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수요 감소와 트럼프 행정부의 IRA(인플레이션감축법) 보조금 폐지 우려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한국 배터리 기업의 미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회사채 공모가 크게 흥행하면서 SK온도 회사채 발행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슈퍼 사이클(초호황)에 대비하기 위한 생산 설비 투자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6일 IB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이날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8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실시해 총 3조7450원의 매수 주문을 받았다.
LG에너지솔루션이 원화 회사채를 발행하는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2023년 1조원 규모로 첫 회사채를 발행하고 지난해 1조6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추가 발행했다.
회사는 이번 회사채 발행으로 확보한 자금을 북미 생산시설 확충 등에 활용할 방침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 스텔란티스와 캐나다 온타리오 합작 공장, 혼다와 미국 오하이오 합작 공장, 현대차그룹과 미국 조지아 합작 공장 등 5개의 북미 신규 공장을 건설 중이다.
전기차 수요 감소와 IRA 보조금 폐지 우려 등에도 불구하고 LG에너지솔루션이 설비 투자에 나서는 이유는 배터리 슈퍼 사이클(초호황기)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반도체 기업이 불황의 터널을 뚫고 인공지능(AI) 수요에 힘입어 '역대급' 사업 실적을 낸 것처럼 배터리 기업도 불황 이후 전기차·ESS(에너지저장장치) 등 수요 확대로 업턴이 올 것이란 기대감이 팽배하다.
실제로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는 지난 3일 임직원들에게 보낸 사내 메시지를 통해 "위기일 때 진정한 실력이 드러난다. 미래 슈퍼사이클 도래 시 결국 실력을 갖춘 기업이 이를 지배할 수 있다"며 "범처럼 노려보고 소처럼 걷는다는 호시우보의 자세로 철저히 준비하고 실행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 배터리 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확인한 만큼 SK온도 조만간 회사채를 발행해 설비 투자에 나설 것으로 예측된다.
IB 업계에 따르면 SK온은 지난달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에 발행하려는 회사채에 대한 본평가를 요청했다. 신용평가 후 3개월 내에 회사채를 발행하지 않으면 신용등급 평가가 무효화되는 만큼 조만간 발행 회사채 규모를 확정하고 수요예측에 나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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