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해야 요즘 청년들이 결혼을 생각하고 아이를 출산하고 양육하기 좋은 여건이 될까? 삼남매를 키우는 다둥이 아빠이자 기업 CEO인 필자는 이미 여러 차례 이와 관련된 내용의 정책을 정부에 제안했다.
첫째, 9인승 차량을 소유한 다자녀 가정의 버스 전용 차선 허용을 제안했다. 여기서 다자녀 기준은 3자녀 이상이고, 미취학 아동을 포함한 경우다. 어린 자녀와 장거리 차량 이동을 해본 부모라면 아이들이 차에 머무는 시간을 얼마나 힘들어하는지 잘 알 것이다.
필자의 자녀들이 미취학아동(7세, 5세, 2세)이었을 때 장거리 여행을 계획하는 건 도전이었다. 길 막힘의 부담이라도 덜어줄 수 있다면 피부에 와 닿는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러한 혜택을 '9인승 차량을 소유한 가정'으로 한정하면 버스전용 단속카메라 설정을 변경할 필요도 없어 신속히 실행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제도라고 생각한다.
둘째, 다자녀 가정도 장애인 주차구역을 사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차들로 가득 찬 좁은 주차 공간에서 유모차를 꺼내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더구나 인도가 없는 주차장을 유모차로 가로질러 오는 것은 아이에게 상당히 위험하다.
어느 주차장이든 텅 빈 장애인 주차구역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 공간을 다자녀 가정과 공유하면 어떨까 생각했다. 정책 제안을 위해 임산부 스티커에서 착안한 다자녀 스티커를 떠올렸다. 아이를 낳으면 동사무소에 가서 출생신고를 한다. 신고 시 아기가 셋째 이상의 자녀라면 동사무소에서 차량에 부착할 수 있는 다자녀 스티커를 발급해준다. 해당 스티커의 유효기간은 아기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해의 2월까지다. 이 스티커가 부착된 차량에게만 주차를 허용한다면 위반 차량 여부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예산이 많이 드는 일도 아니다.
셋째, 자녀 수에 따른 세금 공제 혜택이다. 국가 저출산 극복 지원사업은 대부분 정부에서 자금을 지원하는 방법들이다. 그러면 자원을 확보하고 대상을 선별해서 지원금을 책정해야 하는 시간과 절차 상의 어려움이 존재한다. 아이가 한 살 한 살 먹을수록 훅훅 줄어드는 복잡한 여러 지원금도 정말 감사하지만, 지출되는 금액을 줄여준다면 더 감사할 것이다. 예를 들어, 자녀가 늘어날 때마다 대출 이자를 낮춰주듯이 이를 교육세·소득세·주민세 등에 확대 적용하여 자녀가 늘어날 때마다 세금을 줄여주거나 면제해주는 것이다.
넷째, 다자녀 혜택 카드 통합이다. 요즘은 다자녀의 기준이 2자녀 이상으로 완화됐고 다양한 다자녀 혜택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별로 운영되는 다자녀 혜택 카드는 다둥이행복카드(서울), 꿈나무사랑카드(대전), 가족사랑카드(부산), 다둥이야호카드(전주) 등 지역별로 이름도 다르고 혜택도 다르다. 그래서 문제는 다른 지역에 가서는 다자녀카드 혜택을 볼 수 없다.
대전에 사는 필자가 서울에 갔을 때 공영주차장에 주차를 했는데 '다자녀 가정은 주차요금 50% 할인'이라고 써있지만 서울에 거주하는 다자녀 가정으로 한정돼 서울의 '다둥이행복카드'를 지참해야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다자녀 가정이라면 어느 지역에서든 혜택 받을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요즘은 2자녀도 충분히 훌륭하고, 3자녀라고 하면 '나라에서 상(賞) 줘야겠네'라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듣는다. 상을 준다는 것은 잘한 행위에 대한 보상을 준다는 것이고 상을 받는다는 건 사람들에게 동기부여의 원천이 된다. 무(無)자녀 가정에 확실한 동기부여를 원한다면 다자녀 가정에 확실한 상을 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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