같은 고부가가치 상품은 아니다. 삼성전자 입장에선 자사 자금을 투자했는데 경쟁사만 좋은 일을 시켜줄 수 있는 상황이다. 투자가 성사되어 스타게이트 데이터센터와 오픈AI의 AI 서비스 사용권을 직접적으로 얻는 방안도 있다. 다만 이 경우 AI·클라우드 사업을 하는 오픈AI와 오라클보다는 활용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다만 구글 생성 AI에 기대는 삼성전자 MX(모바일)사업부 상황을 고려해 오픈AI와 협력을 확대하기 위해 삼성전자가 스타게이트에 소수 지분을 투자할 가능성은 꾸준히 제기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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