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대화하는 모습. [사진=UPI·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보편적 관세에 이어 각종 관세 부과 계획을 예고하면서 국내 식품업체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K-푸드 최대 시장으로 미국이 떠오른 상황에 고율 관세가 더해진다면 미국 수출길이 좁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달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알루미늄 관세 부과로 사정권에 있는 식품업체들은 제품 용기 전환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 코카콜라는 알루미늄 캔 대신 페트병 사용 비중 증대를 언급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11일(현지시간) 제임스 퀸시 코카콜라 최고경영자(CEO)가 트럼프 대통령의 알루미늄 25% 관세 부과 방침 관련 질문에 "알루미늄 캔이 더 비싸지면 페트병에 더 중점을 둘 수 있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상호 관세 부과 결정이 담긴 대통령 각서에 서명했다. 상호 관세란 각국이 미국 상품에 적용하는 관세율만큼 미국도 상대국 상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쏘아 올린 관세 정책이 본격화하면 성장 가도를 갈리는 K-푸드 대미 수출에 먹구름이 낄 것으로 점쳐진다. 관세 부과시 가격 경쟁력이 약화해 현지 수요가 둔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대미 농식품 수출액은 15억9000만 달러(약 2조2000억원). 전년(13억1000만 달러) 대비 21% 늘며 수출 대상국 중 1위에 올랐다. 앞서 미국은 2023년 일본과 중국에 이어 3위였으나 불과 1년 만에 1위에 올라선 것. 대미 수출 품목 1위는 라면이며 기타 음료, 베이커리 제품, 김치 등의 수출도 많다. 이 같은 신규 관세 부과 조치는 미국을 성장 동력으로 삼아온 식품업체들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data:image/s3,"s3://crabby-images/640cc/640cc191188b8d13d610b8bd0bd9151c89e32669" alt="발언하는 송미령 장관
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11일 서울 방배동 한국식품산업협회에서 열린 식품업계 현안 해결을 위한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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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11일 서울 방배동 한국식품산업협회에서 열린 '식품업계 현안 해결을 위한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식품업계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여파를 따져보면서 대응에 분주한 모양새다. 대표적으로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SPC그룹은 2027년 하반기 준공을 목표로 올여름 미국 텍사스주 제빵공장을 착공한다. 관세 위험을 없애려는 조치 중 일부다.
뚜레쥬르를 운영하는 CJ푸드빌도 올해 조지아 주에 냉동생지, 케이크 등 베이커리 주요 제품을 연간 1억개 이상 생산할 수 있는 생산 공장을 완공할 계획이다. 또 오리온은 미국에서 꼬북칩 단일 품목의 연 매출이 400억원을 넘으면 현지 생산 공장을 설립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정부도 미국 정부가 발표한 관세 부과 조치를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한국식품산업협회에서 열린 '식품업계 현안 해결을 위한 간담회'에서 미국 신행정부의 관세 정책과 관련해 "농식품 관련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면서 상황을 정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여러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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