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가 2세대 AI칩 레니게이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5/02/12/20250212160438684274.jpg)
"엔비디아가 너무 앞서가고 있어서 잘 되겠느냐는 의문도 있다. 하지만 설계 경쟁력과 제품 고도화 등을 통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 우리도 반도체 영역에서 선두로 나아갈 수 있다."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가 지난해 9월 아주경제가 주최한 '2024 GGGF' 행사 기조 연설에서 이같이 말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 인공지능(AI) 추론칩 수요가 하이퍼스케일(초거대)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추진 중인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
미국은 메타 외에도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테슬라 등이 각각 수십조 원을 투자해 자체 AI 데이터센터를 구축 중이다. 오픈AI·소프트뱅크·오라클 등이 약 720조원을 투자해 구축하는 '스타게이트'도 대표적인 하이퍼스케일 AI 데이터센터 사례다. 사우디도 아람코 주도로 빅테크와 대등한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해서 중동 AI 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삼을 방침이다.
포브스·블룸버그 등 외신은 이들 빅테크가 중국발 딥시크 쇼크로 인해 AI 인프라를 비싼 엔비디아 GPU(그래픽처리장치)에 전적으로 기대지 않고 저렴한 AI 추론칩을 함께 활용하는 게 효과적인 것을 깨달았다고 보도했다.
이에 엔비디아의 대안으로 K-AI 추론칩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번 메타의 퓨리오사AI 인수 논의도 이러한 관심 속에서 성사된 것으로 풀이된다. 장기적으로 성능을 인정받은 K-AI 추론칩이 그로크, 텐스토렌트, 세레브라스 등 북미 AI 추론칩 기업 제품과 경쟁하며 시장 성장을 이끌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 AI칩 기업들은 사우디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리벨리온은 최근 사우디 정부가 주최하는 글로벌 테크 콘퍼런스 'LEAP 2025'에 참가하는 등 아람코와 협력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리벨리온은 지난해 한국 스타트업 최초로 아람코에서 전략적 투자를 유치했고 최근 아람코의AI 데이터센터에 랙 기반 AI칩 제품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올 상반기 중 사우디 법인 설립도 완료할 계획이다.
◆한국 유망 스타트업 타깃 M&A 활발해져···기술·인재 유출 우려도
반도체 전문가들은 이번 메타발 퓨리오사AI 인수 논의는 빅테크들이 딥시크 쇼크로 인해 미국 외에서도 효과적인 AI 서비스 운영법을 찾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평가했다.
이에 퓨리오사AI뿐만 아니라 리벨리온, 딥엑스, 래블업 등 다른 국내 AI 반도체 팹리스와 AI 운영 효율화 업체도 '메이저리그'인 북미 AI 시장에 진출해서 가시적인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 유망 스타트업이 빅테크발 대형 인수합병 매물이 될 가능성도 한층 커졌다. 일례로 엔비디아는 지난해 12월 이스라엘의 AI 운영 효율화 스타트업인 런AI를 7억 달러(약 1조원)에 인수한 바 있는데, 런AI보다 한 발 빠르게 AI 운영 효율화 기술 개발에 나선 한국 스타트업이 바로 래블업이다. AI 운영 효율화란 기업이 AI를 추론할 때 다양한 언어모델을 AI칩과 쉽고 빠르게 연결할 수 있도록 도와 AI 운영 비용을 절감하는 기술이다.
일각에선 빅테크의 한국 유망 스타트업 인수로 한국 기술·인재가 해외로 유출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경기 침체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한국 스타트업이 기업공개(IPO) 대신 이스라엘식 조기 기업매각(엑시트)을 선택하는 사례는 점점 늘어날 전망이다.
업계 전문가는 "퓨리오사AI는 당초 주관사를 선정하고 3조원 가치를 목표로 기업공개를 추진 중이었다"며 "백 대표를 포함한 경영진 차원에서 기업공개와 매각을 놓고 고심한 끝에 회사 미래 발전을 위해 최선을 선택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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