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왼쪽과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11일 프랑스 파리에서 회담하는 모습 사진AFP연합뉴스](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5/02/12/20250212155906622542.jpg)
미국과 유럽연합(EU) 간 무역전쟁이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발표한 데 대해 EU가 강력 대응을 시사하고 나섰다. 트럼프 1기 때처럼 양측이 결국 합의에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지만, ‘두번째’ 협상으로 양측 모두 철저히 대비한 만큼 불확실성도 크다.
3월 12일 전 합의해야...아니면 '보복관세'
블룸버그통신은 EU가 트럼프 1기 때 미국에 부과했던 관세를 부활시킴으로써 빠른 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11일(현지시간) 전했다.철강·알루미늄 산업을 둘러싼 EU와 미국 간 무역 전쟁은 트럼프 1기 때인 2018년 미국이 국가 안보 우려를 이유로 약 70억 달러(약 10조원) 규모의 유럽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EU는 미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뿐만 아니라 버번, 위스키, 화장품, 의류 등을 대상으로 ‘보복 관세’를 매겼다.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 리바이스 청바지 등 개별 기업들도 보복 관세의 표적이 됐다.
결국 EU는 캐나다, 멕시코 등과 함께 관세 면제권을 획득했다. 그러다가 조 바이든 전 행정부가 들어선 2021년 양측이 다시 협상에 나서면서 미국은 남아있던 일부 관세 부과 조치를 철회하고, 일정 수량을 초과하는 유럽산 금속에만 관세를 부과하는 '할당량 제도'를 도입했다. 이에 EU는 미국 수입품에 부과했던 제한 조치를 잠정 중단했다.
EU가 이번에 이 조치들을 되살려 트럼프 2기 관세 폭탄에 대응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EU는 이외에도 초기 미국의 관세 조치에 대해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보복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여러 상품 목록을 준비해뒀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다만 관세는 오는 3월 12일로 발효될 예정으로 EU와 미국은 이전까지 적극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JD 밴스 미국 부통령과은 이날 프랑스 파리 인공지능(AI) 국제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나 서로의 협상 의지를 확인했다.
트럼프 행정부 일부 인사들이 관세 면제에 있어 신중론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변수다. 블룸버그는 “미국 관리들은 이번에는 여지를 주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고 전했다. 협상이 타결되지 못할 경우에 EU가 바로 보복 카드를 꺼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3월 12일 전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다면 EU가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에 보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1기 이어 2기도 철강·알루미늄 겨냥...왜?
트럼프는 2016년 처음 대선에 출마했을 때부터 중국이 세계 공장으로 부상하면서 미국은 지난 수십년 동안 생산 및 고용 감소를 겪었고, 미국의 철강과 알루미늄 산업이 쇠퇴했다고 주장해왔다. 이후 트럼프는 집권 1기 때인 2018년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품에 각각 25%, 10%의 관세를 부과했다. 관세로 수입 비용이 높아지면 수입 의존도가 줄어들고, 미국 내 생산이 늘어날 것이라는 구상에서다. 트럼프는 이번에 관세를 발표하면서도 “이는 미국의 생산을 강화하고 미국에 더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미국에서 많은 기업이 문을 열 것이라는 의미”라고 했다.하지만 관세 부과 목적은 달성되지 않았다. 지난해 미국의 철강 생산량은 트럼프의 1기 관세 부과 전인 2017년보다 1% 낮았고, 알루미늄 생산량도 10% 가까이 줄었다. 특히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집계한 2023년 자료를 보면 미국 내 원자재 수요에서 순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알루미늄이 82%에 달한다. 국가별로 보면 미국 알루미늄 수입의 58%를 캐나다가 담당하고 있으며 아랍에미리트(6%), 중국(4%) 순이다. 철강의 경우 역시 캐나다가 23%로 가장 높고, 브라질(16%), 멕시코(12%), 한국(10%)이 뒤를 이었다.
인력과 에너지 비용이 상승이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산업이 장기적으로 쇠퇴한 주요 원인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캐나다산 알루미늄 의존도가 높은 이유는 캐나다 공장들이 값싼 수력 발전을 이용해 비용을 낮춘 덕분이다. 미국 업계는 여전히 수입품과 경쟁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호소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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