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희스타힐스

[주재우의 프리즘] 핵무장론과 우주항공산업 발전론에서 짚어봐야 할 것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주재우 경희대학교 교수
입력 2025-02-12 19:57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주재우 경희대학교 교수
[주재우 경희대학교 교수]

지난 몇 년 동안 우리나라 군사 안보 논의에서 두 가지 중요한 화두가 있다. 하나는 핵무장론이고, 다른 하나는 우주항공산업의 발전론이다. 핵무장론은 북한 핵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의 자체적 억지력 보유를 주장한다. 우주항공산업 발전론은 국가의 위상에 걸맞은 우주 기술을 확보하자는 것이다. 맞는 말처럼 들린다. 하지만 두 가지 모두에 대해 의구심이 든다. 이들의 실현 가능성을 떠나 이를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이나 여력이 있는지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핵무장과 우주항공산업의 발전 동력은 법적인 문제를 풀 수 있을 때 비로소 확보할 수 있다. 핵무기를 개발하는 데 선제적으로 풀어야 할 법적 문제는 비확산조약(NPT)과 한·미 원자력 협정이다. 우주항공산업의 발전에는 이와 관련된 법안 마련이 우선 이뤄져야 한다. 우주가 무법지대이기 때문에 국내법을 제정하고 이에 기반하여 새로운 국제법 수립에 우리의 지분과 역할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주와 관련하여 국제조약으로 존재하는 법은 두 개다. 그러나 이들 조약이 1960년대에 체결되었기 때문에 현실과 동떨어진 면이 많다. 그래서 세계 우주국은 새로운 법안 수립에 노력 중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우리의 핵무장론이 기승하고 있다. 여기에는 두 개의 동인이 작용한다. 하나는 트럼프 행정부의 북한 비핵화 전술의 변화를 예단한 데 있다.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면서 핵 군축 협상을 진행할 것이라는 우려가 작동한 것이다. 또 다른 동인은 미국의 핵우산, 즉 확장억지력이 우리의 안보를 완벽하게 담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다. 2023년 워싱턴 선언을 통해 미국의 확장억지력 전략은 더 가시화되었음에도 말이다. 이른바 ‘핵협의그룹(NCG)’을 신설했지만 우리 국민의 불안감은 역설적으로 고조되었다. 

핵무장과 관련한 여론조사에도 문제가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진행된 일련의 핵무장 지지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대체적으로 60% 이상의 국민이 지지하는 입장을 보였다. 2021년에는 70% 이상의 국민이, 2023년에는 66% 이상이 핵무기 보유를 지지하는 걸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들 설문조사의 질문이 일차원적이고 근시안적인 데 있다. 대부분의 질문이 날로 증대하는 북한 핵위협과 비핵화 의지 부족, 그리고 우리의 미비한 대응능력을 전제로 한다. 미국의 핵 억지력에 대한 신뢰도 가끔 전제된 적이 있었다. 여하튼 이런 상황에서 우리도 핵무기를 보유해야 하는지를 묻는 것은 유도신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비용적인 측면을 누락한 데 있다. 핵무기 개발의 시작으로 우리나라 국민이 감당해야 할 비용 문제다. 이 문제를 의식한 여론조사도 간혹 눈에 띈다. 그런데 이들 여론조사가 지적하는 비용은 몇 가지 문제에서 파산되는 것에 국한되는 면모를 보인다. 가령, 핵개발을 위해 비확산조약(NPT) 탈퇴로 이어지는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로 인해 우리가 감당해야 할 경제적 손해다. 정치적인 비용도 때론 제기되었다. 우리가 핵을 보유함으로써 한·미 동맹의 유지 필요성이 사라지면서 동맹이 폐기되거나 주한미군 철수 문제로 이어지는 안보 비용의 증대다. 즉, 한·미 동맹에 미치는 악영향을 고려하라는 것이다. 이들 요소를 고려한 국민의 핵보유 지지율은 현저하게 하락한다. 

핵무장론에서 거론되지 않는, 우리가 감당해야 할 문제는 제재가 아니다. 핵무기 유지 비용이다. 핵무기와 관련된 비용은 세 가지다. 개발 과정에서 지불해야 하는 개발비, 핵무기를 보유한 후 유지비, 비핵화해야 한다면 핵무기 폐기 비용이다. 이를 비용 규모 순위로 보면 핵무기 개발 비용이 제일 저렴하다. 이를 유지·보수하는 비용이 그다음으로 많이 든다. 핵무기 폐기는 가장 많은 예산을 요구한다.

국민의 안위와 행복보다 국방에만 전념인 북한은 2022년 기준 국가총수입(GNI)의 30% 이상을 국방비에 투입하고 이의 약 6%, 즉 8억5000만 달러(약 1조3000억원) 이상을 핵무기 개발 및 유지에 사용하고 있다. 북한이 핵무기를 약 50개 보유한 것으로 추산했을 때 이 같은 예산이 든다. 우리가 이에 상응하는 핵 억지력을 갖기 위해 50개 이상 또는 그 2배 이상의 무기 규모를 보유해야겠다. 

이스라엘은 핵무기를 90개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스라엘은 한 해 유지 비용으로 약 11억 달러(약 1조6000억원)를 지불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비용에서 누락된 것은 무기체계의 개선과 현대화다. 이런 예산이 투명한 미국의 경우 약 6000개의 핵무기 발사체의 개선과 개발을 위해 연간 드는 비용이 약 350억 달러이다.

우리는 핵탄두에서부터 발사체의 개발 및 유지까지 감당해야 한다. 상당한 초기 비용이 예상된다. 2025년 국방예산이 59조4000억원으로 책정되었다. 그중 방위력(무기체계) 개선비는 17조6000억원에 불과하다. 핵무기를 개발하면 예산 규모의 급상승은 불가피하다. 더욱이 다양한 발사체 중 우리의 선택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우리의 핵무기 개발 및 유지 비용을 현재로서 가늠하기 어렵다.

더 나아가 핵·미사일은 보유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미사일의 시험발사는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여기에도 막대한 비용이 든다. 북한은 2022년 미사일을 총 65발 발사했으나 아마도 경제적인 이유로 2024년에는 20발로 감소했다. 2024년 우리나라 언론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단거리 미사일 1발 발사에 약 500만 달러(약 75억원), ICBM 1발당 3000만 달러(약 435억원) 이상 들었다. 중국은 2019년 이후 연간 평균 약 150회 이상을 시험발사하고 있다. 우리가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를 받으면 이런 고비용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미사일 사거리 반경이 한반도 지역에 집중하더라도 미사일의 비행과 원격은 미국의 위성항법시스템(GPS)에 의존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가 자체 핵무장을 고집하여 한·미 관계가 악화하면 미국의 GPS 제공 기대가 어려워진다. 아니면 북한과 같이 중국 또는 러시아의 것에 의존해야 한다. 우리의 핵무기에 이들이 제공할지도 미지수다. 우리의 출구전략이 필요하다. 아마도 이런 의미에서 우주항공산업의 발전이 필요한지도 모른다. 그런데 GPS 성능을 갖춘 위성 개발에는 시간과 역시 막대한 예산이 요구된다. 중국이 1970년 첫 위성 발사에 성공한 후 자체적으로 GPS 위성 ‘베이두(北斗)’ 시스템을 갖추는 데 50년 걸렸다. 최소한 30개의 고성능 위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2024년에 신설된 우리나라 우주항공청의 홈페이지를 보면 우주 강국의 임무와 목표를 모두 나열한 듯 보인다. 다시 말해 우주 강국이 하는 것은 거의 모두 다 하겠다는 원대한 목표로 도배되어 있다. 우주항공 관련 정책의 수립과 조정, 우주항공 분야 연구개발 및 핵심 기술 확보, 우주 자원 개발 및 활용, 민군 협력 및 국제협력, 인재 양성, 천문 현상 및 우주 환경 관측, 우주 재난과 물체 추락 방지 등이다. 단, '국가안보 관련 외교 사항과 순수 국방 목적 관련 사항은 제외한다'는 예외 조항이 있다. 이는 우리의 핵무기 보유 구상과 배치하는 모순적인 대목이다.

우리로서는 우주항공청이 추진할 목표의 현실화를 위한 법안 마련이 시급하다. 특히 우리도 다른 우주 강국과 같이 우주 자원 개발과 이용, 그리고 우주 재난과 물체 추락 방지가 목표라면 우주정거장 설립이 전제되어야 한다. 아니면 국제우주정거장(ISS)을 이용해야 한다. 우주 자원은 우주 영토화 문제와 직결된다. 현재로서는 1967년의 우주조약과 1984년의 달협정으로 이를 통제하는 현실이다. 전자는 우주 영토화 금지와 민간기업에 대한 국가 책임론 등 조항 때문에 우주 경쟁 시대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후자는 달과 천연자원은 인류 공동의 유산이기 때문에 특정 국가나 기업이 독점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어 미국, 러시아, 중국과 같은 우주 강국이 서명을 거부하고 있다. 그 대안으로 미국이 2020년 아르테미스 협정을 주도했고 우리를 포함한 우방이 대거 참여했다. 참여국 대부분이 달 탐사와 자원 이용의 목적을 공유하면서도 자신의 지분 확보 근거로 국내법을 제정했다.

우리의 우주 관련 법안은 항공우주산업개발촉진법(1987), 우주개발진흥법(2005), 우주손해배상법(2007)과 우주항공청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2024)뿐이다. 실질적으로 우리의 우주 지분과 역할, 기능을 담보할 수 있는 법안이 없다. 격변하는 시대에 정쟁에 휩싸여 법안 제정에 소홀한 현실을 조속히 극복해야 할 것이다.
 


주재우 필자 주요 이력

▷베이징대 국제정치학 박사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 ▷브루킹스연구소 방문연구원 ▷미국 조지아공과대학 Sam Nunn School of International Affairs Visiting Associate Professor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