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발표한 관세 조치 시행을 대부분 유예하고 있는 가운데 그의 관세 정책이 그의 주장과는 달리 협상 목적이 크다는 의구심이 높아지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대(對)멕시코·캐나다 25% 관세, 대중국 10% 추가관세를 발표할 당시 이것이 협상용이냐는 기자 질문에 "아니다"며 "순전히 경제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취임 후 현재까지 멕시코, 캐나다, 중국 등에 대한 관세를 비롯해 철강·알루미늄 25% 관세, 상호 관세, 수입 자동차 관세 등을 시행한다고 밝혔으나 현재까지 시행된 것은 대중국 10% 추가관세가 유일하다.
특히 지난 13일 발표된 상호관세에 대해서도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지명자는 유관 부처들의 보고서 제출 마감 시한인 4월 1일 이후 언제든지 발효될 수 있다고 했으나, 구체적인 일정을 제시하지 않으면서 시행 여부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맥쿼리의 티에리 위즈먼 글로벌 외환 및 금리 전략가는 "미국의 수입 관세에 대한 뉴스가 여전히 빈번하게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지만 '관세 열차'의 감속 현상이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트럼프 정부의 경제 및 국가 안보 문제 접근 방식이 ‘처벌적’이라기보다 ‘거래적’이라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유세 당시부터 강도 높은 관세 정책을 공언해 왔지만 최근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재점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관세 공약을 강행하기는 어려운 상황이기도 하다. 지난 12일 발표된 미국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 상승하며 7개월 만에 3%대로 올라선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관세 조치들이 모두 시행된다면 인플레이션이 급등하면서 본인에게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금융시장 역시 이 같은 흐름에 차츰 적응하고 있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한 주 동안에만 철강·알루미늄 25% 관세와 상호 관세 및 수입 자동차 관세 등을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오히려 관세가 즉각 발효되지 않았다는 안도감 속에 미국 증시 3대 지수는 주간 기준 모두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에 근접했다.
미국 금융 전문 매체 마켓워치에 따르면 미국 자산운용사 루미스세일즈앤드컴퍼니의 매트 이건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여러 가지 잡음 속에서 트럼프의 목표와 제약 조건을 꿰뚫어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트럼프)의 행동은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는 측면이 큰 것 같다"고 평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시행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 경계감을 늦춰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지정학 및 거시경제 전문 컨설팅업체인 아브로스그룹의 크리스토퍼 스마트 창립자 겸 매니징 디렉터는 "(관세 조치들이) 어디서 실행되고 얼마나 높을지 알기 어렵지만 분명히 많은 조치들이 발효될 것"이라며 "지금까지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잠잠한 반응을 보인 것을 감안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더욱 강하게 그들의 한계를 시험하려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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