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쿤밍 중국 광둥성 당서기가 5일 사진광둥신문망](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5/02/06/20250206163919289625.png)
“인공지능(AI)과 로봇공학, 두 분야에 집중해 첨단기술 산업의 새 기둥을 구축해야 한다.”
‘중국판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광둥성 당·정 1인자인 황쿤밍(黄坤明) 당서기가 지난 5일 광둥성의 고품질 발전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AI 스타트업 딥시크를 비롯한 중국 항저우 소재 스타트업 ‘6룡(龍)’의 비상에 중국 경제 1위 '대성(大省)' 광둥성의 위기감이 커진 가운데서다.
광둥성 1인자 "AI와 로봇에 집중하라"
항저우 스타트업 6룡은 최근 가성비 높은 AI모델로 전 세계를 놀래 킨 딥시크를 비롯해 ▲올해 중국 국영중앙(CC)TV 설 특집쇼 ‘춘완(春晩)’에서 ‘로봇 칼군무’를 선보인 중국 간판 로봇기업 유니트리(중국명: 宇樹科技) ▲ 중국 로봇 스타트업 딥로보틱스(雲深處科技) ▲‘검은신화:오공' 게임으로 대박을 터뜨린 게임회사 게임사이언스(遊戲科學)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분야의 브레인코(強腦科技) ▲세계 최대 3D프린팅 데이터 플랫폼 매니코어(群核科技)를 가리킨다.
황 서기도 이날 열린 광둥성 고품질발전 대회에서 '항저우 6룡'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딥시크는 호랑이도 무서워하지 않는 용기와 기세로 미국 AI 빅테크(대형 인터넷 기업)를 놀래켜 나비효과를 불러일으켰고, 유니트리의 로봇은 CCTV 설특집쇼 춘완 무대에 등장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중국은 이미 시대의 흐름을 선도하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광둥성도 경쟁에서 앞서 나가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황 서기는 “핵심 기술은 생명줄로, 지름길 없이 오로지 위로만 뚫고 나갈 뿐”이라며 “광둥성은 국가 실험실과 주요 과학기술 인프라를 잘 구축·활용하고, 반도체, 핵심소프트웨어 등 중대 프로젝트를 추진해 수퍼 플랫폼에서 수퍼 성과를 창출함으로써 전략적 필수 경쟁 분야에서 선두를 달려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새로운 과학기술 혁명과 산업 변혁이 세계 산업 지형을 재편하고 있다”며 “낙후된 농촌에서 전 세계를 움직이는 '세계의 공장'으로 발전해 전 세계를 선도하는 지능형 제조 기지와 신흥 산업의 중요한 발원지로 거듭난 광둥성도 이제 대세를 파악해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서기는 인재 유치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올해 '100만 영재의 광둥성 인재 유치 액션플랜'을 시행해 광둥성이 경쟁력 있는 연봉과 일자리를 제공해 100만 대졸자가 광둥성에서 취업·창업하도록 적극 장려할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판 실리콘밸리' 타이틀···항저우에 내줄까
이는 최근 항저우 하이테크 산업이 급속히 발전하는 가운데 '중국판 실리콘밸리'로 중국 과학기술 최선전인 광둥성이 'AI 혁명'에서 다소 힘에 부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 가운데 나온 움직임이다. 황쿤밍 서기의 이날 연설이 광둥성의 AI·로봇 등 첨단기술 분야 발전에 경종을 울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광둥성 선전은 과학기술 혁신의 도시로 화웨이·텐센트·비야디·DJI 등 굵직한 기업을 배출한 ‘중국판 실리콘밸리’라 불려왔다. 하지만 최근 선전에 DJI 이후 수년간 새로운 유니콘 탄생이 없었다며 AI·로봇 등 새로운 과학기술 혁명에 뒤처지는 것 아니냐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
무엇보다 광둥성은 AI 방면에서 인재풀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중국 구직채용 플랫폼 마이마이(脉脉)가 발표한 ‘AI 인재데이터 도감 2022’에 따르면 중국서 AI 인재풀이 가장 탄탄한 곳은 1위 베이징으로, 중국 전체의 24%를 차지했다. 항저우가 16.53%로 2위를 차지한 반면, 선전은 6.18%로 상하이(9.78%)에 이은 4위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광둥성이 중국 첨단 하이테크의 고장이지만, 정작 베이징의 칭화대학교나 항저우의 저장대학교 같은 이공계 명문 대학교가 없어 인재 유치가 어렵다는 점을 꼽는다.
실제로 딥시크 창업자인 량원펑(梁文鋒)은 광둥성이 고향이지만, 저장대학교를 졸업하고 항저우에서 창업을 시작했다. 최근 ‘AI 챗봇’ 키미로 뜨고 있는 중국 또 다른 AI 스타트업 문샷(月之暗面) 창업주 양즈린(楊植麟)도 광둥성 출신이지만, 베이징 칭화대학교에 진학해 베이징에서 창업한 케이스다.
최근 광둥성 경제 성장률이 둔화하고 있다는 점도 위기감을 키우고 있다. '중국 개혁개방 1번지'로도 불리는 광둥성은 지난 36년간 중국 국내총생산(GDP) 1위를 이어갔지만 최근 부동산 침체와 대외 수출 불확실성으로 성장률 둔화세가 뚜렷해졌다. 지난해 광둥성 경제성장률은 3.5%에 그쳐 2년 연속 5%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반면 2위 장쑤성 GDP는 전년 대비 5.8% 증가한 가운데 광둥성과의 GDP 격차를 좁혀가며 2년내 광둥성이 장쑤성에 1위를 내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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