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이 상장 직후 주가가 급락 중인 공모주를 단말기 고장으로 매매하지 못해 직장 상사에게 폭언을 듣고 쓰러져 숨진 증권사 직원에게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이주영 부장판사)는 A씨(사망 당시 59세)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증권사에서 주식 매매와 고객 응대 업무를 담당해온 A씨는 2021년 5월 업무를 하던 중 직장 상사에게 폭언을 들은 뒤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튿날 숨졌다. 사인은 급성심근경색으로 드러났다.
사고가 벌어진 날은 당시 많은 관심을 모았던 B사의 유가증권시장 상장일이었다. 당일 B사 주가는 개장과 동시에 30% 가까이 급락했고, A씨는 급히 매매 주문을 하려 했지만 주문용 단말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제때 주문을 하지 못했다.
큰 손실이 예상되자 직장 상사는 A씨에게 욕설과 폭언을 했고 A씨는 "지금 주문 단말기가 뻑이 나고 다 난리다"는 답장을 보낸 뒤 몇 분 뒤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갔다.
당초 근로복지공단은 A씨 사망과 업무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어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보고 유족급여 미지급 판정을 내렸다. 그러나 유족은 공단 측 결정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A씨 사망이 업무상 재해가 맞다고 판정했다.
재판부는 사망 전 A씨 평균 근로시간 자체는 업무상 질병 인정 기준에 미치지 않았으나 당시 공모주 청약이 여러 건 진행되며 주식 주문 건수가 10∼20배가량 늘었고 A씨 업무량도 급증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과로와 급격한 스트레스가 고인의 지병인 변이형 협심증을 자연적인 경과 이상으로 악화시켜 급성심근경색에 이르렀다"며 "고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단말기 고장과 상사의 폭언 등은 고인에게 극도의 긴장과 불안감, 당혹감을 불러일으켰을 것이며 예상치 못한 급격한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업무 가중 사유 또는 발병 직전 업무와 관련한 돌발상황 발생이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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