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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대적 두 국가' 선언 北, 과거엔 "서명 때 국호 쓰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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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윤서 기자
입력 2025-02-1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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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부, 제6차 남북회담 문서 공개…2266쪽 분량

  • 1984년 9월~1990년 7월 정치·경제·체육 분야 회담

  • 北 "'총리회담'이라는 명칭엔 통일의지 반영 안 돼"

  • 우리 軍 방어용 방벽 비난하기도…"민족분열 상징"

김인애 통일부 부대변인이 지난해 7월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분단 이후 최초로 진행된 이산가족상봉 협상 과정 등을 담은1980년도  남북대화 사료를 공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인애 통일부 부대변인이 지난해 7월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분단 이후 최초로 진행된 이산가족상봉 협상 과정 등을 담은 1980년도 남북대화 사료를 공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적대적 두 국가' 선언 후 남북 대화를 외면하고 있는 북한이 과거 우리 측에 한반도 내 별개 국가를 인정하지 말자고 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최근 남북 도로와 철도를 파괴하고, 물리적 장벽을 설치하고 있는 것과 달리 우리 군이 구축한 휴전선 인근 방벽 철거를 주장하기도 했다.

통일부는 13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남북회담 문서'를 공개했다. 이번으로 여섯 번째 공개되는 2266쪽 분량의 문서에는 1984년 9월부터 1990년 7월까지 정치·경제·체육 분야 남북회담 내용이 담겼다.

회담 문서에 따르면 북한은 1985년 제5차 남북경제회담에서 합의서 서명 시 양측 모두 국호를 사용하지 않을 것을 주장했다. 당시 노동신문을 살펴보면 북한은 "북남경제회담에서 채택하는 합의서는 나라와 나라 사이에 채택하는 합의서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한 나라 안에서 같은 민족끼리 경제 협력과 교류를 실현하기 위하여 채택하는 합의 문건인 만큼 서명란에다 그 누구의 위임이라고 하거나 더욱이 국호를 써넣을 필요는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1989년 고위급회담 4차 예비회담에서는 북측 대표가 "'총리회담' 이라는 귀측의 회담 명칭에는 우리 인민의 통일 의지가 잘 반영돼 있지 못하며 나라와 나라 사이의 회담에서 일반적으로 호칭되는 명칭이라는 인상을 주고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후 남측은 '총리회담·고위당국자회담'을, 북측은 '고위급 정치·군사 회담'이라는 명칭으로 줄다리기를 하다가 회담은 성과 없이 종료됐다.

특히 북한은 1990년 진행된 고위급회담 6차 예비회담에서 우리 군이 구축한 대전차 방어용 방벽을 비난하기도 했다. 북측 대표는 "나라 한복판을 가로지른 콘크리트 장벽은 민족 분열과 북남 대결의 상징, 세계 어느 국경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인공적 차단물"이라며 장벽 철거를 촉구했다. 이에 더해 한·미 합동군사훈련 '팀스피리트' 연습 중지, '남북 정당수뇌급 협상회의' 등을 주장하며 토의를 거부했고, 결국 해당 회담 역시 별다른 협의 없이 마무리됐다.

이들 문서에 담긴 상황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23년 말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이후 밟고 있는 행보와 대비된다. 최근 김 위원장은 통일·민족 개념을 폐기하고, 경의선·동해선 남북 연결 도로를 폭파하는 등 다양한 차원의 단절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와 관련해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이 얼마나 비논리적인지 알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 밖에도 이번에 공개된 문서에는 △5차례 남북경제회담(1984년 11월∼1985년 11월) △2차례 남북국회회담 예비접촉(1985년 7월∼9월) △3차례 IOC 중재 로잔느 남북체육회담(1985년 10월~1986년 6월) △8차례 남북고위급회담 예비회담(1989년 2월∼1990년 7월) 등의 진행 과정과 회의록 등이 포함됐다. 이를 통해 1980년대 중·후반 남북 간 대화·접촉의 실상, 1990년대 남북고위급회담 개최를 위한 남북 간 예비회담의 기록 등을 살필 수 있다.

통일부는 기존 서울 지역 4곳(통일부 남북관계관리단, 국립통일교육원, 통일부 북한자료센터, 국회도서관)으로 한정됐던 열람 장소를 호남권(목포 통일플러스센터)과 영남권(국회부산도서관)으로 확대해 열람 편의성을 높였다.

또 남북회담 문서 온라인 열람 신청 방식도 새로 도입해 누구나 남북관계관리단 홈페이지에서 온라인 열람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접근성 제고 차원에서 '남북회담문서 공개 요약집'도 지속해서 발간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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