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는 지난 4일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이 밝혔다. 이날 정기총회를 통해 신임 협회장으로 선임된 스마텔의 고명수 회장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RM(종량제) 도매대가를 파격적으로 인하해서 1만원대의 요금제로 20GB의 요금제를 만들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졌다"며 "알뜰폰 업계가 이동통신사의 정책을 따르고 망을 빌리고 있지만, 자체 요금제를 만들어서 자체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준 것"이라고 말했다.
고 회장은 "협회 회원사들이 다 같이 좀 더 고객에게 합리적인 요금제를 만들어서 가계통신비 인하에 적극적으로 기여해 나갈 것"이라며 "합리적인 소비를 원하는 고객들이 알뜰폰을 선택할 수 있게끔 해서 현재 가입자 수를 2~3배까지 늘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11월 기준 알뜰폰 가입자 수는 총 952만5558명이다. 다만 여기에는 사물인터넷(IoT) 회선도 포함됐기 때문에 실제 알뜰폰 이용 고객은 이보다는 적다.
앞서 지난 1월 과기정통부는 알뜰폰 업체들이 통신사에 지불해야 하는 망 도매대가 인하를 발표하면서 RM 방식의 데이터 도매대가를 최대 52%까지 줄였다고 밝혔다. 또 1년에 5만테라바이트(TB) 이상의 데이터를 선구매하면 도매대가의 25%를 추가로 할인받을 수 있도록 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알뜰폰 요금제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RS(수익배분) 방식의 도매대가 인하폭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점에 아쉬움을 나타내는 반응도 있지만, 협회는 긍정적인 면에 주목했다.
전파사용료는 주파수를 사용하는 대가로 납부하는 세금이다. 정부는 2012년 알뜰폰 제도를 도입하면서 서비스가 안정화될 수 있도록 초기 3년만 면제할 계획이었으나 알뜰폰 경쟁력 확보를 위해 중견·중소 알뜰폰 사업자에 대해서는 지난해까지 전파사용료를 전액 감면했다. 대기업 계열 알뜰폰 업체들의 경우 2023년부터 전액 납부하고 있다.
다만 올해부터는 20%를 내야 하고, 2026년 50%에 이어 2027년에는 중견·중소 업체들도 100%를 납부해야 한다. 다만 업계에서는 여전히 중소 알뜰폰 업체들의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이 1만원 초중반대로 통신 3사보다 낮은 만큼, 전파사용료 부담이 커지면 이익이 거의 나지 않거나 적자 전환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한다.
올해 4월부터 사후규제로 전환되는 SK텔레콤과의 도매대가 협상도 큰 변수다. 그간 과기정통부가 알뜰폰 업계를 대신해 망 도매대가를 SKT와 협상해 왔지만, 이제부터는 알뜰폰 업계가 직접 협상을 진행하고 정부는 협상 과정에서 문제가 있는지를 살피는 사후규제만을 담당한다. 알뜰폰 업계는 정부보다 개별 업체들의 협상력이 약한 만큼 일방적으로 SKT에 유리한 도매대가가 산정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편 고명수 회장은 이날부터 2년간 협회장으로 활동하게 된다. 고 회장은 "도매대가 사후규제 체제로의 전환과 전파사용료 납부 등 절체절명의 상황에 놓인 알뜰통신 시장의 위기를 기회로 바꿔 제2의 도약과 함께, 알뜰통신 1000만 시대를 넘어 알뜰폰 대중화 시대를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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