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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낭기의 관점] 윤석열 수사로 드러난 법의 허점들…재정비 안 하면 사법 신뢰는 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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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낭기 논설고문/한라대 특임교수
입력 2025-02-09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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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 대한민국 새판짜기] ①

정형식(왼쪽), 이미선 헌법재판관이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소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2회 변론준비기일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공동취재]
정형식(왼쪽), 이미선 헌법재판관이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소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2회 변론준비기일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공동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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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과 탄핵 사태를 거치면서 현행 법 곳곳에서 허점과 구멍이 드러났다. 이 허점과 구멍은 윤석열 대통령 수사와 체포 및 구속 과정에서 숱한 적법절차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나라 전체를 혼돈 속으로 몰아넣고, 치르지 않아도 될 홍역을 치르게 했다. 그 허점을 보완하고 구멍을 메워 온전한 법 체계를 이루는 게 우리의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허점과 구멍이 가장 많이 드러난 법은 공수처법(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다. 대표적인 게 검찰과 공수처의 업무 관계가 모호하다는 점이다. 이번에 서울중앙지검은 공수처로부터 윤 대통령 내란 혐의 사건을 넘겨 받은 뒤 서울중앙지법에 윤 대통령 구속 기간을 연장해 줄 것을 요청했다. 윤 대통령을 기소하려면 공수처 수사 자료만으로는 부족하고 검찰이 보완 수사를 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법원은 구속 기간 연장 신청을 기각했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고 두 번이나 그랬다. 


공수처와 검찰 업무 분담 모호
 

법원은 기각 이유로  공수처가 넘긴 사건에 대해 검찰이 보완수사를 할 수 있다는 명시적 규정이 공수처법에 없다는 점을 들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법원이 공수처법을 잘못 해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논란이 생긴 이유는 공수처법 규정의 허점과 구멍 때문이다.  

 

공수처법 제26조는 공수처 검사가 사건을 수사한 뒤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지체 없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송부하고, 이 경우 서울중앙지검은 ‘공수처장에게 해당 사건의 공소 제기(기소를 의미) 여부를 신속하게 통보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문제는 ‘공소 제기 여부를 신속하게 통보해야 한다’는 규정의 의미다. 법원은 이 규정을 검찰이 보완 수사 과정 없이 공수처 수사 자료에 근거해 기소 여부를  신속히 결정한 뒤 공수처에 통보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반면에 검찰은 필요하면 보완수사를 하고 그걸 토대로 기소 여부를 결정한 뒤 그 내용을 공수처에 신속히 통보하면 된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검찰의 보완 수사권 인정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다. 

 

이처럼 현행 공수처법은 공수처가 넘긴 사건에 대해 검찰에 보완 수사권이 있는지 없는지가 모호하다. 이는 경찰의 경우와 대비된다. 경찰도 공수처처럼 범죄 사건을 수사한 뒤 검찰에 넘긴다. 이 경우 검찰은 넘겨받은 사건을 자체적으로 보완 수사할 수 있고 필요한 때는 경찰에 보완 수사를 요구할 수도 있다. 이게 형사사소송법의 규정이다. 그런데 공수처가 넘긴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이 자체 보완 수사를 할 수 있는지, 공수처에 보완 수사를 요구할 수 있는지에 관한 규정이 없는 것이다. 

 

검찰과 공수처의 보완 수사에 관한 애매한 관계가 문제된 것은 윤 대통령 경우뿐이 아니다. 공수처는 15억8000만원 뇌물 수수 혐의로 감사원 3급 공무원을 수사해 2023년 11월 검찰에 넘겼다. 검찰은 2024년 1월 ‘수사가 불충분하니 추가 수사하라’며 사건을 공수처에 다시 넘기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공수처는 ‘검찰이 자체 보강 수사를 거쳐 기소 여부를 결정하라’며 사건 받기를 거부했다. 이 바람에 공수처와 검찰 간 ‘사건 핑퐁’이 300일 넘게 이어졌다. 결국 검찰은 ‘언제까지 사건을 방치할 수 없다’며 직접 보완 수사를 하기로 결정했다. 이 사건은 불구속 사건이라 구속 기간 연장 문제는 없었다. 그러나 이번 서울중앙지법 해석대로 공수처가 넘긴 사건에 대해 검찰의 보완 수사권이 없다면, 검찰은 불법적인 권한을 행사하는 셈이 된다.


공수처 수사권 범위 어디까지
 

공수처 수사권도 뜨거운 논란거리였다. 형사소송법, 검찰청법, 공수처법에는 각각 경찰, 검찰, 공수처의 수사 대상 범죄가 규정돼 있다. 경찰은 모든 범죄를 수사할 수 있다. 검찰은 부패범죄와 경제범죄, 공수처는 고위공직자의 범죄 중 특정 범죄(직권남용, 뇌물 등등)만 수사할 수 있다. 이에 따르면 내란죄 수사는 경찰만 할 수 있다. 검찰도, 공수처도 할 수 없다. 다만 검찰이나 공수처는 각자 법에 정해진 범죄를 수사하다가 그와 밀접히 관련된 범죄가 드러나면 이를 수사할 수 있게 돼 있다. 이번에 공수처는 이 규정을 근거로 윤 대통령에 대해  직권남용죄를 수사하다가 그와 관련된 범죄인 내란죄로 수사 범위를 넓혔다. 

 

그러나 현직 대통령은 내란과 외환죄를 빼고는 재직 중 소추할 수 없게 헌법에 규정돼 있다. 소추란 엄밀히 말하면 기소를 뜻하지만 넓게 봐서 수사도 포함한다는 해석도 많다. 즉 현직 대통령은 내란, 외환죄를 빼고는 기소는 물론 수사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수처가 애초 윤 대통령에 대해 직권남용죄를 수사한 것은 불법이고, 직권남용죄와 관련된 범죄로 내란죄를 수사한 것도 당연히 불법이라는 주장이 나올 수 있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 수사권을 거부하면서 경찰이 수사한다면 응하겠다고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검찰은 비상계엄 직후 윤 대통령 내란 혐의를 수사하다가 공수처의 이첩 요구에 따라 사건을 공수처에 넘겼다. 내란죄 수사권 시비가 일어날 것을 예상하고 ‘뜨거운 감자’라 여겨 공수처 요구에 응했을 가능성이 크다. 공수처는 수사권 논란 우려를 예상하지 못한 채 이번 사건을 현직 대통령을 구속해 공수처 위상을 높일 기회로 여겨 사건을 넘기라고 요구했을 가능성이 크다. 애초 경찰에 맡겼다면 적법절차 논란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검찰이든 공수처이든 ‘관련 범죄’를 수사할 수 있다는 규정을 좀 더 명확하게 고칠 필요가 있다. 이번에는 내란죄와 관련해  수사권 논란이 불거졌지만, 다른 범죄에 대해서도 얼마든지 논란이 일어날 수 있다. 

 

검찰과 공수처 사이의 업무 관계나 공수처 및 검찰 수사 대상의 애매성 같은 문제는 문재인 정부 때 검수완박을 내세워 공수처 설치를 밀어붙인 탓이 크다. 지금껏 없던 국가 수사기관을 만들면서 검찰 권한을 줄이는 데만 급급해 졸속으로 법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졸속 입법의 후유증을 지금 겪고 있는 것이다. 


구치소 수감 피의자 강제 구인 가능한가
 

구치소 수감 피의자의 강제 구인 문제도 논란이 됐다. 공수처는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윤 대통령이 공수처 소환 요구에 불응한다고 몇 번이나 구치소로 찾아가 윤 대통령을 강제 구인하려고 했다. 공수처 수사실로 강제로 끌고오려 한 것이다. 공수처가 수사를 거부하는 피의자를 굳이 강제 구인하겠다는 것도 문제이지만, 더 큰 문제는 강제 구인할 권한이 있느냐이다. 공수처는 과거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구속된 피의자를 구치소에서 강제 구인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수사기관이 강제 구인할 수 있는지에 관한 명시적 법 규정은 없다. 이에 대해서도 명확한 규정을 두는 게 적법절차 논란을 없애기 위해 필요하다. 

 

공수처가 윤 대통령을 체포하기 위해 대통령 관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는 과정에서는 판사가 특정 법 조항의 적용을 임의로 배제할 권한이 있는지가 논란이  됐다. 형사소송법 제 110조와 111조는 ‘군사상·공무상 비밀 장소는 책임자 또는 기관 승낙 없이는 수색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그런데 서울서부지법 영장 담당 판사는 공수처가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면서 이 두 개 조항의 적용을 배제한다고 영장에 기재했다. 이 때문에 판사가 월권을 했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국회 법사위 현안 질의답변에서 “그 당시 영장판사는 주류적인 견해를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천 처장은 “형사소송법 주석서를 비롯해 다수 학설도 ‘물적 압수수색과 인적 체포 수색을 달리 취급하는 것이 맞다’는 견해로 알고 있다”며 이같이 답했다. 증거물을 압수수색하는 경우와 달리 피의자를 체포하기 위해 수색할 때는 군사상·공무상 비밀장소라도 책임자 또는 기관의 승낙 없이도 압수 수색할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판사가 영장에 이런 취지의 내용을 기재했다고 해서 월권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판사의 특정 법 조항 적용 배제 월권 논란
 

그렇다면 이런  해석을 법 조항에  명시적으로 규정하는 게 옳다. ‘군사상·공무상 비밀 장소라도 피의자를 체포하기 위한 목적일 때는 영장에 기재가 있으면 책임자 또는 기관 승낙 없이도 압수 수색할 수 있다’는 식으로 말이다. 실제로 그런 예가 있다. 형사소송법 제126조는 ‘압수수색 영장에 야간 집행을 할 수 있다는 기재가 없으면 야간에는 압수수색을 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야간 압수수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판사가 영장에 ‘야간에도 집행할 수 있다’고 기재하면 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렇게 법에 명시하면 적법절차 논란을 피할 수 있다.

 

이 밖에도 논란이 된 법적 문제는 많다.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 대행을 할 때 헌법 상의 대통령 권한을 그대로 행사할 수 있는지, 국정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도 범위 내에서 행사해야 하는지가 그 하나이다. 국회가 대통령 대행 국무총리를 탄핵 소추할 때 의결 정족수가 대통령과 같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인지, 일반 공무원대로 2분의 1인지도 논란이 됐다. 국회의장이 국회를 대표해 정부나 대통령을 상대로 권한쟁의 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제기할 때 국회 의결을 거쳐야 하는지도 그렇다. 이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가 심리 중이라 결론이 나올 것이다. 그러나 헌재 결론은 ‘무엇이 위헌이다 또는 위헌이 아니다’를 결정하는 것이지, ‘무엇이 최선이다’라고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헌재에서 위헌 결정이 나오든 합헌 결정이 나오든 최선의 방안이 무엇인지는 국회에서 논의를 거쳐 결정하는 게 민주주의 원칙에 맞는다. 

 

윤 대통령 수사 과정에서 우리는 국가적으로 큰 상처를 입었다. 현직 대통령이 사법체계를 부정하는 후진국가인 것처럼 세계에 비쳤다. 정치적 혼란과 갈등이 극에 달했다. 사법부는 물론 법 자체에 대한 불신이 그 어느 때보다도 심했다. 이 모든 일이 법 규정의 허점과 구멍으로 인한 적법절차 논란에서 빚어졌다. 이대로 가면 사법 불신, 법치 불신은 피할 수 없다. 모범적 민주주의 국가라는 위상도 되찾을 수 없다. 하루 속히 법 정비에 나서야 한다.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정치학과·대학원 정치학 석사 ▶조선일보 논설위원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본부장 ▶원주 한라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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