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상수지 흑자가 990억 달러에 달해 역대 2위에 올랐지만 올해는 목표치 800억 달러 사수가 난망한 상황이다. 미국 새 행정부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이 큰 데다 중국 딥시크발(發) 충격까지 겹치며 우리 수출이 어두운 터널로 진입하고 있는 탓이다.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서비스수지를 개선하고 해외 투자 수익을 확대해 본원소득수지를 늘리는 등 선진국형 경상수지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은행이 6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경상수지는 123억7000만 달러(약 17조9000억원) 흑자로 집계됐다. 동월 기준 역대 최대치다.
상품수지와 본원소득수지에서 호성적을 거둔 덕분이다. 1년 전보다 수출이 6.6%, 수입이 4.2% 불어나며 상품수지는 104억3000만 달러 흑자였다. 본원소득수지는 증권 투자 배당 소득이 크게 늘면서 11월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47억6000만 달러 흑자를 냈다.
다만 올해는 전년보다 실적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경제 전망에서 올해 경상수지 흑자를 800억 달러로 전망했다. 특히 상품수지 흑자를 876억 달러로 상정했는데 연초부터 수출 여건이 녹록지 않다.
당장 1월 무역수지가 19개월 만에 적자로 돌아섰고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도 여전하다.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의 새 AI 모델 공개 여파도 만만치 않다. 고사양 메모리 반도체 없이도 기대 이상의 성능을 인정받은 딥시크의 등장에 한국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 산업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오는 25일 한은이 내놓을 수정 경제 전망에서 경상수지 흑자 목표치가 하향 조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1국장은 "1월 경상수지 흑자 폭이 매우 축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올해 경상수지 흐름에서 가장 중요한 리스크 요인은 미국 트럼프 정부의 통상 정책과 그에 대한 주요국들의 반응인 만큼 시기와 강도를 계속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과거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미국산 에너지 수입을 대폭 늘리면서 대미 무역수지 흑자 폭이 2017년 179억 달러에서 2019년 115억 달러로 축소된 경험이 있다. 당시 수출 비중 1위인 대중 수출까지 감소하며 불황형 경상수지 흑자를 이어가던 한국 경제는 2019년 4월 해외 배당 유출이 급증하자 7년 만에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경상수지 흑자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고부가가치 수출 확대와 서비스수지 적자 개선이 시급하다고 짚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이 선진국형 경제 발전 단계에 이른 만큼 서비스수지 흑자를 도모하는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외 금융자산을 늘리거나 해외 투자 수익을 확대하는 식의 본원소득수지 확대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윤상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거시금융실장은 "우리 경상수지 흑자 대부분이 상품수지에 치우쳐 있는 문제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해외 수익원을 발굴하고 콘텐츠 등 서비스 수출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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