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자2](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5/02/08/20250208155125799623.png)
고대 신화를 소재로 한 중국 애니메이션 영화 '너자2(哪吒之魔童闹海, 나타:마술소년의 바다소동)'가 중국서 대박을 터뜨리며 중국 역대 흥행 1위에 올랐다. 높은 기술력의 특수효과로 무장한 이 영화는 중국 고전 소설에 현대적 상상력을 가미해 중국의 소프트파워를 과시했을 뿐만 아니라, 영화 속 천상계에 맞서 싸우는 너자의 모습이 미국의 패권에 맞서는 중국의 도전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중국인들은 열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中인민의 애니메이션'···소프트파워 굴기
중국 박스오피스 사이트 먀오옌에 따르면 너자2는 8일 현재 박스오피스 70억 위안(약 1조4000억원)을 돌파했다. 너자2는 6일 이미 57억7700만 위안의 박스오피스로 중국 역대 흥행작 1위에 랭킹됐던 한국전쟁 영화 장진호(長津湖,2011년 개봉)를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올라섰다. 이대로라면 '너자2' 누적 박스오피스가 94억 위안도 돌파할 것이라고 먀오옌은 관측했다.
중국 영화감독 자오쯔가 메가폰을 잡은 너자2는 앞서 2019년 개봉한 너자1(哪咤之魔童降世, 악동 나타의 탄생)의 후속편이다. 영화는 16세기 명 나라 요괴소설 '봉신연의(封神演義)'에서 영감을 받아 중국 고대 신화 속 캐릭터인 '너자(나타)' 이야기를 각색했다.
전편이 인간계에서 '어둠의 마왕'이라는 운명을 타고 태어난 너자가 세상의 편견과 스스로의 운명과 맞서 싸우는 내용을 담았다면, '너자2'는 하늘의 재앙으로 육신은 사라지고 영혼만 남은 너자가 육신을 다시 복원해 나가는 과정에서 숱한 고난과 역경을 겪으며 성장해가는 줄거리다.
중국 고전 소설에 현대적인 상상력을 더한 탄탄한 스토리 전개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못지 않은 특수효과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중국 21세기경제보 등에 따르면 너자2
영화 제작에만 5년이 걸렸고, 4000명 이상의 인력이 동원됐고, 특수효과 장면만 1900개가 넘는다. 제작에만 모두 138곳의 애니메이션 회사가 제작에 참여했는데, 이중 외국회사는 단 한 곳 없이 모두 중국 토종 애니메이션 기술로만 제작했다. 너자2에 '중국 인민의 애니메이션'이란 타이틀이 붙은 배경이다.
“눈 앞에 길이 없다면 길을 만들어낼 것이다. 하늘과 땅이 허락하지 않으면 이 세상을 뒤집을 것이다", "누가 신선이고 요괴냐, 이는 단지 이족(異族)의 운명을 가두는 족쇄에 지나지 않는다" 등의 대사로 천상계의 불공정함과 맞서 싸우려는 주인공 너자의 용기와 의지에 관객들은 응원을 보낸다.
중국 외교부도 지난 6일 정례 브리핑에서 너자2를 비롯한 중국산 영화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과 관련해 "해외 진출한 중국 영화가 중국과 세계 각국간 교류의 새로운 교량, 세계가 중국을 보는 새로운 창구가 되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너자2는 오는 13일 호주·뉴질랜드 등을 시작으로 14일엔 캐나다·미국에서 개봉되며, 향후 우리나라를 비롯해 싱가포르·말레이시아·일본 등지에서도 개봉될 예정이다.
펜타곤 등장? 천상계(미국)에 맞서는 너자(중국)
무엇보다 흥미로운 점은 중국인들이 너자2에서 천상계(미국)에 저항하는 너자(중국)의 모습을 오늘날 미국과 중국간 패권 전쟁의 관점에서 해석하는 것이다.
영화 속에서 천상계 심장부인 '옥허궁(玉虛宮)'은 미국 국방부 청사인 펜타곤을 연상케 해 오늘날 전 세계 패권국가인 미국을 상징하며, 천상계의 부조리함에 맞서는 너자는 미국의 질서에 도전하는 중국을 연상케 해 중국인들이 너자2 영화에 열광하는 것이다.
실제 영화 속 옥허궁 신선들이 먹을 금단을 제조하는 '연단로(煉丹爐)'에는 미국 달러화 기호가 표시돼 있는게 대표적인 예다.
홍콩 대공문회보는 "연단로는 과학기술 혁신 분야에서 미국의 핵심기술 장벽을 가리킨다"며 "너자는 지혜와 용기로 연단로를 파괴함으로써 중국이 독자적 기술로 미국의 기술 제재를 뚫는 모습을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영화 곳곳에는 미국을 상징하는 요소가 담겨있다. 미국의 상징인 독수리가 그려진 신선계 특별통행증 '옥패(玉牌)'는 미국 그린카드(영주권)를 연상케 하고, 옥허궁을 지배하는 무량신선이 너자에게 건네주는 알약은 흡사 코로나19 바이러스처럼 생겼는데 이는 미국이 중국에 코로나19 확산 주범국이라는 오명을 덮어 씌웠다는 중국측의 주장을 떠올리게 한다.
주가 일주일새 50%↑···'중국판 마블' 꿈꾸는 광선미디어
한편, '너자2' 흥행의 최대 수혜자는 제작사인 광선미디어(光線傳媒)다. 선전거래소에 상장된 회사 주가는 최근 일주일 사이 50% 뛰었다. 광선미디어 측은 지난 5일 기준 너자2 박스오피스 수입 48억4000만 위안을 기준으로, 회사가 벌어들인 매출이 약 10억 위안에 달한다고 밝혔다.
차이신에 따르면 광선미디어 창업주인 왕창톈은 예전부터 '중국판 마블'을 만드는 게 목표였다. 미국의 마블코믹스가 다양한 슈퍼히어로와 그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마블 세계관'을 만들었듯, 광선미디어도 중국 신화 영웅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 '중국 신화 세계관'을 만들겠다는 것.
이를 위해 2015년 산하에 애니메이션 제작 전문 자회사 차이탸오우(彩條屋)를 설립하고 22편의 애니메이션 제작 리스트도 만들었다. 현재 창작단계에 있는 애니메이션 영화만도 수십여편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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