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신화를 소재로 한 중국 애니메이션 영화 '너자2(哪咤之魔童鬧海·나타:악동의 바다소동)'가 최근 중국 극장가를 휩쓴 가운데 한 영화관 사장이 중국 매체 봉황망에 한 말이다.
침체된 극장가에 오랜만에 '단비'가 내리자 일부 극장에서는 관람료 수입을 빼돌리기 위해 흰 종이에 손 글씨로 쓴 '위법' 티켓을 관객들에게 나눠줬을 정도다. 관람료 수입 빼돌리기로 신고를 당한 극장 300곳에서 '너자2' 상영이 중단됐으며 이들 극장이 몰래 챙긴 박스오피스 수입만 수천만 위안에 달한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박스오피스 1조8000억 돌파···침체된 극장가 '단비'
중국 사상 최대 박스오피스를 기록하며 대륙을 강타한 '너자2 신드롬'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중국 박스오피스 사이트 마오옌(猫眼)에 따르면 '너자2'는 11일 저녁 7시 기준 박스오피스 90억 위안(약 1조8000억원)을 돌파했다. 누적 관객 수만 약 1억8000만명이다.
이런 속도라면 '너자2' 누적 박스오피스가 142억5000만 위안까지 돌파해 전 세계 박스오피스 기준 애니메이션 영화 1위, 글로벌 영화 7위에 랭크될 것으로 마오옌은 관측했다. '너자2' 영화 한편으로 지난해 중국 전체 박스오피스의 약 3분의1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지난해 중국 소비 부진에 영화 박스오피스 매출이 전년 대비 23% 감소한 425억 위안(약 8조5000억원)에 그쳤던 것과 비교된다. 지난해 전체 영화 관객 수도 10억1000만명으로 전년 대비 3억명 가까이 감소하는 등 극장가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그런데 올 춘제 연휴에 개봉한 '너자2'가 그간 침체된 중국 극장가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것. 특히 돈방석에 앉은 것은 '너자2' 제작사인 광선미디어(光線傳媒)다. 광선미디어 측은 '너자2' 흥행수익이 100억 위안만 돌파해도 자사 매출이 20억 위안, 순익은 15억 위안에 달할 것으로 관측했다. 광선미디어의 2023년 연간 매출(15억 위안)도 웃도는 수준이다.
그 덕분에 상하이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광선미디어 주가는 5거래일간 75% 올랐다. 11일에도 주가는 20% 상한 폭까지 오르며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너자 굿즈'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팝마트 주가↑
'너자2' 덕분에 극장가뿐만 아니라 중국 경제에도 활기가 돌고 있다. '굿즈(기념품) 경제'가 대표적이다.
'너자2'와 컬래버레이션(협업)을 진행한 중국 아트토이 전문 업체 팝마트에서 현재 ‘너자2’ 피규어(모형)를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기자가 최근 찾은 베이징 왕징의 한 팝마트 매장엔 '너자2' 피규어 진열 상품조차도 다 팔리고 없다. 직원에게 재입고 시기를 물어봐도 “언제가 될지 불확실하다”는 답만 돌아왔다.
팝마트의 온라인 티몰 플래그십 스토어에서는 '너자2' 피규어가 출시 8일 만에 판매량 1000만개를 돌파했다. '너자2' 블라인드 박스 피규어 개당 공식 판매가는 69위안인데, 히든 아이템(블라인드 박스에서 나올 가능성이 아주 낮은 상품)의 경우 온라인 중고시장에서 프리미엄이 붙은 600위안 가까운 가격에 팔리고 있다.
팝마트는 지난 6일 긴급히 생산 계획을 조정해 재고 보충에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넘치는 '너자2' 피규어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너자2' 덕분에 홍콩 증시에서 팝마트 주가도 급등세다. 최근 한 달 사이 주가 상승 폭만 20% 넘었고, 지난 11일에는 2020년 12월 상장 이후 약 4년 만에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너자2'가 팝마트 외에도 중국 유제품 회사 멍뉴, 휴대폰 브랜드 아너, 자동차기업 창청 등과 협업해 선보인 컬래버레이션 제품도 시장에서 반응이 좋다.
도시들 앞다퉈 '너자의 고향' 홍보···관광객 유치
'너자2'가 대박을 터뜨리면서 중국 고전신화 속 인물 너자(나타)와 관련된 관광지도 '핫플레이스'가 됐다. 너자가 비록 중국 명나라 소설 '봉신연의'에 등장하는 허구의 인물임에도 쓰촨성·톈진시·안후이성 등 지역이 앞다퉈 '너자의 고향'임을 홍보하며 관광객 유치에 나서고 있는 것.
중국 온라인여행 플랫폼 페이주에 따르면 2월 들어 쓰촨성 이빈시와 톈진시 등 너자와 관련된 관광지 검색량이 200% 이상씩 급증했다.
최근 톈진시는 허시구에 위치한 천탕촌(陳塘庄) 마을이 '봉신연의'에서 너자가 태어나고 자란 마을인 '천탕관(陳塘關)'이며, 너자가 바다에서 소동을 벌인 신화는 실제로 톈진시 허시구 비물질문화유산에 등재돼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게다가 영화 '너자2'에서 천탕관 마을 사람들이 톈진 사투리를 구사하는 것도 톈진시가 '너자의 고향'임을 보여준다는 주장이다.
쓰촨성 이빈시도 '너자의 고향' 홍보 대열에 합류했다. 특히 이빈시 추이핑구(翠屏區) '너자행궁'은 소설 봉신연의에 등장하는 중국 내 유일한 너자를 모시는 사당으로 유명세를 탔다. 홍콩 명보는 최근 소문을 듣고 너자행궁을 찾아와 너자상에 절하고 향을 올리려는 관광객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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