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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와 내수부진 장기화 등 영향으로 빚을 갚지 못한 자영업자가 35%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심리지수 등 각종 지표가 동시다발적으로 악화하는 상황 속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신용평가기관 나이스(NICE)평가정보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실에 제출한 '개인사업자 채무불이행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개인사업자(자영업자·기업대출을 보유한 개인) 중 금융기관에 진 빚(대출액)을 3개월 이상 연체한 이들은 15만560명으로 1년 전보다 4만204명(35%) 급증했다.
이들이 진 빚은 30조7248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29.9%인 7조804억원 늘어 30조원을 돌파했다. 반면 지난해 말 개인사업자 335만8956명의 금융기관 대출금액은 1122조7919억원으로 전년보다 0.1%(7719억원) 소폭 늘어나는 데 그쳤다. 연체율이 대폭 상승한 것이다.
자영업자 대출과 연체율이 늘어난 것은 고금리와 경기 둔화의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최근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정국으로 인해 발생한 갑작스러운 내수 부진이 자영업자를 괴롭히기도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소매판매액은 전년보다 2.2% 줄었는데, 이는 신용카드 대란 사태가 있던 2003년(-3.2%) 이후 2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이다.
이렇다 보니 자영업자들의 폐업도 역대 최고로 많은 상황이다. 지난해 폐업 사업자 수는 98만6000명으로 한국경영자총협회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06년 이후 가장 많았다. 아울러 지난해 1~12월 폐업 사유로 소상공인에게 지급된 노란우산 공제금은 1조390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23년 폐업공제금 지급액이 처음 1조원을 넘긴 데 이어 역대 최대 기록이다. 전년 대비(1조2600억원) 10.38% 증가했다.
각종 경제 지표들이 악화하는 상황 속 내수 회복도 요원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는 91.2로 지난해 12월(88.2)에 이어 기준치인 100에 크게 못 미쳤다. 지난달 청년층(15∼29세)의 체감실업률과 고용률이 약 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청년층의 체감실업률은 1년 전보다 0.8%포인트 오른 16.4%를 기록했다. 이는 2021년 2월(26.8%)의 3.7%포인트 이후 3년 11개월 만에 가장 큰 수치다.
금융당국은 빚을 갚지 못하는 자영업자를 위해 은행권을 통한 금융지원을 준비 중이다. 은행권은 상생금융의 일환으로 올해 연체나 폐업 위기 등 자영업자 25만명에게 연간 7000억원, 3년간 2조원 안팎 규모의 금융지원에 나선다고 지난해 말 발표했다.
관련 기관도 시간에 맞춰 지원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서민금융진흥원은 취약 자영업자 등에게 금융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당국이 신설한 '햇살론119' 등 상품을 위해 보증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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