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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달과 술을 가장 좋아한 사람을 꼽으라면 중국 당대 시인 이백을 빼놓을 수 없다. 중국 최고의 시인으로 평가받아 ‘시선(詩仙)’이라 불린 그는 주로 달과 같은 자연을 노래한 낭만주의 시인이었다. 낭만과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어찌 술이 빠질 수 있을까. 그의 대표 시인 월하독작 (月下獨酌-달 아래 홀로 술잔을 기울이며) 만 봐도 그가 달과 술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알 수 있다.
이백 이야기를 꺼낸 것은 얼마 전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에서 ‘달그림자’ 이야기를 한 그분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그는 소문난 애주가다.
술을 좋아하면 달도 자연히 좋아하게 되는 것일까. 그는 탄핵심판의 원인이 된 비상계엄 선언과 관련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뭐 지시를 했니, 받았니 이런 이야기들이 마치 호수 위에 떠 있는 달그림자를 쫓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비상계엄을 선포했지만 체포된 사람도, 다친 사람도 없었으니 뜬구름 잡는 소리라는 주장이다. 이는 대통령직 파면은 물론 내란 혐의 자체를 에둘러 부인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의 주장과 달리 대한민국은 비상계엄 선포로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정치·사회적 혼란은 정량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해도 경제 분야에서 발생한 피해는 숫자로도 명확히 드러난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고(즉 원화 가치 하락), 주가가 폭락한 것은 물론 모처럼 연말 특수를 기대하던 자영업자들은 급감한 매출로 눈물을 흘려야 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그 역시 소상공인들의 아픔을 외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나타내는 지표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폐업자 수 증가만큼 확실한 숫자도 없다. 중소기업중앙회가 폐업한 자영업자에게 지급하는 노란우산 폐업공제금 지급액은 지난해 약 1조39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내수 침체 여파로 전체 자영업자 수가 1년 전보다 3만명 넘게 줄었으며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인 ‘나 홀로 사장님’ 수가 6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는 점도 이들이 벼랑 끝에 내몰렸음을 보여준다.
술을 좋아하는 낭만주의 시인이라면 간밤에 술에 취해 저지른 실수를 두고 “아무 일도 없지 않았느냐”며 웃어넘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나라의 정치·사회·경제 모든 면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대통령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그의 실수는 나라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으며, 설령 아무 일도 없었다 하더라도 ‘달그림자’ 같은 논리로 어물쩍 넘어갈 수는 없는 일이다.
전설에 따르면 이백은 강에 비친 달빛을 쫓다가 익사했다고 한다. 과음한 탓인지, 낭만과 목숨을 맞바꾼 것인지 알 길은 없다. 대통령의 마무리는 당연히 이와 다르길 바란다. 맨 정신으로 소상공인들의 눈물을 직시했으면 한다. 그랬다면 '호수 위 달그림자' 같은 얘기로 그들의 상처를 덧내는 일은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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