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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의 미래기술] AI가 쏘아 올린 바이오테크놀로지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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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용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
입력 2025-02-10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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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인공지능(AI)과 바이오테크놀로지(생물 조작기술)의 융합으로 노화에 대한 근본적인 시각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2024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들이 개발한 AI 기반 단백질 구조 예측 시스템은 생명과학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데미스 허사비스, 존 점퍼, 데이비드 베이커는 AI로 생명의 기본 구성 요소인 단백질 구조를 정확히 예측하는 시스템을 개발함으로써 질병 치료와 신약 개발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왔다. 이들의 연구는 50년 이상 생명과학의 난제로 여겨졌던 '단백질 접힘 문제'를 해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AI 기반 의료 혁신과 ‘노화 경영’의 시대
 
허사비스의 알파폴드(AlphaFold)와 같은 AI 시스템은 단백질 구조를 정밀하게 예측해 생명 현상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를 확장하고 있다. AI는 방대한 생물학 데이터를 분석해 노화 과정과 생명 유지 과정을 연구하며, 이를 통해 노화를 제어하는 새로운 접근법을 가능하게 한다.
 
AI는 단백질 구조와 기능 변화를 분석해 노화를 촉진하거나 억제하는 단백질 작용 메커니즘을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노화 속도를 조절하는 전략을 수립한다. 기존에는 노화 억제 약물 개발에 수십 년이 소요됐지만, AI는 수백만 개의 화합물 중 최적의 후보 물질을 빠르게 선별해 연구 기간을 단축하고 있다. 개인의 유전자 및 생체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노화 제어 약물을 개발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AI는 의료 영상 분석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엑스레이(X-ray), 자기공명영상장비(MRI), 전산화단층장비(CT) 등 데이터를 분석해 노화 진행 패턴을 추적하고, 미세한 노화 징후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개인 맞춤형 노화 제어 전략을 세울 수 있다. 현재 노화 상태를 분석해 미래의 노화 진행 경로를 예측하는 것도 가능하다.
 
AI 기반 생체 디지털 트윈 기술은 노화 연구의 패러다임을 더욱 정교하게 만들고 있다. 이 기술은 유전체, 단백질체, 대사체 등 데이터를 통합 분석해 노화 과정을 실험하고 최적의 개입 전략을 도출한다. 실제 개입 전 가상의 실험 환경에서 다양한 노화 제어 시나리오를 검증할 수 있도록 한다. 이를 통해 개인 맞춤형 건강 관리 솔루션은 더욱 정교해지고, 과학적으로 최적화된 노화 설계가 가능해진다.
 
AI는 단순한 질병 진단을 넘어 환자의 실시간 생체 신호를 관리하고 조기 경보를 제공하는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 대웅제약이 개발한 스마트 병상 모니터링 시스템 ‘씽크(thynC)’는 웨어러블(착용형) 바이오센서를 통해 심전도, 체온, 산소포화도 등 주요 생체 신호를 실시간 분석한다. 이후 의료진에게 즉각적인 데이터를 제공해 심정지, 패혈증, 낙상 등 위험을 조기에 감지한다. 이는 고령 환자들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고, 안전한 맞춤형 건강 관리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기술로 자리 잡고 있다.
 
AI와 연결된 의료 기기의 발전은 노화를 단순한 생물학적 과정이 아니라, 과학적으로 설계하고 관리할 수 있는 영역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대웅제약은 연속혈당측정기, 웨어러블 심전도 기기, 반지형 혈압측정기 등을 활용해 환자가 병원을 방문하지 않고도 일상 속에서 지속적인 건강 모니터링이 가능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들은 노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고, 개인 맞춤형 치료 전략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AI가 축적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인별 최적화된 건강 관리 모델을 구축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AI가 녹내장 진단 기술에서도 혁신을 이루고 있다. 퍼즐에이아이가 개발한 AI 기반 녹내장 진단 솔루션은 안저 검사 소견과 시신경단층 촬영 이미지에서 시야 검사 결과를 예측하는 원리를 기반으로 한다. 기존 시야 검사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피로도가 높았지만, AI가 이를 대체하면서 빠르고 정밀한 녹내장 진단이 가능해졌다. 이 기술은 미국안과학회(AAO 2024)에서 최우수 학술상을 수상하며 국제적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녹내장 진단 혁신은 노인성 안과 질환의 조기 진단 및 치료 가능성을 높여, 건강한 노년 생활을 유지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AI와 생명공학 기술이 결합하면서 노화 제어, 신약 개발, 정밀 의료, 유전자 분석, 맞춤형 치료 등이 발전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노화 디자인을 넘어 ‘노화 경영(Aging Management)’의 시대를 열고 있다.
 
양자 컴퓨터와 AI의 의료 혁명
 
향후 20년 내 등장할 양자 컴퓨터는 현재 슈퍼컴퓨터보다 훨씬 빠른 연산 능력으로 노화 연구에 혁신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특히 양자 컴퓨터와 AI의 결합은 노화 과정을 심층적으로 이해하고 제어하는 새로운 지평을 열 가능성이 크다.
 
양자-AI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노화 관련 생체 분자의 상호작용을 원자 수준에서 분석하고 예측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노화 억제 물질의 작용을 정확하게 시뮬레이션해 개인 맞춤형 노화 제어 약물을 개발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은 '맞춤형 노화 디자인'을 실현할 것이다. AI는 개인의 유전체 정보를 분석하고 수백만 가지 노화 관련 요인들의 상호작용을 시험해 최적화된 노화 패턴을 설계할 수 있다. 체내의 분자 변화를 감지해 노화의 조기 징후를 발견하고 즉시 대응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양자 컴퓨터로 강화된 AI는 개인별 최적의 노화 경로를 설계하고 구현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할 것이다. 웨어러블 기기와 연동해 실시간으로 노화를 모니터링하고 제어함으로써, 노화에 대한 접근을 '수용'에서 '경영'으로 전환시킬 것이다.
 
생체 디지털 트윈과 나노의학
 
생체 디지털 트윈 기술은 AI와 결합해 개인의 노화 과정을 정밀하게 시뮬레이션하는 가상 모델을 구현한다. AI는 유전체, 단백질체, 대사체, 면역체계 등 생물학적 데이터를 통합 분석해 노화의 진행 과정을 예측하고 모델링하며, 이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해 개인 상태 변화를 지속적으로 반영한다. AI는 새로운 노화 관련 데이터를 학습하며 모델의 정확도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더욱 정밀한 맞춤형 노화 예측이 가능해지고 있다.
 
특히, 텔로미어 연구와 파마코 제노믹스(Pharmaco Genomics) 기술이 AI와 결합하면서 맞춤형 의료의 정밀도가 크게 향상되고 있다. 프리딕티브 AI는 텔로미어 길이 변화를 분석해 생물학적 나이를 예측하고, 최적의 개입 전략을 제시한다. 또한, 개인의 유전자 변이를 기반으로 약물 반응을 예측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맞춤형 치료법을 설계해, 노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건강 문제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
 
AI가 운영하는 디지털 트윈은 개인 맞춤형 노화 제어 전략을 검증하는 가상의 실험실 역할을 한다. 실제 개입 전에 디지털 트윈에서 다양한 노화 제어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함으로써, 각 개인에게 가장 효과적인 노화 관리 방법을 도출할 수 있다. AI는 수천 가지의 노화 제어 옵션을 동시에 분석하고 최적의 노화 과정을 시뮬레이션하며, 이를 바탕으로 개인의 유전자와 생체 리듬에 맞춘 맞춤형 ‘노화경영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다.
 
나노 의학 분야에서 AI는 노화 제어의 핵심 도구가 된다. AI로 제어되는 나노봇은 체내를 자율적으로 순환하며 노화된 세포를 제거하고, 조직을 재생시키며, 텔로미어를 복구하는 등 정밀한 항노화 작업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AI 기반의 디지털 트윈과 나노의학 기술은 노화 관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이다. 더 이상 노화는 수동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운명이 아닌, 적극적으로 디자인하고 관리할 수 있는 생물학적 과정이 될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진정한 의미의 '노화경영'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미래 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
 
웨어러블 기기와 AI의 결합은 개인의 노화 과정을 24시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관리하는 새로운 시대를 열 것이다. 스마트워치나 스마트 의류에 내장된 첨단 센서들은 심박수, 혈압, 산소포화도뿐만 아니라 세포 노화 지표, 텔로미어 길이 변화, 염증 수준 등 다양한 노화 관련 생체 신호를 지속 추적한다.
 
AI는 이러한 생체 신호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노화의 가속화 징후를 조기에 감지하고, 즉각적인 개입 전략을 제시한다. 예컨대 특정 조직의 노화가 평소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신호가 감지되면, AI는 즉시 맞춤형 운동 처방, 영양 조절, 생활습관 개선 등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제시할 수 있다.
 
미래의 '노화 관리 센터'에서는 AI 전문가 시스템이 노화 전문의를 보조하며, 3차원(3D) 바이오프린팅으로 노화된 조직이나 장기를 재생하는 것이 일상화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 발전에도 불구하고, 인간 전문의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AI가 데이터를 분석하고 노화 제어 방안을 제시하더라도, 개인의 삶의 가치와 선호도를 고려한 최종 결정과 심리적 지원은 여전히 인간 전문의의 고유 영역으로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노화 관리가 단순한 기술적 과정이 아닌, 개인의 삶의 목표와 가치가 반영된 총체적인 디자인 과정임을 보여준다. 웨어러블 AI는 이 과정에서 강력한 도구가 돼, 각 개인이 자신만의 이상적인 노화 경로를 설계하고 실현하는 것을 도울 것이다.
 
기술 발전의 도전 과제

이러한 혁신적 변화는 의료 불평등, 데이터 보안, 윤리적 문제 등 새로운 도전 과제를 제기한다. 첨단 의료 기술의 혜택이 일부 계층에게만 돌아가지 않도록 하고, 개인의 유전자 정보와 건강 데이터를 보호하며, 생명 연장과 관련된 윤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적인 협력과 새로운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의료 데이터의 표준화와 공유 체계 구축, 의료진의 새로운 기술 교육, 법적·제도적 정비 등도 시급한 과제다. 특히 AI와 양자 컴퓨터를 활용한 의료 기술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검증하고 보장하는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모든 기술 발전의 궁극적 목표는 인간다운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골든 에이지'에서는 나이가 들수록 지혜와 경험이 쌓여 더 큰 가치를 창출하는 선순환이 이뤄질 것이다. 이는 단순한 수명 연장이 아닌, 존엄성을 유지하며 창조적으로 나이 드는 ‘노화경영’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한다.
 
기술과 인간성이 조화를 이루는 미래, 그것이 바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진정한 '홀리 에이징'의 모습일 것이다. 노화는 더 이상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새로운 가능성과 기회의 시간으로 인식될 것이며, 이는 인류의 새로운 진화 단계를 의미할 것이다.
 
권순용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 사진아주경제 DB
권순용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 [사진=아주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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