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당시 펜실베이니아주 윌크스베리에서 유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5/02/12/20250212090807475929.jpg)
2025년 2월 8일 '보수의 심장'이라 불리는 대구 관문 동대구역 앞에 5만2000명(경찰 추산)이 모였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였다. 집회 참가자들은 영하의 날씨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비상 계엄과 탄핵 정국에서 탄핵 반대 집회에 2030 남성 모습이 심심찮게 목격된다. 앞서 지난 1월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구속에 불만을 가진 일부 청년들은 서울서부지법에 들이닥쳐 건물 내 기물을 부수는 등 난동을 부리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2030 남성 보수화·극우화'는 미국과 유럽, 일본 등에서 발생하고 있는 공통 현상이라고 진단한다. 21세기 들어 대부분 인종과 사회·경제 집단에서 남자아이들이 여자아이들보다 학업 성취도가 떨어지고 상급학교로 진학할수록 그 격차는 더 벌어진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연구 결과가 잇따른다.
진보 시민운동이 확산하고 이른바 '정치적 올바름(politically correct)'이 강조되면서 젊은 남성들의 사회적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과거 당연시됐던 남성 특권이 현재는 사회 비판의 대상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조던 피터슨 캐나다 토론토대 심리학과 교수는 "남성성, 권력 위계, 개인 책임 같은 다양한 전통적 가치가 외면받는 시대"라고 주장한다.
현대사회에서 협력과 감성지능(EQ) 등을 우선하면서 능력 있는 알파걸보다 경쟁에서 밀려난 베타남이 소외되며 이들의 불만이 쌓이고 있다는 얘기다. 이들은 여성과 소수자 권리가 강화됐지만 자신들 처지를 대변해 줄 창구조차 없다고 항변한다. 1960년대 서구 사회를 중심으로 여성의 기회 균등을 위한 법 제정을 추진하는 목소리가 컸던 점을 고려하면 격세지감이다.
너새니얼 포퍼는 저서 '분노세대'(원제 The Trolls of Wall Street)에서 "분노와 조롱을 앞세운 정치인과 기업인이 미국 젊은 층 사이에 큰 인기를 끌고 있다"며 재집권한 트럼프와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를 꼽았다.
트럼프는 남성 중심 온라인 커뮤니티에 만연한 정서를 꿰뚫어보고 사실상 유일하게 그들을 대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리고 그들을 등에 업고 정치적 재기에 성공했다. 머스크는 '트롤링'(인터넷에서 공격적 반응을 유도하기 위해 도발하는 행위)을 무기로 젊은 남성들의 심리를 파고들었다.
이는 비단 미국만의 얘기는 아니다. 정치권이 사법 공방 늪에서 허우적대는 가운데 '일타 강사' 전한길씨는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내며 청년층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그가 동영상을 올릴 때마다 조회 수가 100만회를 넘기는 건 예사다. 많게는 400만회를 웃돈다.
우리나라 2030 남성들의 분노는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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