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북구 현대자동차 명촌정문에서 오전조 근무자들이 퇴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5/02/10/20250210152042791804.jpg)
10일 산업계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부산고등법원 민사6부(재판장 박운삼)는 현대차가 금속노조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및 지회 노조원들에 대해 불법 쟁의행위로 비롯된 손해를 배상하라며 낸 소송의 파기환송심에서 현대차 측의 청구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대차 비정규직지회가 2012년 8월 사내하청 비정규직 근로자의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울산공장 의장라인 등을 불법으로 멈춰 세웠으나 해당 기간 초래된 매출 감소 및 고정비용 손실 등 회사 측 손해에 대해 배상 책임이 없다고 본 것이다.
앞서 법원은 1심과 2심에서 현대차 측의 일부 승소를 판결했으나 대법원은 2023년 6월 손해배상액을 재산정하라며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한 바 있다. 재계는 노조 측 손을 들어준 부산고법의 이번 판결은 불법 쟁의행위로 입은 기업의 피해 회복을 명시한 기존 법리와 배치되는 것으로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분투하는 기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파업 후 추가 생산으로 부족분이 만회됐는지 여부를 노조 측이 증명해야 한다. 하지만 노조는 재판 내내 자신들의 일방적 주장을 뒷받침할 객관적 자료를 전혀 제시하지 못했다. 노조 측의 불법 쟁의행위로 생산하지 못한 부족 생산량을 만회하기 위한 추가 생산 역시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불법 파업 종료 후 상당 기간 내 추가 생산을 통해 부족 분이 만회됐는지 여부를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는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와도 배치되는 것으로 재판부가 민법의 기본 원칙을 도외시했다는 지적을 완전히 피하기는 어렵다. 이번 판결을 두고 법원이 증거 및 사실을 인정하는 과정에서 지켜야 할 ‘채증법칙’에 충실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재판부는 불법 쟁의행위가 일어났던 2012년 8월에는 당초 계획 생산량보다 1만2700대가 적게 생산됐지만 연간 계획 생산량 기준 3300대가 더 생산됐다며 파업 이후 추가 생산이 이뤄진 것으로 결론지었다. 이에 대해 현대차 측은 매년 초 세우는 계획 생산량은 미확정 단순 목표치에 불과하며 시장 상황에 따라 매월 탄력적으로 운영되는 실제 운영계획 상으로는 2012년 연간 목표 대비 1만6150대가 적게 생산됐다는 점을 입증했다. 심지어 피고 측 증인도 실제 운영계획은 계획생산량 대비 수정된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고 불법 쟁의행위로 인한 부족 생산량이 모두 만회됐다고 결론지었다. 현대차의 생산방식을 두고서도 재판부는 고객이 원하는 차종과 사양을 정하면 그에 맞는 차량을 생산하는 ‘주문생산방식’이라고 판단했다. 일시적 생산 지연에도 고객이 곧바로 매매계약을 취소하지 않을 개연성이 높고 따라서 매출 감소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취지다.
반면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고객 주문이 없더라도 일정 물량 이상의 재고를 확보해두는 것이 일반적이다. 현대차 역시 고객 주문 물량 외에도 다양한 옵션의 차종을 미리 생산하고 있다. 따라서 불법 쟁의행위에 따른 조업 중단 시 생산 및 판매 차질이 불가피하다. 현대차는 재판 과정에서 주문생산방식으로 차량을 생산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다양한 증거를 통해 입증했고 노조 측 증인 역시 인정했지만 마찬가지로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계는 “우리나라 기업들은 해외에서는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경쟁심화 등으로 힘겨워하고 있고 국내에서는 저성장 속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사법부의 노사관계 관련 최근 판결들은 가뜩이나 어려운 처지에 놓인 기업들을 더욱 힘들게 만들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