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금융권이 지난해 결산 실적을 속속 발표하는 가운데 4대 금융지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최근 내수부진으로 주요 경제지표가 악화하고 있지만, 4대 금융지주는 사상 최대 순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호실적을 낼 수 있었던 주요 배경으론 지난해 크게 벌어진 ‘예대금리차’가 꼽힙니다.
4대 금융, 지난해 순이익 16.6조…‘예대마진’서 나온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주 주요 금융지주는 지난해 결산 실적을 발표합니다. 지난 4일 하나금융을 시작으로 5일 KB금융에 이어 6일 신한과 BNK·JB금융, 7일 우리·DGB금융이 차례대로 실적 공개를 앞두고 있습니다.
특히 4대 금융지주는 연간 기준 최대 순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들의 순이익 합계 추정치는 17조원에 달하는데, 이는 앞서 2022년 고금리 상황에서 거둔 사상 최대 실적 15조6503억원을 크게 웃도는 수준입니다. 이미 실적을 공개한 KB금융(5조782억원)과 하나금융(3조7388억원)에 신한(4조6837억원)·우리(3조558억원)금융의 각 추정치를 더하면 약 16조5565억원이 됩니다. 전년(15조1367억원) 대비해서도 9.4% 증가한 수준이죠.
내수부진으로 경제지표는 악화하고 있지만, 금융지주가 호황을 누리고 있는 건 바로 예대금리차 덕분입니다. 예대금리차는 쉽게 말해 예금과 대출금리 간 차이로, 은행이 금융 소비자로부터 예금을 받아 해당 자금을 대출로 내주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익인 ‘예대마진’을 의미합니다. 예대금리차는 한마디로 은행의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셈입니다.
지난해 하반기 들어 금융지주의 핵심 계열사인 은행들의 예대금리차는 점차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기준금리 인하에 시장금리가 떨어지자, 예금금리는 내리면서도 대출금리는 올렸기 때문입니다. 연간 가계대출 총량을 맞추기 위해 은행들은 20여 차례 넘게 가산금리를 올려 사실상 가계대출을 틀어막았습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평균 가계예대금리차는 지난해 12월 1.165%포인트(p)로 전월(1.1575%p)보다 0.075%p 확대했습니다. 지난해 7월부터 예대금리차는 5개월 연속 벌어지는 중입니다. 그만큼 은행이 금리 조정을 통해 차주에게 받는 이자가 늘었다는 의미죠. 반년 새 예대금리차는 3.5배 이상 높아졌습니다.
‘이자장사’ 비판에…가산금리 내리고, 은행법 고치고
이른바 ‘이자장사’에 대한 비판이 거세진 것도 바로 확대된 예대금리차에 이유가 있습니다. 최근 내수부진으로 자영업자,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치솟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은행이 이자를 더 받는 건 물론 시장금리가 내려갔음에도 예금금리만 내리고 대출금리는 올렸다는 겁니다. 통상 시장금리가 떨어지면 은행은 예금과 대출 금리를 모두 내리는 게 일반적입니다.
이자장사에 대해 금융당국과 정치권도 압박을 하고 나섰습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작년에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인하했음에도 가산금리 인하 속도나 폭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은행들이 새해 기준금리가 떨어진 부분을 반영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정치권은 아예 가산금리를 뜯어고치겠다는 입장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은 가산금리에 넣을 수 없는 항목을 명시하는 은행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발의했습니다. 은행이 법정 비용이라고 주장하는 각종 보험료와 출연료 등을 가산금리에 넣어 대출자에게 떠넘기지 못하도록 막겠다는 취지입니다. 예컨대 서민금융진흥원,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 등에 대한 출연료가 가산금리 산입 금지 항목에 해당합니다.
결국 은행들은 지난해 올렸던 가계대출 금리를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먼저 신한은행이 지난달 13일부로 가산금리를 최대 0.3%p 낮췄고, KB국민은행은 같은 달 27일 은행채 5년물 금리를 지표로 삼는 가계대출 상품 금리를 0.04%p 내렸습니다. 우리은행도 설 연휴 직후인 31일부터 주요 가계대출 상품의 가산금리를 최대 0.29%p 낮췄죠.
다만 은행권에선 억울하다는 목소리도 큽니다. 가산금리를 올리게 된 건 당국의 가계대출 규제 시행 연기에 따른 영향이 컸기 때문입니다. 당국은 앞서 지난해 7월 시행하려던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두 달 연기했고, 최대한으로 대출을 받고자 하는 '막차 수요'가 몰리면서 가산금리 인상 등 가계대출 관리를 강화하기에 이르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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