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을 만난 회계법인이 현 회계 정책은 '빅4(삼일·삼정·한영·안진)' 회계법인에 집중돼 있다며 이를 해소할 것을 주문했다. 글로벌 스탠더드를 요구하며 중소 회계법인에 '원펌체제(통합관리체계)'를 요구하는 것 역시 현실을 도외시한 주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5일 서울 서대문구 한국공인회계사회관에서 열린 '회계법인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 참석한 중소 회계법인 대표(CEO)들이 이복현 원장에게 대형 회계법인에만 유리한 규제 부담을 합리화해 달라는 의견을 전달했다.
행사에 참석한 한 중소 회계법인 대표는 "빅4 회계법인과 중소 회계법인 간에 양극화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삼일회계법인은 회계 업계 최초로 매출 1조원을 돌파하는 등 빅4 실적은 날로 좋아지는데 중소 회계법인은 일감도 떨어지고 매출도 줄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2023년 빅4가 외부감사인을 맡을 수 있는 기준을 자산 5조원에서 2조원으로 완화했다. 예전에는 중소 회계법인들이 하던 일감을 빅4가 독차지하게 된 배경이다. 회계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기업 70%를 빅4가 도맡아 하고 있다.
중소 회계법인 관계자는 “빅4 중심의 과점 체제는 위험하다”면서 “과거 ‘대우조선 분식회계’ 사건으로 딜로이트 안진이 문을 닫을 뻔했던 것처럼 비상사태가 나올 수 있다. 2부 회계법인들도 키워줘야 모두가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제도를 바꾼 지 얼마 되지 않아 당장 되돌리기는 어렵지만 중소 회계법인과 채널을 상시화해 정기적으로 소통하며 애로사항을 듣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이 중소회계 법인에 요구하고 있는 빅4 수준의 '원펌체제' 역시 현실을 모르는 얘기라는 지적이 나왔다. ‘원펌체제’란 상장회사에 대한 회계감사를 할 수 있는 등록회계법인에 부과되는 의무로, 회계감사 품질관리의 효과성·일관성 확보를 위해 인사·자금 등 경영 전반의 관리체계를 하나로 통합된 체제로 구축·운영하여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금감원 측은 미리 조직을 꾸려 놓고 업무에 필요한 예비 조직도 미리 갖춰 놓아야 내부 품질 관리 수준이 상향된다며 '원펌체제' 구축을 밀어붙이고 있다.
한 중소 회계법인 대표는 "40~100명 남짓한 직원을 보유한 중소 회계법인에 1000명 넘는 직원을 보유한 빅4 수준의 내부 관리체계를 갖추라는 것은 현실을 도외시한 것"이라며 "기업 감사를 맡을 때마다 해당 법인에 최적화된 인력들로 팀을 꾸리고 프로젝트가 끝나면 본 업무로 복귀하고 있는데 빅4처럼 상시 팀을 꾸려 놓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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