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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버너 프레지던트가 뜬다] 전문가들 "檢 출신은 그만…정치·행정력 갖춘 리더십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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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동현·송윤서 기자
입력 2025-02-10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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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 초보' 尹 정부 실패에 율사 출신 한계론 솔솔

  • 오세훈·홍준표·김동연 등 광역단체장 대선 기지개

  • "극단 분열·진영논리 극복할 역량 필요" 한목소리

연세대 재학생 및 동문들이 1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정문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즉각 퇴진하라 연세대 행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연세대 재학생 및 동문들이 1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정문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즉각 퇴진하라' 연세대 행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시계가 빠르게 돌아가는 가운데 차기 대선 후보군으로 정치·행정 경험을 두루 갖춘 '거버너 프레지던트'(Governor+President)가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10일 아주경제와 인터뷰한 전문가 3명은 검찰 출신 대통령의 실패를 교훈 삼아 풍부한 경험과 소통 역량을 갖춘 '육각형'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회의 탄핵소추안 통과까지는 10일이 채 걸리지 않았다. 직무 정지를 앞둔 절체절명의 순간에서도 사그라들지 않은 정부·여당 간 불협화음에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이 임기 내내 노출한 소통 및 리더십 부재를 여실히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왔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윤석열 정부의 가장 큰 실패는 비상계엄 선포"라며 "이는 정치 초보의 문제를 넘어 극우적 본성과 검사 출신의 체질이 결합된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정치 문외한이 갑작스러운 인기를 타고 키를 잡았지만 준비가 안 됐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이명박(MB) 정부 이후 첫 거버너 프레지던트의 등장이 한국 정치에 새로운 흐름을 형성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는 5년 단임제로 대표되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타파할 개헌 논의가 지지부진할 경우, 최소한 안정성이라도 담보할 수 있는 '관리형' 대통령이 적합하다는 이해관계와 맞닿아 있다.

최근 활동폭을 늘리는 현직 광역단체장 가운데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김동연 경기도지사 등이 대선 잠룡으로 거론된다. 야권 후보 중 압도적 지지세를 과시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경기지사와 성남시장을 거치면서 외곽 경험을 두루 쌓았고, 최근 여론조사상 여권 내 1위를 달리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또한 32~33대 경기지사를 연임했다. 자신만의 정책을 구현해 얻은 행정력과 당내외 인사들과의 넓은 접촉면 등이 이들의 강점으로 꼽힌다.

박 평론가는 "기본적 행정 체제에서 신중한 모습을 보인다면 생각보다 큰 어젠다(의제)를 풀어낼 수 있다"고 기대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행정 경험을 가진 인물이 훨씬 낫다"며 "미국의 경우도 대부분 주지사 등 정치 경험을 보유한 후보가 대통령이 됐다. 최소한 도지사를 할 경우 의회와의 관계를 통한 정치력을 보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인제, 손학규, 김문수로 이어지는 과거 '경기지사의 저주'로 불리던 대선 징크스도 깨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 교수는 "과거에는 경기지사가 중앙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이제는 SNS를 통해 얼마든지 주목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며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했다. 이 교수는 "당선되지 않더라도 도지사나 시장을 거쳐 대통령에 도전하는 경로가 형성되는 것은 고무적"이라고 했다.

반면 거버너 프레지던트의 한계로는 '쇄신 드라이브'를 걸 가능성이 적다는 지적이 많았다. 박 평론가는 "행정 경험이 많은 관료주의적 성향의 인물은 혁신과 변화의 시기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중앙정치와 거리가 있어 인지도가 낮다는 점이 단점"이라고 분석했다.

차기 대선에서는 행정 경험과 함께 소통 능력을 검증하는 과정에 상당한 비중을 둬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다. 현 정부의 주된 실패 원인으로 '일방통행식' 행보와 야당과의 스킨십 부재가 지목되는 만큼, 국정 운영 권한을 스스로 제어할 수 있는 리더십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박 평론가는 "윤 대통령은 소수 정당임에도 한 번도 야당에 먼저 손을 내밀지 않았다"며 "야당을 범죄자 집단, 빨갱이 집단으로 몰아가며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은 것이 국정을 망친 가장 큰 착각"이라고 지적했다. 신 교수도 "정치는 힘들고 어렵더라도 대화하고 상대방을 끌어들이려는 노력을 해야 하는데 굉장히 부족했다"며 "이성보다 감정이 앞섰던 행동들이 아쉬웠다"고 평가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들의 당선 가능성에 대해 신중론을 유지했다. 박 평론가는 "김동연 지사의 경우 이재명 대표가 항소심에서 유죄로 물러난다면 당선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오세훈·홍준표의 경우 50% 이하"라고 전망했다. 신 교수는 "당내 역학구도에 따라 경선 상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쉽게 예측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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