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관련 예산 전액이 삭감되는 등 시추공 1개 뚫을 비용 마련도 빠듯한 상황이라 향후 추가 탐사 시추 추진에 적신호가 켜졌다.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는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왕고래 프로젝트 1차 탐사 시추 결과에 대해 "시추 작업 과정 중 일부 가스 징후를 확인했지만 규모가 작아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지난해 6월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최대 140억배럴 규모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다는 윤석열 대통령 브리핑으로 처음 공개됐다. 지난해 12월 20일 1차 시추가 시작돼 47일 만인 지난 4일 마무리됐다.
이번 시추 결과 대왕고래 유망구조 속 가스 포화도는 주변 지층보다 높게 나왔지만 가스·석유를 생산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평가됐다. 현시점에서는 대왕고래 내 추가 탐사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결론이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가스 징후가 포착되면 저류층과 덮개암이 충분한지, 탄화수소 포화도는 어떤지 등을 통해 경제성을 판단한다"며 "(대왕고래를) 생산 광구로 전환할 만한 포화도에 이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 데이터와 1차 시추) 격차가 컸다"며 "최소한 대왕고래 안에 있는 가스 포화도는 경제성 있는 가스전으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다만 정부는 동해 심해 가스전 존재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았다. 해당 지역 석유 시스템 구조가 예상보다 양호하다는 판단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대왕고래에서 채취한 가스의 유래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석유·가스를 생성하는 근원암에서 이동한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정부는 근원암에서 생성된 탄화수소가 균열 등으로 빠져나갔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오징어' '명태' 등 인근 다른 유망구조에는 탄화수소가 갇힌 상태로 존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번 1차 시추를 통해 확보한 시료와 데이터에 대한 정밀 분석을 진행해 오는 8월 최종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대왕고래 프로젝트 사실상 '실패'···추가 시추, 해외 투자 유치가 관건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던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결국 한 차례 시추로 실패 판정을 받은 셈이 됐다. 국회에서 야당 주도로 관련 예산이 전액 삭감된 만큼 추가 시추를 추진하기도 여의치 않다. 향후 시추 여부와 위치, 시기 등은 미정이다. 정부는 다음 달부터 투자 유치 입찰 절차를 개시할 예정인데 이번 결과를 보고도 해외 투자자들이 자금 투입을 결정할지는 미지수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미 투자 입찰 의향을 밝힌 글로벌 메이저 기업들이 있고 유치에 성공한다면 이들 기업과 의견 교환을 통해 시추가 이뤄질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투자 유치에 성공하는 게 추가 탐사 시추 동력을 살릴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대왕고래 탐사 시추 조사 업체 선정 논란이 재점화할 가능성도 높다. 사업 추진 초기 단계부터 탐사 데이터 분석을 담당한 미국 기업 액트지오에 대해 신뢰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호주 최대 석유 개발 회사이자 8광구와 6-1광구를 2007년부터 2023년 8월까지 탐사했던 우드사이드가 대왕고래에 대해 "더 이상 가망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발을 뺀 것도 논란을 키우는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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