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통신위원회가 대미 통상 문제로 인해 구글·애플에 대한 인앱결제 관련 과징금 부과를 미루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며 방통위의 법 집행 능력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커지고 있다. 국내 기업들만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전 세계 최초로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을 제정했지만 3년이 지난 현재까지 국내 업체들이 구글·애플 등 해외 앱 마켓에 최대 30% 수수료를 내고 있어 국내 법·제도가 사실상 무용지물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실질적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만큼 다국적 협력 체계를 통해 대응하거나 국내 업체를 위한 여러 지원 방안을 강구하는 등 다음 단계의 대응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 의견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트럼프 정권하에서 방통위가 구글과 애플에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 위반에 대한 과징금 부과를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트럼프 정권이 어떻게 대응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방통위가 (제재를) 적극 추진하기엔 부담스러울 수 있다"면서 "삼성, 현대차와 같은 대기업에 대한 수출 제한 같은 무역 보복으로 인해 국가적으로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병준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역시 "대미 통상 마찰을 고려하면 국가 전체적으로 봤을 땐 (결정을) 미룰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방통위가 과징금 부과 결정을 계속 미루면 해외 기업에 대한 국내 플랫폼 기업의 '역차별'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 당국이 각종 규제에 대해 해외 기업에 대한 법적 조치를 유예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플랫폼 규제가 결국 국내 기업만 발목을 잡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업계 우려가 크다.
안정상 중앙대 겸임교수는 "인앱결제 강제와 관련해서는 미국에서도 불공정 거래로 보고 있는 만큼 망 사용료와 같은 다른 플랫폼 이슈와는 별개로 방통위가 하루빨리 과징금 부과 결정을 해야 한다"면서 "국외 기업에 대한 규제 지연이 지속될수록 법적 규제를 따르고 있는 국내 기업 간 역차별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외부 규제가 어렵다면 국내 기업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거나 외국과 공동 대응 체계를 본격화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했다.
전성민 교수는 "구글과 같은 다국적 기업에 한 나라 정부가 단일 대응하기는 어렵다"며 "구글 입장에서 유럽연합(EU)은 유럽 전역을 포함하는 시장이라 협상력이 있지만 한국은 협상력이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주변 여러 국가와 다국적 협력 체계를 만들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병준 교수는 "지난 10년간 이 문제를 해소하지 못한 상황인데 해외 앱 마켓의 수수료 인하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면서 "국내 기업이 부흥할 수 있도록 여러 규제를 풀어주거나 비용 절감 효과를 낼 수 있는 창의적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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